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무조건 가려 먹어야? ‘크론병’ 오해 이모저모
음식은 무조건 가려 먹어야? ‘크론병’ 오해 이모저모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5.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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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발생하면 기나긴 치료여정을 시작해야하는 ‘크론병’. 이 질환은 소화기관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만성 염증성장질환으로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해 평생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크론병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10~30대 젊은층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나이에 발생한 크론병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40세 이후 발병하면 증상도 비교적 경미하고 경과도 좋은 편이지만 10대에 발생하면 복통, 설사에 자주 시달리고 이로 인해 영양분이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면서 체중감소, 성장부진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크론병을 평생 관리해야한다는 부담감과 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섣불리 낙담하는 젊은층이 많다는 것이다.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5월 19일)’을 맞아 크론병에 대해 흔히 갖는 오해들을 바로잡아봤다.

크론병은 완치가 불가능하고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낙담하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여러 가지 치료법을 통해 증상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으며 호전상태가 잘 유지되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크론병은 완치가 불가능하고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낙담하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여러 가지 치료법을 통해 증상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으며 호전상태가 잘 유지되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장염과 어떻게 구분할까?

크론병은 복통, 설사 등이 주로 나타나 초기에는 단순 장염 정도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호전되거나 항생제로 비교적 빨리 치료할 수 있는 장염과 달리 크론병은 복통, 설사증상이 4주 이상 끈질기게 지속된다. 만일 복통, 설사증상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오래 가거나 발열, 전신의 나른함, 혈변, 항문통증 등의 증상이 있다면 크론병을 의심하고 전문가의 정확한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음식은 꼭 가려 먹어야할까?

크론병은 음식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10대 크론병환자의 경우 음식을 가려 먹으면 영양결핍으로 이어져 성장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는 “어느 한 영양소가 부족해지지 않도록 골고루 먹고 영양상태가 좋아지는 것이 오히려 약물에 대한 반응도 좋게 하고 성장을 촉진한다”며 “염증이 아주 심한 급성기가 아니라면 음식을 꼭 가려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성인의 경우 술, 커피 등 장을 자극하는 음식을 조심해야한다. 병이 호전된 상태라면 한두 잔 정도는 괜찮지만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계속 마시고 싶어지기 때문에 아예 피하는 것이 좋다.

■크론병 있어도 임신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단 염증이 심한 시기에는 유산이나 조산위험성이 있고 남성의 경우 성욕이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담당주치의와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임신 전후로 크론병의 증상을 잘 조절해야한다.

현재까지 크론병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들은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임신 중에도 약을 계속 복용하는 것이 좋다. 오히려 약 복용을 중단해 크론병 염증이 악화되면 태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차재명 교수는 “출산 후 모유 수유 시에는 적은 양의 약이 모유로 배출될 수 있지만 이 정도 용량은 아이에게 아무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알려져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평범한 일상생활 가능할까?

크론병은 아직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졌지만 여러 치료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질환이다. 물론 증상이 잘 조절된다면 평범한 일상생활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부작용 없이 효과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생물학제제(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을 선택적으로 억제)도 개발돼 환자들이 한결 부담 없이 일상생활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으로 2011년 중증건선치료제로 출시된 스텔라라는 크론병 치료에도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4월 크론병치료제로도 허가받았으며 12월에는 급여화도 인정받았다.

스텔라라는 첫 투여 시점에서 1회 유도 요법으로 정맥 투여한 이후 8주차에 90mg 피하 투여, 이후 12주 간격으로 피하 투여를 통해 치료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를 통해 환자는 일 년에 단 네 차례의 투여만으로 크론병을 관리할 수 있어 훨씬 편하게 일상생활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실제로 스텔라라는 중등도에서 중증에 이르는 크론병환자를 대상으로 한 3개의 3상 임상연구를 통해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맥유도 투여의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임상연구에서 1차 평가시점인 6주차의 임상반응도달률이 스텔라라 130mg 투여군(34.3%, 51.7%)과 ~6mg/kg 투여군(33.7%, 55.5%)이 위약군(21.5%, 28.7%)보다 높게 나타났다.

피하주사 유지 치료효과를 평가한 임상연구에서는 치료 44주차에 스텔라라를 8주 또는 12주 간격으로 투여한 환자군의 임상적 관해 도달률이 각각 53.1%, 48.8%로 위약군에 35.9%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또 이러한 효과는 92주차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재명 교수는 “크론병은 한 번 발생하면 평생 관리가 필요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치료방법을 통해 꾸준히 증상을 조절해간다면 학교·직장생활은 물론, 여행이나 운동도 즐길 수 있다”며 “단 증상이 악화된 시기에는 지나치게 피로를 유발하거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격렬한 활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한장연구학회 김주성 회장(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등 염증성장질환의 환자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질환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편”이라며 “앞으로도 대한장연구학회는 염증성장질환에 대한 인지도를 제고하고 환자들이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대한장연구학회는 2002년 11월 창립돼 한국인의 장질환 연구와 진료의 표준을 제시해온 중견 학회다. 다양한 장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제공과 인식향상을 위해 캠페인 및 연구활동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TIP. 장거리 여행 전 이것만은!

1. 일단 여행에도 무리가 없는지 사전에 주치의와 상의한다.

2. 자신이 쓰고 있는 약 이름, 특히 성분명과 용량을 정확히 숙지한다.

3. 비상시에 대비해 약이 충분한지 확인한다.

4.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지역을 여행한다면 음식, 물 섭취에 특히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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