재미있는 정로환 이야기
재미있는 정로환 이야기
  •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 승인 2013.07.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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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1 : 전두환 주세요.
약사 : 예? 전두환이라뇨?
환자1 : 아! 전두환 말고 왜 식초에 타서 무좀에 쓰는 거 있잖아요?
약사 : 아! 정로환이요?
환자1 : 맞다. 정로환!

환자2 : 경로당 좀 줘요.
약사 : 약국에서 웬 경로당을 찾으세요?
환자2 : 그럼 경로단인가?
약사 : 여긴 그런 거 없는데요?
환자2 : 그런 게 왜 없어요? 식초에 타서 발 담그는 거 있잖아요?
약사 : 아! 정로환이요?
환자2 : 아 그렇구나. 정로환!

지금은 정로환을 한자로 '正露丸'이라고 쓰지만 처음에는'征露丸'이었다. 정로환은 중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군이 러일전쟁을 앞두고 만주에서 설사병으로 죽는 병사가 많아지자 설사병을 고치기 위해 개발된 약이다. 러일전쟁에 승리한 뒤 '러시아(露西亞)를 정복한 약'이라는 뜻으로 '征露丸'이라 이름 붙인 것이다.
정일영 대전십자약국 약사
이 약은 장 속의 유해균을 죽여 설사를 치료하도록 개발된 설사치료제다. 설사약 편에서 장 속의 유해균 때문에 설사할 때 그 유해균을 죽이는 설사치료제가 있다고 했는데 정로환이 그런 작용을 한다.

문제는 유해균을 죽이는 약이 대장에서 정상적으로 사는 대장균도 죽일 수 있다는 점이다. 대장균은 많고(약 100조마리) 유해균은 대장균보다 훨씬 적어 처음엔 같이 죽여도 대장균이 더 많이 남지만 유해균을 죽이는 약을 너무 오래 복용하면 대장균도 많이 죽을 수 있다. 이러면 장의 기능이 나빠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약은 꼭 필요한 만큼만 복용해야 한다. 정로환을 소화제로 생각해 자주 복용하려는 사람도 있는데 좋지 않다.

여름철에는 이처럼 설사를 치료하기 위해 정로환을 찾는 사람 외에 무좀을 치료하는 민간요법에 쓰려고 정로환을 찾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약국에서 환자가 정로환을 찾으면 냄새나는 것인지 안 나는 것인지 묻는다. 냄새나는 것을 찾으면 십중팔구 무좀에 쓰려는 것이다.

정로환으로 무좀을 치료하려는 사람은 대개 정로환을 녹인 식초에 발을 담근다. 이렇게 하면 식초 때문에 발의 피부각질층이 벗겨지면서 가려움증도 일시 사라지고 시원한 느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이 무좀을 완치하는 방법은 될 수 없다. 무좀을 일으키는 곰팡이가 사라져야 무좀이 완치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피부보호막인 피부각질이 벗겨지면 피부가 균에 감염되기 쉬워 염증도 쉽게 생길 수 있다. 당뇨환자가 이 방법으로 무좀을 치료하려다가 발가락이 심하게 곪아 발가락을 잘라낸 일도 있다고 한다. 또 이 방법을 썼다가 발 전체가 곪아 고생한 사람도 있고 식초 대신 빙초산을 썼다가 발에 화상을 입은 사람도 있다. 민간요법은 민간요법일 뿐 검증된 의약품으로 무좀을 치료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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