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MRI검사, 부피 말고 ‘질감’변화 분석…“알츠하이머병 더 빨리 보인다”
뇌 MRI검사, 부피 말고 ‘질감’변화 분석…“알츠하이머병 더 빨리 보인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8.0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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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팀 연구결과 발표
뇌의 해마 등 부위별 질감수치 추출해 ‘복합질감지표’ 개발
기존 해마 용적지표보다 알츠하이머 더 정확하고 빠르게 예측

기억력저하 등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완치방법이 없다. 그나마 유일한 해결책은 조기에 발견해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특히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전 단계로 치매 예방의 골든타임으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경도인지장애환자 중에서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을 앓게 될 환자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큰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이 가운데 국내 의료진이 뇌 MRI검사 시 알츠하이머병을 기존보다 더 정확하고 빠르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이수빈 연구원, 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이현나 연구원)이 MRI 영상신호 강도의 공간적 분포 변화에서 추출한 ‘복합질감지표’를 이용했을 때 경도인지장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되는 환자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알츠하이머병은 뇌세포 안에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불량단백질이 쌓이면서 뇌가 서서히 위축돼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위해서는 보통 뇌 MRI 영상검사상 위축소견이 있는지 관찰한다. 알츠하이머병 경과에 따라 뇌 용적이 줄고 모양이 변형되며 대뇌피질 두께가 얇아져서다. 하지만 이러한 뇌의 구조적 변화는 이미 치매증상이 발현된 후에야 뚜렷하게 나타나 조기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로서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김기웅 교수팀은 MRI에서 관찰되는 영상신호 강도의 공간적 분포도가 뇌 용적, 모양, 두께의 변형보다 신경세포의 소실 및 변화를 조기에 반영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이 공간적 분포를 ‘질감’이라는 지표로 산출했다.

특히 김기웅 교수팀은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부터 변화를 보이는 뇌의 해마, 설전부, 후측 대상피질로부터 부위별 질감수치를 추출해 이를 아우르는 ‘복합질감지표’를 새롭게 개발, 알츠하이머병을 더 조기에 감별할 수 있을지 살펴봤다.

3년간 경도인지장애 상태를 유지한 환자 113명과 기저 평가 1-3년 후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된 초기 경도인지장애 환자 40명의 데이터를 이용해 세 가지 지표(해마 용적, 해마 질감, 복합 질감)의 알츠하이머병 예측력을 비교 평가한 표. 복합 질감 지표의 곡선하면적(AUC)이 0.817로 가장 우수한 예측력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AUC가 1에 가까울수록 정확도가 높다.
3년간 경도인지장애 상태를 유지한 환자 113명과 기저 평가 1-3년 후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된 초기 경도인지장애 환자 40명의 데이터를 이용해 세 가지 지표(해마 용적, 해마 질감, 복합 질감)의 알츠하이머병 예측력을 비교 평가한 표. 복합 질감 지표의 곡선하면적(AUC)이 0.817로 가장 우수한 예측력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AUC가 1에 가까울수록 정확도가 높다.

연구팀은 3년간 경도인지장애 상태를 유지한 환자 113명과 기저 평가 1~3년 후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한 초기 경도인지장애 환자 40명, 평가 1년 이내에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한 말기 경도인지장애 환자 41명의 데이터를 이용, 곡선하면적(AUC) 수치를 사용해 세 가지 지표(해마 용적, 해마 질감, 복합 질감)의 알츠하이머병 예측력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복합질감지표는 그간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 뇌영상 지표로 이용됐던 해마 용적에 비해 더 정확하고 빠르게 알츠하이머병 발병을 예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 시작 후 3년간 경도인지장애 상태를 유지한 환자와 1~3년 내에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한 초기 경도인지장애환자를 비교 분석했을 때 복합질감지표의 곡선하면적(AUC)은 0.817로, 해마 용적 지표의 0.726보다 우수한 예측력을 보였다.

김기웅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진단과정에서 많이 사용되는 자기공명영상(MRI)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에 비해 비침습적이고 촬영비용도 낮은 편이지만 치매로 인한 병변을 발견할 수 있는 시점이 느리다는 것이 단점”이라며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새로운 텍스쳐 지표를 이용하면 기존 지표들에 비해 대뇌 병변을 훨씬 더 빠른 시기에 발견할 수 있어 MRI 검사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는 MRI 검사를 이용해 마련하고 검증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는 뇌 MRI 영상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뇌의 용적, 모양, 피질 두께와 함께 질감정보까지 심화 학습시켜 인공지능을 통한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 기법이 크게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웅 교수는 향후 알츠하이머병 이외에 치매를 유발하는 다른 뇌 질환이나 정신장애를 진단하는 데에도 질감지표를 활용할 수 있을지 검증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J Psychiatry Neurosci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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