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해독공장’ 간이 병들면 ‘컨트롤타워’ 뇌도 위험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해독공장’ 간이 병들면 ‘컨트롤타워’ 뇌도 위험
  • 최새롬 24시 해마루동물병원 내과 팀장ㅣ정리·양미정 기자 (certain0314@k-health.com)
  • 승인 2019.03.30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새롬 24시 해마루동물병원 내과 팀장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정말 상태가 좋지 않아 보여 그야말로 급하게 온다. 그런데 반려동물이 심각한 상태 변화를 보이지 않으나 평상시와는 무언가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면 보호자 입장에서는 이것이 응급상황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모호할 때가 있을 것이다. 

노령견의 경우 ‘인지장애증후군’이라 해서 치매 이전 단계의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평상시에는 잘 하지 않는 배뇨·배변 실수를 한다던가, 보호자를 잘 알아보지 못하는 등의 변화가 그런 것이다. 

 

 

이상한 모습은 특정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오늘 주제인 간성뇌증의 경우 의식이 약간 멍해 보인다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행동이 두드러진다. 벽을 따라 빙글빙글 돌아다닌다거나 벽에 머리를 박고 벽을 밀려고 한다. 앞이 안 보이기 시작하며 다리에 힘을 줘 일어나지 못하고 미끄러지려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바로 동물병원으로 내원해서 혈액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체내에 암모니아 수치가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나타나는 신경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암모니아는 간에서 대사돼 배출돼야 하는 물질이다. 어떠한 원인으로 간질환이 심각해진다면 암모니아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체내에 쌓인다. 그 상태가 계속 진행되면 의식반사가 떨어지고 혼수상태까지 보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간질환으로 뇌 신경세포가 손상을 받아 신경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간성뇌증’이라 한다. 주된 요인으로 암모니아 수치 상승이 꼽히며 이 외에도 염증 조절 인자, 산·염기 불균형, 망간 농도 등의 영향으로 발생한다.

간성뇌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간질환 중 하나는 선천적인 간혈관기형질환이다. PSS (Portosystemic Shunts)라 불린다. 선천적이다 보니 1년 이하의 어린 강아지에게 7~8개월령에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키우는 품종인 몰티즈, 요크셔테리어 등이 그렇다. 간으로 들어가야 할 혈관에 기형적으로 단락이 일어나다 보니 간은 충분한 산소, 영양분 공급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간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는 소간증이 생기며 간기능 부전이 진행하면서 간성뇌증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고양이의 경우 지방간, 개와 고양이에 상관없이 간종양 말기, 급·만성 약물 중독 등 간 기능을 저하할 수 있는 여러 질환으로 발현된다. 원발 질환을 교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이지만 의식 저하가 생길 만큼 증상이 심한 상태라면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환자가 의식이 거의 소실된 상황으로 응급실에 내원하게 된다면 의료진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수액이 들어갈 라인을 확보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혈액검사에 들어간다. 몸이 굳어지고 목이 돌아가는 등의 신경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항경련제 약물도 투여한다. 고암모니아혈증이 확인된다면 오르니틴 요소 회로를 촉진해줄 수 있는 약제를 수액과 같이 투여한다. 암모니아는 간에서 작동하는 오르니틴 요소 회로를 통해 대사되므로 암모니아 수치가 낮아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암모니아를 만들어내는 장내 세균을 조절하기 위해 항생제 투약이 필요하다. 만일 수치가 중등도 이상으로 높아져 있다면 락툴로즈를 이용한 관장을 하기도 한다. 

응급조치를 통해 의식이 돌아온다면 경구 식이 관리도 중요할 것이다. 암모니아는 단백질 분해로 발생하므로 암모니아 대사 능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단백질 식이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단백 성분 함유율을 낮춘 간질환 처방식을 먹이거나 소화율이 좋은 콩단백질, 유제품류의 단백질(코티지 치즈 등)을 먹이는 것을 추천한다.
 
간성뇌증은 어린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어 처음 겪어보는 보호자에게는 자칫 간과할 수 있는 증상 중 하나다. 발생 시 응급처치를 비롯한 여러 치료를 해야 하기도 한다. 모든 것에 늘 긴장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응급상황에 조금 더 잘 대비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