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파스 붙였던 데는 ‘햇볕’ 피하라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파스 붙였던 데는 ‘햇볕’ 피하라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7.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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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약사님, 파스 하나 주세요.”

스포츠머리와 구릿빛 피부, 떡 벌어진 어깨에 날카로운 눈매까지. 40대 남성 김선기 님(가명)은 누가 봐도 운동을 좋아할 것 같은 이미지를 지녔습니다. 웬만하면 아픈 곳이 없는 분인데 운동하다 다치신 게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어디 아프세요, 다치셨어요?”

“지난주에 골프 나갔다가 ‘뒷땅’ 제대로 쳤더니 팔꿈치가 아파서요.”

그러고 보니 약국에 들어오실 때부터 왼쪽 팔꿈치를 잡고 계셨어요. 며칠이 지나도 통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병원에 가 보셨어요? 관절 부위라 정확한 상태를 파악해야 할 거예요.”

“시간이 안 돼서 병원은 아직 못 가봤어요. 파스 붙이고 좀 지켜보려고요.”

“일단 진통제 첩부제 드려볼게요. 환부를 잘 씻고 말린 다음 약 부위가 손에 묻지 않게 주의해서 부착해주세요. 효과는 24시간 지속되니 하루에 한 번 교체해주시면 됩니다. 아! 첩부제를 붙인 데는 햇볕에 닿지 않게 주의해주세요.”

“왜요?” 설명을 듣고 있던 김선기 님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알레르기가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광과민성 부작용이라고 부르지요.”

“그래요? 전에 필드 다녀와서 파스 붙인 곳에 벌겋게 알레르기가 생겼었는데 이것 때문이었나 보네요. 병원 치료 한참 받았거든요.”

타박상, 근육통, 관절염 등이 있을 때 붙이는 약 ‘파스’. 사실 파스는 정확한 명칭이 아닙니다. 파스는 독일어인 ‘파스타Pasta(독일어로 연고, 치약 또는 으깨어 걸쭉하게 만든 고기나 생선을 뜻함)’에서 유래된 말인데요. 일본에서 ‘파스Pas’라 줄인 말을 약 이름으로 출시했고 이것이 한국으로 유입되면서 일반명으로 굳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붙이는 진통제는 형태에 따라 첩부제(경고제 또는 플라스타)와 습포제(카타플라스마)로 나뉩니다. 일본에서 유래된 ‘파스’라는 말보다 ‘첩부제’나 ‘습포제’라는 용어를 써 보는 것은 어떨까요?

첩부제(플라스타)는 바로 떼서 붙일 수 있는 반창고 형태를 말하며 접착제와 약물이 동시에 발라져 있어 부착하기 쉽습니다. 습포제(카타플라스마)는 의약품 가루와 정유가 함유된 것으로 습포해서 찜질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입니다. 일반적으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는 첩부제 형태로, 냉·온찜질을 할 수 있는 성분들은 습포제형태로 나오고 있습니다. 용도에 맞춰 사용하면 되겠지요.

간혹 아플 때 먹는 약이 좋은지 붙이는 약이 좋은지 묻는 분들도 계십니다. 왠지 붙이는 약은 효과가 덜 할 것 같기 때문이죠.

흥미로운 논문이 하나 있는데요. 케토톱 성분으로 유명한 항염진통제인 케토프로펜을 복용했을 때와 부착했을 때 환부의 약물농도를 조사한 연구입니다. 결과는 붙이는 제제가 국소 부위 약물농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왔어요. 외용제가 효과가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첩부제의 중요한 장점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가 갖고 있는 위장관, 간, 신장 독성 등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통증과 염증을 효과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국소 부위의 통증이거나 위, 신장, 간에 질환이 있는 환자라면 복용하는 진통제보다 외용 진통제가 먼저 선택돼야합니다.

첩부제나 습포제는 포함된 성분에 따라 통증완화 기전이 다릅니다. 먼저 습포제는 찜질효과가 있습니다. 냉찜질은 통증 감각을 무디게 해서 증상을 개선하는데 반대 자극제와 휘발 성분이 포함된 냉습포제가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온찜질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서 염증인자와 노폐물을 빠르게 제거해줍니다. 피부 자극제인 캡사이신이나 노닐산바닐아미드 등이 함유된 온습포제가 같은 효과를 내죠.

만일 운동을 무리하게 하거나 부딪쳐서 당장 통증이 있다면 냉습포제를, 며칠이 지나 통증이 잘 사라지지 않는다면 온습포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냉·온습포제는 3살 이후부터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제제입니다.

