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㉕자가면역질환 환자에게는 술도 ‘독(毒)’
[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㉕자가면역질환 환자에게는 술도 ‘독(毒)’
  •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6.2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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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한 제2윤창호법이 2019년 6월 25일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면허정지기준이 현행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면허취소기준은 0.10%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강화됐다. 여러 언론매체에서는 이제부터 소주 1잔만 마셔도 음주운전에 해당하게 됐다며 대대적으로 새로운 단속기준을 알리고 있다.

주위의 술 애호가들은 술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가는 것을 보며 볼멘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한두 잔의 술은 운전능력에도 지장 없고 건강에도 이롭다고 투덜대면서. 하지만 알코올과 뇌기능에 대한 연구를 보면 알코올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뇌의 기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의 운전은 인공지능이 고장난 자율주행차가 운행하는 것처럼 위험한 행위로 논란의 여지가 없다.

술이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액순환을 도와 건강에 좋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효과일 뿐 혈관질환을 예방할 정도의 수준은 못 된다.

반면 염증이 있는 사람은 술로 인해서 분명히 피해를 보게 된다. 술을 마시면 염증유발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이 체내에서 더욱 많이 분비된다. 여기에 혈관확장효과가 더해져 사이토카인 더 빠르게 전달돼 염증이 악화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만성염증이 있거나 수술이나 외상으로 급성염증이 있는 경우에는 모두 술을 절대 금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은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약을 장기간 복용하기 때문에 간에 항상 부담이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간의 해독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알코올이 건강에 좋을 리 없다.

건강을 위해서는 음주는 줄일수록 좋다. 염증이 있다면 반드시 금주가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건강을 위해서는 음주는 줄일수록 좋다. 염증이 있다면 반드시 금주가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환자들에게 술을 먹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술이 숙면을 취하는 것을 방해해 면역력을 더욱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간혹 잠이 오질 않았는데 술을 한두 잔 마셨더니 잠이 잘 오더라 하시는 환자 분들이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이다.

음주와 수면에 대해 뇌파분석을 한 연구결과를 보면 술을 먹으면 잠이 쉽게 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실제 피로를 회복시킬 수 있는 깊은 수면상태에 빠지는 것은 오히려 방해한다고 밝혀졌다. 수면의 질은 면역체계의 안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잠이 오질 않아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게 되면 잠은 잘 들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수면의 질이 매우 떨어져 피해가 더 크다.

2009년 충북대학교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가끔 폭음을 하는 경우보다 지속적인 음주를 하는 경우에 알코올성 간질환의 발병률이 높았다. 따라서 수면장애로 고통을 겪는다고 자가처방으로 술을 마시지 말고 전문가와 의논해 생활습관을 바꿔보고 필요한 경우에는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다른 건 다 바꿔도 술은 절대 못 끊겠다 하시는 분들이 있다. 금주로 인생의 즐거움이 사라질 정도라고 하면 술을 무작정 끊으라고 할 수가 없다. 이런 분들에게는 와인이나 막걸리를 추천해드리고 있다. 정제된 알코올로 만드는 증류주보다는 원재료인 과일이나 곡물을 발효시킨 후 통째로 마시는 것이 낫다. 이런 술은 여러 영양소들과 항산화물질, 항염증물질 등 건강에 이로운 성분들이 함께 들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만을 생각한다면 술은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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