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독감치료제 먹고 설사로 고생했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독감치료제 먹고 설사로 고생했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0.1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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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김민서(가명) 어린이, 약 나왔습니다. 배탈이 났었나 봐요?”

민서는 6세 여자아이입니다. 평소에 씩씩하고 활발한 친구인데 오늘따라 축 처져서 기운이 없어 보입니다. 설사로 고생했는지 통통했던 볼이 수척해졌어요.

“네, 지난 주말 열이 심하게 나서 응급실에 갔다 왔는데 글쎄 독감이래요. 독감약 OO플루 현탁액을 먹고 열은 내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장염이 다시 왔는지 밤새 설사를 심하게 했어요.”

엄마도 밤새 잠을 설쳤는지 피부가 까칠해 보였어요.

“그랬군요. 고생하셨어요. 이번 설사는 독감 때문에 발생했을 수도 있지만 OO플루 현탁액 때문에 생긴 것일 수도 있어요.”

“그래요? 약 받을 때 그런 이야기는 없었는데요. 그냥 아이만 잘 관찰하라고 해서…… 그럼 약을 끊어야 하나요?”

“아뇨. 독감약은 5일 요법으로 마무리해야 해요. 일단 소아과에서 위장약을 처방해 주셨으니 약을 복용해보고 상태를 살펴봐 주세요. 수분, 당분, 미네랄 섭취도 충분하게 해 주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어느새 지나가고 찬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기온 차가 큰 환절기가 되면 알레르기와 감기환자들이 많아지지요. 병원, 약국도 덩달아 바빠집니다.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질환으로 으슬으슬 춥고 열이 나며 두통, 몸살이 있죠. 알레르기는 면역 과민반응 때문에 나타나며 콧물, 코막힘, 재채기, 가려움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감기는 잘 쉬면서 증상에 따라 약을 복용하면 일주일이면 낫지만 알레르기 증상은 계절이 지나가기 전까지 계속 증상이 유발되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독감의 의미는 ‘독한(毒) 감기(感)’지만 일반 감기와는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증입니다. 전신증상인 발열이 심하고 두통, 몸살, 피로감, 기침, 인후통, 코막힘 등이 격렬하게 나타나죠. 특히 아이들은 메스껍고 토하며 설사하는 등 위장관 증상도 나타납니다.

감기는 약을 먹지 않고 잘 쉬기만 해도 나을 수 있지만 독감은 독감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해서 치료해야합니다. 독감 자체보다는 같이 오는 합병증이 더 무섭기 때문입니다. 독감의 합병증은 폐렴, 중이염 등 호흡기 증상뿐 아니라 심근염, 심낭염 등 심장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25만~50만명이 독감 때문에 사망할 정도로 사망률도 높은 편입니다. 이처럼 독감은 한 번 걸리면 심한 증상으로 괴롭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독감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은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유행 시기에 앞서 예방접종을 하는 것입니다. 독감은 일반적으로 12월~3월까지 유행하기 때문에 예방접종은 늦어도 11월 2주까지는 끝내야 합니다. 사실 안전한 것은 10월 중순까지 끝내 놓는 것이죠.

단 감기에 걸려 열이 나거나 신체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접종할 수 없기 때문에 노약자나 어린이, 임신부는 시기를 잘 선택해야합니다. 임신부의 경우 불활성화 백신만을 사용해야 합니다. 국내 백신은 일부 연령대를 제외하고는 불활성화 백신을 사용하기 때문에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그래도 접종할 때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겠죠?

세계보건기구(WHO)가 그해 유행할 것으로 예측한 인플루엔자 유형을 발표하면 제약회사들은 백신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A형 두 종류와 B형 한 종류가 들어 있는 ‘3가백신’은 정부에서 무료로 접종하고 있으며 A형 두 종류와 B형 두 종류가 들어 있는 ‘4가백신’은 전액 본인 부담으로 맞아야합니다.