단 반대 자극제인 캄파를 30개월 미만 영유아에게 사용하면 신경손상으로 인해 경련이 발생할 수 있어요. 임신부, 수유부, 30개월 미만 영유아는 사용을 금합니다. 온습포제에 포함된 자극성분은 혈관을 확장하고 피부를 민감하게 만듭니다. 온습포제 사용 후 뜨거운 물로 목욕하거나 스테로이드나 항생제, 진통제 등 약물을 바르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첩부제는 진통제가 함유된 제품이 많습니다. 첩부제에 든 진통제는 피부를 거쳐 체표 조직이나 근육, 관절로 직접 들어가기 때문에 먹는 진통제보다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진통제는 사용연령에 제한이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주세요. 성분별로 약간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15세 미만의 경우는 쓸 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임부, 수유부에게도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습포제는 보통 12시간 정도 효과가 지속되지만 첩부제는 제품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케토톱이나 케펜텍 등 일반적인 첩부제는 12시간, 케토톱엘이나 노펜24, 볼타렌 같은 제제는 24시간, 트라스트나 무르페 같은 제제는 48시간 효과가 지속됩니다.

여러분께서 약을 구입, 사용할 때는 지속시간을 꼭 확인하세요. 지속시간이 무조건 길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물이 묻거나 땀을 많이 흘리면 첩부제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사용환경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습포제나 첩부제 모두 피부에 붙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접착제가 포함돼 있습니다. 습포제는 자체 부착력이 없어서 밀착포를 사용해야하죠. 만일 접착제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두 종류 모두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바르는 진통제를 사용하세요. 첩부제의 경우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가 들어 있기 때문에 국소적으로 공급된다 해도 전신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위장장애가 대표적이지요.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경구 진통제에 비하면 그 부작용이 현저하게 적습니다.

정작 문제는 피부 부작용입니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자체가 피부에 발라졌을 때 일어나는 약물 알레르기(접촉성 피부염)은 모든 성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이죠. 이것은 접착제 알레르기처럼 피부에 붙이면 바로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성분에 반응을 보였는지 알아두셔야해요.

‘광과민성’ 부작용 또한 반드시 기억해두셔야 합니다. 광과민성 부작용은 피부에 남아 있는 진통제 성분이 햇빛과 반응해서 면역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알려졌습니다. 주로 프로피온산계(이부프로펜, 케토프로펜, 덱시부프로펜, 인도메타신 등) 진통제 성분에서 나타나지만 피록시캄이나 디클로페낙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첩부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위의 김선기 님도 진통제 성분의 첩부제를 사용한 뒤 야외에서 골프한 것이 부작용을 일으킨 원인이 된 것이지요. 여름에는 특히 일어나기 쉬운 부작용이니 각별히 주의해야겠지요? ‘광과민성 부작용’을 피하려면 진통제 성분의 외용제를 사용한 뒤 2주 정도는 햇빛을 차단하거나 자외선차단제를 잘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을 사용하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있다면 언제나 단골 약국 약사와 상의해주세요!

TIP. 첩부제 안전하게 사용하는 법(도움말=식품의약품안전처)

1. 건조하거나 약한 피부에 부착했다면 미온수에 적당히 불려서 뗀다.
2. 햇볕 노출부위에 부착한 경우 붕대나 의복 등으로 가려주면 광과민성으로 인한 피부 이상반응을 예방할 수 있다.
3. 피부 알레르기 방지를 위해 같은 부위에 계속 붙이지 않는다. 가려움증, 발진 등이 나타나면 사용을 중지한다.
4. 사우나, 온찜질 전후에는 피부 각질이 약해지고 내피가 손상되기 쉬우니 부착 시 주의한다.

※참고

본문에 제시된 환자와의 대화는 이해를 돕기 위해 극적 재구성 된 것입니다.

※참고문헌

Lauralee Sherwood, 《인체 생리학 제9판》, 강명숙 외 21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2016

《Medical Pharmacology at a Glance 6th》, M.J.Neal, Wiley-Blackwell, 2009

오오츠 후미코 《알기쉬운 약물 부작용 메커니즘》, 정성훈 옮김, 정다와, 2015

《Effectiveness and Safety of Topical Versus Oral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A Comprehensive Review》 Stephen A. Klinge, Gregory A. Sawyer, The Physician and Sportsmedicine, Volume 41, Issue 2, May 2013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and their skin side effects》 Dr Delwyn Dyall-Smith FACD, Dermatologist, 2010

《Topical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allergic and photoallergic contact dermatitis and phototoxicity》 SUWIRAKORN 0PHASWONGSE AND HOWARD MAIBACH, Contact Dermatitis, 1993, 29, 57~4

《Photosensitivity to selected topical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preparations – a review of literature data and author’s own experience》 Dorota Jenerowicz, Oliwia Jakubowicz, Adriana Polańska, Anna Sadowska-Przytocka, Aleksandra Dańczak-Pazdrowska, Ryszard Żaba, Centr Eur J Immunol 2011; 36 (3): 197-203

《Photosensitivity to ketoprofen: mechanisms and pharmacoepidemiological data》 Bagheri H, Lhiaubet, Montastruc, Chouini-Lalanne, Drug Saf. 2000 May;22(5):339-49

※참고사이트

https://pubchem.ncbi.nlm.nih.gov/

https://www.drugs.com

약학정보원 홈페이지 https://www.healt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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