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매학회·헬스경향 공동기획 [치매 이야기] ⑤ 치매치료제 개발은 ‘현재 진행형’
대한치매학회·헬스경향 공동기획 [치매 이야기] ⑤ 치매치료제 개발은 ‘현재 진행형’
  • 박기형 가천대길병원 신경과 교수ㅣ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10.3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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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형 가천대길병원 신경과 교수
박기형 가천대길병원 신경과 교수

“치매치료제는 언제 나오나요?”

2017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5000만명이 치매를 앓고 있고 매년 1000만명의 환자들이 새롭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가장 일선에 있는 의사이자 연구자로서 치매치료제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안타까움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많은 의사뿐 아니라 환자와 가족들이 궁금해하는 치매치료제 개발은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살펴보고 향후의 희망적인 앞날을 예측해 보고자 한다.

치매는 인지기능저하로 인한 생활의 불편을 일으키는 증상의 집합체다. 여러 질병이 치매증상을 나타낼 수 있지만 알츠하이머치매가 가장 흔하고 연구도 가장 많이 진행됐다. 따라서 여기서는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2003년 메만틴제제의 치매약제가 마지막으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이후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약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현재 개발돼 쓰이는 콜린분해효소억제제와 메만틴은 증상치료제다.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알츠하이머치매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약제는 아직 상용화되지 못했다.

이는 치매치료제개발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을 뿐이다. 최근까지 알츠하이머 치매치료제 임상연구의 실패율이 99.6%라는 보고를 볼 때 얼마나 가야할 길이 먼지 알 수 있다.

현재 진행되는 원인치료제개발은 크게 아밀로이드, 타우, 뇌염증기반의 약물의 3가지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이들 중에서 아밀로이드 기반의 약물에 대한 연구가 가장 많이 이뤄졌다. 1999년 쥐의 뇌에서 치매백신을 이용해서 비정상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로 알츠하이머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이후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수많은 임상연구가 시행됐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연구에서 무의미한 실패란 없기 때문에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실패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의학계는 많은 것을 배웠다.

심한 치매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는 원인교정이 어렵기 때문에 치매증상 초기 또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치료해야 한다는 것, 치매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부족한 용량을 사용한 것이 실패원인 중 하나라는 것, 마지막으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한다는 것을 배웠다.

수많은 치매치료제 개발연구가 이뤄졌지만 모두 실패했다. 실패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운 의학계는 지금도 치매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치매증상이 나타나기 전 진단하는 것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알츠하이머치매 바이오마커연구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 그리고 알츠하이머치매 바이오마커의 발전은 약물연구성공에 대한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다시 말해 예전에는 인지기능호전이 약물연구의 성공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비정상 바이오마커를 개선하는 것이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따라서 근본적인 치료법 개발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변화는 현재 개발되고 있는 새로운 아밀로이드기반 약물연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알츠하이머치매학회로는 가장 규모가 큰 국제 심포지엄(AAIC2018)이 7월 시카고에서 열렸다. 여기에서 두 가지 약물(Aducanumab, BAN2401)에 대한 성공적인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 그리고 아밀로이드기반 약물의 일련의 실패의 과정이 타우기반, 뇌염증을 기반으로 한 기타 약물개발연구에 좋은 길잡이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알츠하이머치매는 완치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여론이 더 우세하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까지의 많은 약물임상연구를 수행하면서 환자들 중 일부 증상이 나아지거나 악화되지 않고 유지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에 희망적인 면을 보았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는 현재 개발 중인 다양한 기전의 약물들을 적절히 혼합·사용함으로써 지금우리가 혈압이나 당뇨병을 조절하듯 알츠하이머치매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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