독감 예방접종 이후에는 3시간 정도 혹시 모를 증상 발현에 주의를 기울이고 3일 정도는 무리하지 않도록 합니다. 이렇게 예방활동을 했다고 해서 독감에 안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 예측이 틀리거나 해당 지역에 종류가 다른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독감에 걸리게 됩니다. 이때는 독감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독감치료제는 흡입치료제인 자나미비르(리렌자)와 주사제인 페라미비르(페라미플루), 그리고 오세타미비르(타미플루)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성분은 오세타미비르로 ‘타미XX’ ‘OO플루’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자나미비르는 7세 이상부터 사용하며 페라미비르는 2세부터 맞을 수 있지만 주사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생후 2주 이상 전 연령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오세타미비르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독감치료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독감치료제는 증상이 나타나는 48시간 이내 투여를 시작해야합니다. 독감 유행시기에 열이 나기 시작하면 빨리 병원에 가서 독감검사를 해봐야 하는 이유지요. 또 1회 요법 주사제 페라미비르(페라미플루)를 제외하고 자나미비르(리렌자)와 오세타미비르(타미XX, OO플루)는 1일 2회 5일 요법 사용이 권고됩니다.

독감치료제를 3일 정도 복용하면 바이러스 억제효과로 인해 증상이 완화됩니다. 많은 분들이 이때 약을 중단하기도 하는데 이러면 남은 바이러스가 다시 증식할 우려가 높습니다. 약화된 바이러스가 독감증상을 다시 일으키지 않더라도 내성을 획득해 다음 독감에 걸렸을 때 독감치료제가 효과가 없을 수 있고 호흡기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우려가 높습니다. 자신과 타인을 위해서라도 독감치료제 복용기간은 꼭 지켜주세요.

독감에 걸렸지만 독감치료제 복용을 거부하는 분들은 대부분 환각, 섬망 등 신경정신계 이상반응이 무섭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저도 약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오세타미비르 현탁액을 복용한 후 ‘악몽을 꾸거나 소리를 지른다’는 아이들을 종종 봤습니다.

하지만 이 증상이 항바이러스제 때문인지 고열을 수반하는 독감증상의 일종인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증상은 청소년 이하 어린이에서 자주 나타난다고 알려졌지요.

독감치료제를 복용했더라도 증상이 완화되는 데는 3일 정도 소요됩니다. 따라서 이 기간에는 절대 환자가 혼자 있지 않도록 보호자께서 각별히 신경 써주세요.

사실 필자가 약국에서 가장 흔히 본 부작용은 바로 위장장애입니다. 일반적으로 메스껍거나 구토하는 증상을 호소합니다. 복통과 설사를 동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위에 민서도 바로 이런 부작용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한 경우입니다.

사실 타미플루 설명서에는 구역, 구토가 확실한 부작용(발생률이 위약과 9% 차이)으로 돼 있지만 설사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발생률이 위약과 별 차이가 없음) 표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임상에서는 간혹 나타나는 부작용이지요. 혹시 위장장애가 발생한다 해도 약을 중단하지 마시고 병원에 문의해주세요. 상황에 따라 위장운동조절제나 지사제가 처방될 것입니다.

또 하나 잘 알려지지 않은 오세타미비르 부작용 중 하나가 바로 ‘저체온증’입니다. 오세타미비르 복용 환자에게 흔히 듣는 말 중 하나가 약을 복용하면 고열이 뚝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환자들은 해열제로도 효과가 없던 열이 뚝 떨어진다며 효과가 정말 좋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작용은 바이러스 억제효과 때문에 나타난다고 볼 수 있지만 오세타미비르가 체온 중추에 작용해서 체온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약 복용 후 저체온이 올 수 있는데요. 잦은 빈도는 아니지만 실제로 항바이러스제 복용 후 저체온 부작용이 보고 되고 있습니다. 특히 독감은 고열을 동반해 비 스테로이드성 항염진통제와 아세트아미노펜을 교차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저체온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되겠습니다.

