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정말로 오래살까?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정말로 오래살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9.03.13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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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보통 콜레스테롤은 혈관질환의 주범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어떻게든지 수치를 낮추는 것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성분 중 하나로 무작정 콜레스테롤을 멀리해서는 안 된다.

콜레스테롤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뉘는데, HDL콜레스테롤(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과 LDL콜레스테롤(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그리고 중성지방이다. 혈액검사를 했을 때 나오는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HDL과 LDL콜레스테롤 수치와 함께 중성지방을 5로 나눈 값을 더한 것이다.

보통 HDL을 좋은 콜레스테롤, LDL을 나쁜 콜레스테롤로 인식해 왔다. 심지어 'LDL'의 'L'과 ‘나쁜’의 ‘ㄴ’이 비슷한 모양이어서 헷갈리지 않고 외우는 비법(?)도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들을 보면 콜레스테롤의 역할에 의문이 들게 한다.

최근 국내 모 대학병원의 연구결과,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수치(200㎎/㎗ 미만)보다 약간 높은 210∼249㎎/㎗ 집단에서 가장 장수를 했다고 발표했다. 반면에 정상보다 낮은 집단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건강에 치명적이라고 생각해 왔던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황당한 결과로 여겨질 수 있다.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콜레스테롤과 관련된 역설적인 연구(Annals of Nutrition and Metabolism,2015;66, Suppl4:1~116)들이 있었다. 2015년 일본의 연구결과에서도 모든 연령층에서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가진 집단이 가장 장수했다고 했다. 역시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인 집단의 사망률이 오히려 가장 높았다. 고령자의 경우 더욱 두드러진 경향이 있었다.

콜레스테롤은 특정 성분이 너무 높아도 문제지만 무작정 낮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콜레스테롤은 균형이 중요하다. (사진출처=클립아트코리아)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네델란드에서 85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평균 252㎎/㎗ 집단이 가장 사망률이 낮았다. 핀란드의 연구에서는 232㎎/㎗보다 높은 경우에 사망률이 낮았다. 수치가 정상보다 높으면 장수한 것이다.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을 때 장수한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언뜻 HDL콜레스테롤이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콜레스테롤조차 역설적인 결과를 보였다.

2016년 유명한 의학저널에 관련 연구결과(BMJOpen,2016;6:e010401)가 실렸다. 60세 이상의 경우에 LDL콜레스테롤이 높을수록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일반적인 콜레스테롤 관련 가설과 반대되는 결과이다.

미국 신경학회지(Neurology,2014;83:20)에 실린 혈중지질과 뇌혈관손상과의 관련성 연구를 보면 LDL콜레스테롤이 높을수록 뇌의 손상정도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LDL콜레스테롤이 중풍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연구에서는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을수록 우울증이 심하고 자살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흥미롭다.

사실 나쁘다고만 여긴 LDL콜레스테롤도 우림 몸에서 나름대로 존재 이유가 있다. LDL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을 형성하고 산화방지제 역할을 한다. 또 면역체계에 관여하면서 몸에서 생산되는 비타민D와 각종 호르몬을 합성하는 원료가 된다. LDL콜레스테롤 또한 적당량에서 꼭 필요한 것이다.

콜레스테롤은 심혈관질환의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관리대상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항노화작용과 함께 신체적 저항력을 높여 주면서 뇌출혈, 만성폐색성폐질환, 간질환과 관련해서는 사망률을 낮추는 이중성이 있다. 현재 논란 중이지만 콜레스테롤이 일부 암의 발병률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들도 많다.

콜레스테롤은 특정 성분이 너무 높아도 문제지만 무작정 낮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질병과 건강으로 넘어가는 갈림길에 위치한 스위치 같아서 무엇보다 균형이 중요하다.

콜레스테롤은 상황에 따라서 적이 되기도 하지만 언제 어떤 도움을 받을지 모르는 ‘오월동주(吳越同舟)’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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