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환자의 외로움까지 따뜻하게 안아드리겠습니다”
“유방암환자의 외로움까지 따뜻하게 안아드리겠습니다”
  • 최준호 기자 (junohigh@k-health.com)
  • 승인 2019.10.2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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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명의 정상설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 암병원장

유방암은 선진국형암이라는 별명이 있다. 생활여건이 좋을수록 발병률이 늘어나는 역설적인 현상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15초마다 한 명의 여성이 유방암을 진단받는다고 하고 국내에서도 여성 암 발병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행히 유방암은 유일하게 완치 가능한 암으로도 불린다. 특히 1기 유방암은 5년 생존율이 97%에 달할 만큼 생존율이 높다. 하지만 재발률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치료 이후의 관리도 중요하다.

여기에 단순치료를 넘어서 환자의 삶까지 치유해야한다는 일념으로 유방암 퇴치에 힘쓰는 의사가 있다. 10월 유방암의 달을 맞아 정상설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 암병원장을 만났다.

정상설 병원장은 “여성이 아프다는 것은 가정이 아픈 것이고 나아가 우리나라가 아픈 것이다”라며 “여성이 귀하게 여겨지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한다”고 전했다.
정상설 병원장은 “여성이 아프다는 것은 가정이 아픈 것이고 나아가 우리나라가 아픈 것이다”라며 “여성이 귀하게 여겨지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한다”고 전했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오래 노출될수록 유방암 위험↑

유방암은 모유를 생산하는 ‘유엽’과 유두와 유엽을 잇는 ‘유관’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주로 40~5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여성의 발병률도 높아졌다. 이는 유방암의 주원인인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진 탓이다.

“유방암의 여러 가지 원인 중 가장 많은 연구가 진행됐고 의견의 일치를 보이는 요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입니다. 에스트로겐은 생리시작 후 난소가 활발해지면서 생성되고 유방세포의 증식과 분화에 관여하게 됩니다. 에스트로겐이 여성의 유방을 만들기도 하지만 유방암 세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즉 여성이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방암 발생위험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에스트로겐 노출기간이 늘어나는 요소는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 폐경 후 장기간 여성호르몬제 투여, 출산하지 않거나 늦은 첫 임신 등이 있다. 또 고지방, 고칼로리의 서구화된 식습관 및 지나친 음주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진다.

정상설 병원장은 “에스트로겐은 여성을 여성답게 해주고 건강하게 해주는 꼭 필요한 호르몬이지만 유방암에서만큼은 아니다”라며 “여성호르몬제 투여는 전문가와의 상담으로 골다공증 혹은 심장에 관한 문제 등 좋은 영향을 미치는 여성호르몬의 효과와 유방암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 균형적으로 이뤄져야하고 그 외에는 운동과 자연물을 통해 호르몬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더불어 “에스트로겐은 난소뿐 아니라 체지방에서도 생성되기 때문에 체지방이 많으면 에스트로겐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져 생활습관 조절을 비롯해 체중관리에 철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기검진 위해 증상인지와 자가검진은 필수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평소 유방암의 대표증상을 알고 자가검진을 습관화해야한다(하단 TIP 참고).

유방암의 증상으로는 멍울을 비롯해 유두분비물, 유방피부 및 유두변화가 있다. 멍울은 유방을 만졌을 때 딱딱하고 표면이 울퉁불퉁하며 잘 움직이지 않는다. 유두분비물은 주로 한쪽 유방에서 여러 개의 유관이 아닌 하나의 유관에서 피가 섞인 형태로 나온다. 피부 및 유두변화는 피부가 짓무르거나 딱지가 생기고 유두가 함몰된 형태로 나타난다.

“유방암을 의심하는 사람들의 80%는 유방에 통증이 느껴져 병원을 방문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유방통증은 호르몬의 영향일 뿐 유방암이 원인은 아닙니다. 유방암 환자의 5%정도만이 유방에 통증이 있고 나머지는 아프지 않은 멍울이 생깁니다. 이 멍울을 평소 자가검진을 통해 확인하는 것을 습관화해야합니다.”

정상설 병원장은 “문제는 우리나라 대다수 여성은 유방이 딱딱한 치밀유방이라 멍울을 만져도 정상조직과 암조직을 구분해내기 쉽지 않다”며 “생리 전후 혹은 목욕 후 유방이 부드러워졌을 때 자가검진을 습관화해 유방의 단단한 부위와 부드러운 부위를 파악하고 있어야한다”고 조언했다.

■유방은 여성의 상징...최대한 보존해야

유방암 수술법은 전절제술과 부분절제술로 나뉜다. 전절제술은 말 그대로 유두를 비롯한 유방 전체를 제거하는 반면 부분절제술은 암세포가 있는 부분만을 제거해 유방의 원래 형태를 대부분 유지할 수 있다. 두 수술법의 생존율은 같다.

“초기에는 암세포의 개수나 분포와는 상관없이 유방 전체를 제거해야 치료가 잘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 부분에 생긴 암세포 때문에 굳이 유방 전체를 절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죠. 게다가 20년 동안의 추적검사를 통해 전절제술과 부분절제술의 생존율에는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생존율은 차이가 없지만 수술법은 환자의 암세포 상태(개수, 크기, 분포도 등)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암세포가 젖꼭지와 가깝거나 여러 군데 곳곳이 분포하면 전절제술이 선택된다. 부분절제술은 방사선치료가 필수적으로 병행되는데 나이가 많은 여성의 경우 노화로 인해 장기가 약해져 있을 가능성이 커 전절제술을 시행한다.

정상설 병원장은 “유방은 여성의 정체성이다”라며 “환자의 상태가 괜찮다면 기본 수술법은 부분절제술이 돼야한다”고 전했다.

정상설 병원장은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 암병원의 목표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범사에 감사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드는 것이다”라며 “이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상설 병원장은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 암병원의 목표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범사에 감사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드는 것이다”라며 “이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음까지 치유하는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 암병원

정상설 병원장은 2000건 이상의 유방암 수술, 국내 최초로 부분절제술 도입 등 유방암 치료에서는 정평이 나있다. 더불어 수십 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환자만을 생각하는 진료철학은 후마니타스 암병원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경희의료원 후마티나스 암병원은 개원 1주년 만에 2019년 상반기 기준 작년 대비 입원환자수 27.8%, 신환수는 38%, 수술건수는 20.2% 증가했다. 특히 유방암은 환자수와 수술건수 등의 지표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뛰어난 의술이 바탕이었겠지만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여러 치유프로그램이 한몫했다.

“치유프로그램에는 암환자와 보호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뷰티클래스, 힐링투어길, 마음치유(치유동물, 명상) 등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호흡재활프로그램이 환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소엽 신정균 작가를 초청해 환자들이 직접 ‘약글(붓글씨)’를 쓰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써보고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기도 했습니다.”

정상설 병원장은 “호흡재활프로그램이 얼마 전 (의료)수가가 책정됐다”며 나머지 재활프로그램도 사회적인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져야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재활프로그램은 모든 환자의 사회참여를 독려하기 위함입니다. 환자가 환자인 이유는 외롭기 때문입니다. 환자들은 수술 직후 가족, 사회로부터 고립되면서 큰 외로움에 빠집니다. 환자가 암으로 망가졌다고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되고 건강한 사람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야합니다. 단순 치료를 넘어서 환자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마음까지 치유하는 재활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하는 이유입니다.”

TIP. 유방암 자가검진법(도움말 및 그림=한국유방암학회)

​유방암 자가검진법(사진출처=한국유방암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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