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바닥에 엉덩이 비비는 강아지, 왜그럴까?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바닥에 엉덩이 비비는 강아지, 왜그럴까?
  • 정현준 하남 파크동물병원 대표원장ㅣ정리·양미정 기자 (certain0314@k-health.com)
  • 승인 2019.01.1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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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준 하남 파크동물병원 대표원장<br>
정현준 하남 파크동물병원 대표원장

자꾸 바닥에 엉덩이를 비비는 강아지가 걱정돼 동물병원에 방문하는 보호자가 심심찮게 보인다. 보통 대변에 기생충이 보일 정도로 기생충에 감염됐거나 항문 주위에 존재하는 항문낭에 염증이 생기면 이런 모습을 보인다.

요즘은 위생상태가 좋아져 기생충을 보기 어렵고 기생충에 감염됐어도 구충제를 몇 회 투약하면 금방 해결한다. 그런데 항문낭염은 몇 년간 강아지를 키운 보호자도 모를 수 있고 보호자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관리를 잘 못 해 생기기도 한다.

항문낭은 항문을 중심으로 4시와 8시 방향에 존재한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항문낭액을 분비하고 저장하는 일종의 주머니다. 항문낭액은 개체마다 고유한 냄새를 가진다. 길에서 만난 강아지들이 서로 엉덩이 냄새를 맡는 것은 바로 항문낭액의 냄새를 맡아 서로에 대해서 인식하기 위함이다. 운동하거나 흥분할 때 항문낭액이 배출되는 경우도 있다. 항문낭액은 배변 시 윤활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야생동물은 항문낭액을 이용해 고유영역을 표시한다. 이는 개의 조상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주로 실내생활을 하는 요즘의 소형견은 이런 행동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충분한 운동을 할 기회도 줄어들었다. 또 사료위주의 식생활 때문에 딱딱한 대변을 보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다. 이러한 이유로 항문낭에서 자연스럽게 배출되는 항문낭액의 양이 줄어 항문낭이 차오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항문낭에 항문낭액이 저장되다가 배출되지 못하면 점점 농축된다. 좀더 진행되면 항문낭에서 항문으로 이어지는 도관의 폐색을 유발, 항문낭이 점점 커지며 농축된 항문낭액 때문에 항문낭에 염증이 생긴다. 항문낭염이 발생하면 엉덩이를 바닥에 비비고 다니며 항문부위를 자주 핥고 배변 시 통증때문에 대변을 잘 보지 않으려고 한다. 항문낭의 벽이 얇아지면서 최종적으로 항문낭이 파열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에 방문한 동물의 상태가 심하지 않다면 농축된 항문낭액을 짜내는 것만으로 증상은 해결된다. 하지만 염증이 심하거나 항문낭이 파열된 경우 환부를 세정하고 일정 기간 항생제치료를 받아야 한다. 항문낭염이 계속 재발하거나 만성화되면 항문낭을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항문낭염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호자가 정기적으로 항문낭을 짜주는 것이다. 목욕 시킬 때 짜주면 좋다. 우선 꼬리를 들어 올린 후 항문의 4시와 8시 방향에 있는 볼록한 항문낭을 확인한다. 이후 비닐장갑을 끼고 화장지를 이용해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항문낭을 압박하면서 항문 쪽으로 밀어주면 항문낭액이 배출된다. 항문낭이 차오르는 주기는 개체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체크 후 강아지에 맞는 주기를 정해서 관리하면 된다.

항문낭염은 보호자가 관심을 가지고 정기적인 관리만 해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항문낭을 짜기 위해 동물병원에 가는 것보다 내 강아지의 위생과 건강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관리한다면 엉덩이를 바닥에 깔고 다니는 강아지는 평생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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