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매학회·헬스경향 공동기획 [치매 이야기] ④ 치매환자에게 인지기능평가가 중요한 이유
대한치매학회·헬스경향 공동기획 [치매 이야기] ④ 치매환자에게 인지기능평가가 중요한 이유
  • 진주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신경심리실 박사ㅣ정리·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10.2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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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여성의 기대수명이 2030년 이후 세계 최초로 90세를 넘어설 만큼 우리나라의 고령화 진행속도는 가파르기 그지없습니다. 이 추세로 본다면 우리나라는 조만간 장수국가 일본을 넘어 세계 최장수국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하지만 아직도 치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현실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대한치매학회와 함께 시리즈칼럼을 통해 오해와 편견에 사로잡힌 치매의 첫 단추부터 마지막 단추까지 제대로 맞춰봄으로써 치매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진주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신경심리실 박사

최근 들어 깜빡 잊는 일이 자주 생기고 일상에서 실수가 많아졌다고 느끼던 김모 씨는 치매가 의심돼 병원을 찾았다. 김모 씨의 현재 상태를 자세히 물은 담당의사는 인지기능평가를 위해 신경심리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RI·CT 같은 검사를 예상했던 김모 씨는 신경심리검사란 무엇이며 왜 해야 하는지 몰라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최근 들어 많은 장노년환자가 치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치매상태로 진단하려면 주의력, 언어능력, 시공간능력, 기억력, 사고능력 등인지기능이 전보다 나빠지고 이로 인해 일상에서 능숙하게 하던 일들을 전처럼 하지 못하게 됐다는 기준에 맞아야 한다.

만약 인지기능에 약간의 저하가 있지만 아직까지 일상에 지장이 없다면 치매가 아니라 경도인지장애라고 부른다. 따라서 환자의 인지·일상기능이 실제로 나빠진 것인지 아니면 주관적인 느낌만으로 걱정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인지기능상태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치매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전문기관을 찾는 환자들이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검사 중 하나가 바로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신경심리검사’다.

최근에는 컴퓨터화면을 보면서 시행하는 전산화 신경심리검사들도 개발됐지만 현재까지 대부분 신경심리검사는 검사자가 환자와 일대일로 만나 함께 과제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경심리검사는 크게 선별검사와 종합검사로 나눌 수 있다. 환자를 대상으로 10~20분 동안 간단하게 인지기능의 전반적인 상태를 평가하는 선별검사로는 간이정신상태검사(MMSE)와 몬트리올 인지기능검사(MoCA)가 대표적이다. 다양한 종류의 인지기능들을 평가하고 정확한 진단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종합적인 검사이기 때문에 1시간 이상 소요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는 신경심리검사는 서울신경심리검사(SNSB-II), CERAD-K 신경심리검사, LICA 노인인지기능검사가 있다. 이어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환자가 평소 일상생활을 정확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설문조사도 시행한다.

인지기능정보는 치매의 원인질환을 감별·진단하는데 중요하다. 따라서 인지기능을 확인하는 선별검사는 치매진단에 있어 중요하다.

선별검사결과는 환자의 인지기능상태에 대한 전반적인 수준을 알려주지만 종합적인 신경심리검사는 주의집중능력, 언어능력, 시공간능력, 기억력, 전두엽기능인 집행기능 같은 인지기능의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인지기능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치매의 원인질환을 감별·진단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에 이는 중요한 검사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 치매는 초기부터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언어적·시각적 정보를 접해도 이를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것이 어렵다. 또 잠시 뒤 물어보면 조금 전 봤던 정보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신경심리검사에서 기억력을 평가하면서 환자에게 이런 문제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혈관성치매는 문제가 생긴 뇌혈관위치에 따라 인지장애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혈관성치매 중에서도 피질 아래 쪽에 있는 작은 혈관들이 서서히 막혀 발생하는 ‘피질 하 혈관성치매’는 주로 뇌의 앞 부분인 전두엽의 기능이 망가지며 사고력과 집행기능이 떨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환자의 전두엽 집행기능이 손상됐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치매환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지기능에 변화를 보일 수 있는데 신경심리검사는 환자의 현상태와 경과를 파악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반복시행되기도 한다.

신경심리평가에서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환자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환자가 수행하기 어려운 검사과제라도 최선을 다해야 인지기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또 청력과 시력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신경심리검사는 이를 시행하는 검사자의 숙련도가 타당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치매환자의 인지특성을 이해하고 검사시행과 결과해석에 전문성을 갖춘 검사자에게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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