만일 약을 복용한 뒤 ▲오한이 심해지고 ▲피부가 창백해지며 ▲자꾸 자려고 하거나 정신을 못 차리고 ▲말을 똑바로 하지 못하며 ▲어지러워하거나 ▲자극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담요 등을 덮어 보온을 유지하고 따뜻한 물을 복용하게 해 주세요.

또 추가적으로 약을 복용하기 전 병원에 방문해서 상태를 점검받아야합니다. 이렇게 보온을 유지하는데도 저체온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신속하게 응급실을 방문해야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독감치료제. 2018년 말 새로운 독감치료제인 발록사비르(조플루자)가 FDA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올해 한국에서는 3상 임상에 돌입했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발로사비르는 1회 복용만 하면 되고 신경정신계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차세대 독감치료제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발매된 일본에서 발록사비르 내성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어 전망이 무조건 밝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아직까지 전 연령대에 사용할 수 있는 독감치료제는 오세타미비르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약이든 부작용이 없지는 않습니다. 부작용을 얼마나 알고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죠.

특히 약은 건강 회복을 위해 복용하는 것인 만큼 ‘카더라’ 통신이나 ‘공포만을 유발하는 정보’는 피하셔야 합니다.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꼭 의사, 약사와 상의하시는 것 잊지 말아주세요.

※ 참고

본문에 제시된 환자와의 대화는 이해를 돕기 위해 극적 재구성 된 것입니다.

※ 참고문헌

Lauralee Sherwood, 《인체 생리학 제9판》, 강명숙 외 21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2016

J.G.Salway, 《한눈에 알 수 있는 의학생화학》, 백영환, 범문에듀케이션, 2013

《성인 예방 접종 안내 – 임신부 편》 대한감염학회

《약물 백과 - 인플루엔자 백신》 약학정보원

《Oseltamivir, an anti-influenza virus drug, produces hypothermia in mice.》 Ono H, Nagano Y, Matsunami N, Sugiyama S, Yamamoto S, Tanabe M. Biol Pharm Bull. 2008 Apr;31(4):638-42.

《The anti-influenza drug oseltamivir evokes hypothermia in mice through dopamine D2 receptor activation via central actions》 Akihiro Fukushima Arisa Fukuia Yuki Takemura Yasuhiro Maedac Hideki Ono Journal of Pharmacological Sciences Volume 136, Issue 1, January 2018, Pages 39-41

《Reduction in Sympathetic Nerve Activity as a Possible Mechanism for the Hypothermic Effect of Oseltamivir, an Anti‐influenza Virus Drug, in Normal Mice》 Hideki Ono Yui Iwajima Yuko Nagano Kaori Chazono Yasuhiro Maeda Masahiro Ohsawa Shohei Yamamoto BCPT Volume113, Issue1 July 2013 Pages 25-30

‘작년보다 빨라진 독감유행…최선의 대비책은 ‘예방접종’’ 헬스경향 2018년 11월 30일 기사

‘독감 예방주사 맞아야 하나요?’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2018년 10월 1일 기사

‘새 독감 치료제 발록사비르, FDA 승인’ 메디칼옵저버 2018년 10월 26일 기사

‘타미플루 복용 중단하면 바이러스 내성 위험’ 한경헬스 2018년 12월 29일 기사

‘"항바이러스제 많이 쓴다고 내성 안 늘어"’ 의협신문 2010년 2월 23일 기사

‘새 독감치료제 ‘발록사비르’, 한국에서도 3상 임상 착수’ 청년의사 2019년 1월 5일 기사

※ 참고사이트

https://webmd.com/

www.samsunghospital.com

https://www.nlm.nih.gov/

https://dailymed.nlm.nih.gov/

https://www.drugs.com

약학정보원 홈페이지 https://www.healt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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