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균이라는 말을 들으면 나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곤 한다. 과거에는 미생물이 일으키는 감염병으로 다수가 생명을 잃어서 강력한 항생제를 사용해 세균을 박멸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몸과 여러 환경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수많은 미생물은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존재다.
우리가 태어날 때 신체는 거의 무균 상태다. 하지만 출생과 동시에 어머니의 체액과 피부, 환경에서 신체로 옮겨 온 미생물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군락을 이루고 점차 성숙해 안정화된다. 이처럼 신체에 공생하는 미생물은 삶의 동반자이며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바쁜 생활로 간편식 및 가공식을 자주 먹고 고지방 식품과 설탕을 포함한 다양한 기능의 조미료, 착색제, 방부제 등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식품을 섭취한다. 식생활이 변함에 따라 소화기관에서 비롯한 새로운 현대 질병들이 발생하고 있다. 소화관내 염증성 질환부터 대사성 질환, 나아가 정신질환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 이러한 질병이 장내미생물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입증되면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 건강 관리에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 사람과 동물의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다양한 미생물을 말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신체의 다양한 질병과 상관이 있다고 밝혀지면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연구도 가속화되고 있다.
반려동물도 장내 미생물질이 개별 동물의 건강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입증됐다. 내장의 박테리아는 소화를 돕고 비타민을 합성하며 감염을 예방하고 면역체계에 영향을 준다. 또 여러 장기체계의 발달을 촉진시키면서 거의 모든 조직에 영향을 주며 다양한 질병과 연관성이 있다. 각종 만성 염증성 장질환, 변비, 원인 불명의 설사, 구토 등 다양한 소화기 증상 환자에게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이 깨져 있는 것이 확인된다. 이는 소화기 증상뿐 아니라 비뇨생식기, 피부 심지어 행동학적인 문제까지 영향을 미친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건강한 형성에는 흔히 건강 보조식품으로 복용하는 프리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은 다양한 유산균 제제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내 유익균은 프리바이오틱스를 소화하며 장에 영양을 공급하고 항산화, 항염증 물질들을 생성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익균 그 자체이며, 유익균을 체내에 심어 경쟁적으로 유해균의 비율을 낮추고 항균작용을 하는 물질을 분비한다.
체내에 서식하는 미생물 대부분은 건강 상태에 따라서 유해균으로 바뀔 수 있으므로 장내 미생물총의 건강한 구성이 중요하다. 장내 미생물을 통제할 수 있는 장내 환경을 유지해야 건강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보존할 수 있다. 장내 환경은 스트레스, 호르몬 등 내인성 인자와 음식물, 약물, 외래 미생물 등 외인성 인자 때문에 변화될 수 있다. 그러므로 반려동물도 주변 생활환경의 변화와 같은 스트레스 요인을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대부분 식품이 장내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음식을 사려 깊게 선택해서 급여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마이크로바이옴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연구자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사용하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이러한 치료적 접근법으로는 식이요법, 생균제나 프리바이오틱스 사용, 대변 마이크로바이옴 이식이 있다. 이러한 치료법은 현재 위장관 질환에 사용되지만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된 비위장관 질환들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아직 반려동물 의료 분야에서는 이에 따른 연구가 초기 단계에 있으나 곧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될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이 신체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반려동물의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 형성을 위해 오늘부터라도 바로 노력해보는 것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