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케어 방문진료, 희귀질환자에게 희망될까
커뮤니티케어 방문진료, 희귀질환자에게 희망될까
  •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9.02.22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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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만 큰 고통, 희귀질환⑤ (完)
재택의료 서비스, 대상자확대 필요
해외선 재택투여로 환자부담 덜어
희귀질환자 고려해 제도보완 필요

# A 군(7세)은 신경병증 고셔병환자다. 비장이 비대해져 식사량이 적고 골질환합병증으로 뼈가 약하며 성장속도가 더디다. 자연스레 또래 아이들보다 체구도 왜소하다. 보호자 B 씨는 아이가 쉽게 골절돼 같이 외출하거나 병원에 가는 날이면 전쟁을 치르는 것 같다고 말한다.

매년 2월 마지막 날은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다. 4년에 한번 돌아오는 ‘29일’의 희귀성에 착안해 유럽희귀질환기구가 제정했다. 올해는 29일이 없어 28일이 희귀질환의 날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희귀질환은 약 7000여종에 이른다. 하지만 이중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약 5%에 불과하고 치료제가 있어도 평생 치료받아야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사회적·경제적인 부담은 커지고 이는 결국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이에 희귀질환자는 대표적인 의료소외계층으로 꼽힌다.

밖에 나가는 것조차 힘든 희귀질환자에게 방문진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사진출처=클립아트코리아)

■커뮤니티케어, 희귀질환자 위해 대상자 확대해야

희귀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희귀질환자의 열악한 치료환경을 개선하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최근 희귀질환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커뮤니티케어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는 ‘방문진료’다.

복지부는 지속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하지만 병원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퇴원환자들을 대상으로 왕진, 가정간호, 가정형 호스피스 등 재택의료 활성화방안을 꾸준히 논의해왔다. 실제로 6월부터 선도사업으로 방문진료(왕진), 재가의료급여 등이 시행된다.

하지만 현재 커뮤니티케어 대상으로는 노인과 장애인, 노숙인, 정신질환자 등이 논의 중이며 희귀질환자는 결정되지 않았다. 커뮤니티케어 목적이 ‘지속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하지만 내원이 어려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원활한 치료를 지원하는 것’임을 고려했을 때 희귀질환자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는 목소리다.

재택의료가 필요한 희귀질환 중 한 가지 예시로는 ‘고셔병’이 있다. 고셔병은 ‘효소대체요법(ERT)’으로 질환을 관리할 수 있지만 신경형 고셔병환자이거나 골질환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운동능력, 근육긴장도가 떨어지고 골절에도 취약해 외출에 제약이 따른다. 이처럼 거동이 불편해 병원방문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방문진료가 큰 힘이 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유한욱 교수는 “고셔병환자는 진단이 늦어지면 합병증이 진행된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신경형고셔병환자나 뼈통증, 골절 등 골관절합병증이 발생한 고셔병환자는 이동제약으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보호자가 반드시 동행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치료가 필요한 희귀질환특성상 가족 모두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험이 풍부한 의사·간호사 감독 아래 재택투여가 가능하다면 이동이 힘든 희귀질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출처=클립아트코리아)

■이동 힘든 희귀질환자에게 ‘장벽’ 같은 재택투여조건

희귀질환자 대상 방문진료는 이미 다양한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민간 홈헬스케어기업에서 24시간 전문간호사가 집으로 방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희귀질환자는 집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국내에도 재택투여가 가능한 치료제들이 도입됐기 때문에 법적근거만 마련된다면 희귀질환자 방문진료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몇몇 치료제에는 제약이 있어 모든 희귀질환자가 방문진료를 받을 수는 없다. 

국내 도입된 고셔병치료제 중 베라글루세라제알파는 ▲병원에서 최소 3번 이상 투여받고 ▲치료순응도가 좋은 환자를 대상으로 ▲경험이 풍부한 의사·간호사 감독 아래 재택투여가 허가됐다. 하지만 외출이 힘든 고셔병환자에게 병원을 3번 이상 방문하는 것은 까다로운 조건이다.

유럽과 호주 등에서는 이미 의사지도만 있으면 재택투여가 진행되고 있다. 파브리병 치료제 아갈시다제알파도 호주,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는 유연한 조건 아래 재택투여가 가능하다.

유한욱 교수는 “인간세포를 이용한 베라글루세라제알파는 자연생성효소와 동일한 구조로 장기간 투약해도 항체생성위험이 낮고 안전하게 장기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또 투약 전 처치가 필요없어 경험이 풍부한 의사·간호사 감독 아래 재택투여가 가능하다면 이동이 힘든 고셔병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에 제약이 따르는 희귀질환자가 방문진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안전과 편의성은 물론 복약순응도를 높여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사진출처=클립아트코리아)

■안전성·편의성 장점인 방문진료…환자 삶의 질↑

희귀질환자를 대상으로 커뮤니티케어의 일환인 방문진료가 시작된다면 그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최근 이스라엘 사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 방문진료가 희귀질환자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베라글루세라제알파를 투약 중인 총 환자를 대상으로 집과 병원을 3개월씩 번갈아 가며 총 9개월 투약을 진행하고 만족도를 확인한 결과, 집에서의 투약만족도(7.6~9.7)가 병원에서의 투약만족도(5.3~9.4) 보다 높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희귀질환자가 힘들게 병원에 가는 대신 방문진료 시 투약만족도뿐 아니라 안전성, 복약순응도 등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동 자체가 힘든 환자일수록 방문진료에 대한 만족도가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유한욱 교수는 “이동에 제약이 따르는 희귀질환자가 방문진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안전과 편의성은 물론 복약순응도를 높여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며 “이미 국내에 방문진료에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제도 도입된 만큼 희귀질환자들의 치료효과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제도적인 보완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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