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철의 다가오는 미래의학] 숨은 비결 또 있었네! 건강 100세 시대 이끄는 ‘장수유전자’
[김경철의 다가오는 미래의학] 숨은 비결 또 있었네! 건강 100세 시대 이끄는 ‘장수유전자’
  •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7.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철 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
김경철 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196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현재 여성은 85.6세, 남성은 79.5세로 특히 여성의 경우 세계 4위에 해당한다. 무엇이 이토록 짧은 시간에 대한민국을 장수국가로 만들었을까? 아마 질병을 조기에 진단·치료하는 의료시스템과 위생·영양수준의 증가 등이 전체적인 수명증가에 기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분석 단위를 개인이나 가족 단위로 축소하면 여전히 수명 차이는 크다. 누구는 단명하고 누구는 장수한다. 특히 장수하는 집안의 되물림 현상을 볼 때 우리는 오래 살게 하는 장수유전자, 즉 므두셀라 유전자가 과연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므두셀라는 구약성경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의 이름인데 그의 수명은 무려 969세다.

과학자들은 대략 25% 정도에서 유전자가 장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수명에는 질병의 유무, 개인의 생활습관, 영양상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수명에 미치는 유전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최근에는 현대 유전체 연구의 대표적인 방법인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을 통해 장수 유전자를 찾는 연구들이 진행됐다.

2017년 영국바이오뱅크 데이터에 보관된 60만6000명의 유전자와 부모의 사망 나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강력한 노화 유전자로 HLA-DQA1, LPA, CHRNA, APOE, CDKN2A/B, SH2B3, FOXO3A 등 7개의 유전자를 찾았는데 이는 면역이나, 치매, 심혈관질환 등과 관련된 유전자였다.

이들 유전자의 변이에 따라 약 0.6~0.7년 정도 수명이 차이 난 것이다. 이 연구는 과학잡지인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에 발표됐다. 이들 유전자를 거꾸로 보면 심혈관질환, 암 면역질환, 치매 등이 결국 수명 단축 요인인 것이다.

노화 또는 장수와 관련된 유전자 연구는 대표적인 장수유전자들이 음식과 환경에 의해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보는 후성유전학적 연구들로 이어졌다.

연구에 따르면 대표적인 장수유전자인 시트루린(SIR2)은 체내의 대사 조절, 스트레스 저항성 증가, 체내 에너지양 조절, DNA 손상 방지 등을 통해 당뇨병, 염증, 신경계 퇴행성질환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2009년 미국 위스콘신국립영장류연구소(WNPRC)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칼로리를 30% 낮춘 원숭이 집단이 수명이 길었을 뿐 아니라 암, 심장질환, 당뇨병 같은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낮았다고 보고했는데 이때 관여한 유전자가 바로 시트루린 유전자였다.

또 다른 장수유전자로 알려진 폭소 유전자(FOXO3)는 동서양인 관계없이 100세 이상 초고령 노인들에서 이 유전자의 변이가 발견되곤 한다. 폭소 유전자도 세포주기와 당 대사, 에너지 항상성을 조절하고 손상된 DNA를 복구하며 산화스트레스와 염증을 줄인다. 노화를 해결한다고 해서 ‘마스터 유전자’로도 불린다.

실제로 세계적인 장수 마을로 알려진 오키나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폭소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이 유전자의 특정 변이가 있는 그룹에서 사망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일본인만 그런 것이 아니라 폭소 유전자는 모든 인종에서 장수를 유도한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이 유전자의 변이가 없어도 특정 음식을 먹으면 똑같이 장수한다고 밝혔다. 그 원동력은 바로 ‘오키나와 전통식단’이었다. 장수유전자 존재 못지않게 그 유전자를 더욱 강화하는 식단도 중요한 것이다.

아직까지는 유전자만 갖고 자신의 기대수명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질병을 조기 진단하거나 미리 예측·예방해 실제 그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 무병장수로 나아가는 필요조건이다. 따라서 유전자 분석의 발전은 건강 100세 시대를 다가오게 할 가장 확실한 무기가 되는 것이다.

또 유전자는 결코 운명이 아니다. 좋은 음식과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끝없이 유전자를 건강하게 하는 후성유전학의 발전 역시 인류를 보다 지혜롭게, 보다 오래 살게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