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면 약·못 쓰면 독, 양날의 검 ‘스테로이드제제’
잘 쓰면 약·못 쓰면 독, 양날의 검 ‘스테로이드제제’
  •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 승인 2013.07.23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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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농촌지역에서 약국을 개업했을 때 환자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고생한 적이 있다.

환자1: ‘별약’ 좀 주세요.

환자2: ‘오이씨 약’ 좀 주세요.

예전에 환자들이 파란색의 오각형인 ‘덱사소론정’을 사람들이 ‘별약’으로 부르거나 작은 럭비공 모양인 ‘루비코트정’은 ‘오이씨 약’이라고 불렀다.

이 약들의 성분은 각각 스테로이드인 덱사메타손과 프레드니솔론이다. 의약분업 이전 당시 노인들은 신경통과 관절염 등에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곤 했다. 이런 환자에게 약사들은 약을 남용하지 않도록 신신당부했다. 그래도 남용해 얼굴이 붓는 환자가 많았다.
정일영 대전십자약국 약사
지금은 이런 약이 다 전문약이 됐다. ‘별약’은 노란 원형정제로 바뀌었고 ‘오이씨 약’은 생산되지 않는다.

얼마 전 몇몇 약국에서 스테로이드제를 불법투여하다 적발됐다. 스테로이드는 소염·진통 효과가 강력한 약이다. 효과가 강한 만큼 그 부작용도 크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얼굴이 붓고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테로이드제는 나쁘기만 한 약일까? 그렇지는 않다. 적절하게만 쓰면 정말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이 스테로이드다.

스테로이드는 인체의 부신피질호르몬을 흉내 내 합성한 것이다. 호르몬은 아주 적은 양으로 큰 생리작용을 나타내는 내분비물질이다. 부신피질호르몬은 인체가 비상상황일 때 그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하는데 스테로이드도 이런 상황일 때 효과를 낸다.

스테로이드는 혈관수축, 항염, 항알레르기, 면역 억제, 세포증식억제 등의 작용을 한다. 내복약, 주사약, 연고, 안약, 흡입제형의 스테로이드제가 아토피피부염, 알레르기성질환, 기관지 천식, 류머티스성관절염, 궤양성대장염, 홍채염 등에 쓰인다.

스테로이드는 부종, 골다공증, 당뇨병, 면역저하, 근육위축, 속쓰림, 발육저하, 고혈압, 감염증 악화 등의 부작용이 있다. 부신피질호르몬 생산기능이 위축될 수도 있다. 내복약 외에 스테로이드연고제도 피부가 얇아지고 피부에 색소가 쌓이며 여드름 등의 부작용이 있고 안약에는 녹내장 등의 부작용이 있다.

이 약은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용법을 엄격히 지키면서 복용해야 한다. 복용하는 중 부작용이 생겨도 약을 바로 끊으면 안 되고 전문가의 지시를 받아 그 지시대로 끊어야 또 다른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흔히 약을 ‘양날의 칼’이라고 부른다.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로이드는 철저히 전문가의 지시대로 복용하고 끊어야 하는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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