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척추 굳는 ‘강직성척추염’, 진단·치료 지연 심각
점점 척추 굳는 ‘강직성척추염’, 진단·치료 지연 심각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0.3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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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첫 번째 금요일 ‘강직성척추염의 날
대한류마티스학회, 진단 실태 조사결과 발표
조기 정확한 진단·치료 시 척추 강직 막을 수 있어
대한류마티스학회는 류마티스질환에 대한 인식증진을 위해 매년 골드링캠페인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강직성척추염의 조기발견과 치료를 앞당기기 위해 매년 11월 첫 번째 금요일을 ‘강직성척추염의 날’로 선포, 올바른 정보를 알리는 데 고삐를 바짝 당겼다.

목이나 허리의 뻣뻣함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 흔히 관절문제라 여기고 일단 정형외과를 찾고 본다. 하지만 이는 강직성척추염의 대표적인 위험신호다. 과거보다 질환에 대한 인식은 많이 높아졌어도 여전히 강직성척추염환자들은 제때 진단·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대한류마티스학회가 ‘강직성척추염의 날(매년 11월 첫 번째 금요일)’을 앞두고 발표한 ‘강직성척추염 진단 실태’ 조사결과(강직성척추염환자 1012명 대상)에 따르면 환자들이 평균 3년이나 넘게 병을 정확하게 진단받지 못하고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척추통증 외 다양한 증상 나타나 혼란

강직성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침범해 점차 척추마디가 굳어 변형되는 류마티스질환이다. 주로 10대 후반에서 30대 젊은 나이에 발병해 점점 병이 진행되기 때문에 오랜 시간 환자에게 신체·정신적 부담을 줄 수 있다.

강직성척추염환자는 지난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2010년 3만1208명→2018년 4만3686명). 하지만 환자 대다수는 오랜시간이 지난 뒤에야 강직성척추염을 진단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류마티스학회의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이 강직성척추염을 정확하게 진단받지 못하고 진료과를 전전하는 ‘진단 난민’ 기간은 평균 39.78개월, 즉 약 3년이 넘게 소요됐다.

강직성척추염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초기증상이 척추 중심으로 나타나 환자 대부분이 허리디스크 같은 단순 근골격계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 심지어 그 통증마저도 당장 병원을 가야 할 정도로 심하지 않아서 참고 견디는 환자들이 많다.

또 강직성척추염은 아침에 허리의 뻣뻣함이나 통증이 심한데 활동하기 시작하면 불편감이 약해지거나 사라져 문제가 있다고 의심하기 어렵다. 척추 외에도 특히 엉덩이뼈에 통증이 흔히 나타나며 무릎이나 발목, 팔꿈치 등 다른 관절에도 통증이 발생해 정형외과를 가장 먼저 찾게 된다. 이번 조사결과에서도 환자들의 60% 이상은 정형외과를 찾았으며 류마티스내과를 찾은 환자들은 18.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척추관절염연구회 김혜원 총무는 “강직성척추염의 진단·치료시기가 늦어지면 척추가 굳어 움직이는 데도 큰 문제가 생긴다”며 “하지만 조기에 치료받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통증은 물론, 척추 강직을 막아 얼마든 평범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염증수치가 높고 골극이 이미 발생한 환자라면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강직성척추염은 관절에 증상이 국한되는 근골격계질환과 달리 전신에 염증을 유발하는 류마티스질환으로 의심증상이 발생하면 류마티스내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한다.

전신 피로감 심하고 고혈압 등도 동반

강직성척추염은 염증이 척추 외에도 다른 신체부위에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여러 가지 동반증상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특히 전신 피로감이 심하며 염증이 눈에 잘 발생해 환자의 30~40%가 포도막염 같은 안과질환을 동반한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환자의 59.8%가 전신피로를 느꼈다고 답했으며 환자의 25.2%는 포도막염을 동반했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같은 내과적 동반질환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이번 조사결과 환자들이 앓고 있는 동반질환은 고혈압(20.7%) 고지혈증(14.0%) 당뇨병(6.4%) 순으로 나타났으며 이 보유비율은 진단 및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높았다.

대한류마티스학회 김현숙 홍보간사(순천향대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전신 피로, 포도막염 등은 다른 근골격계질환과 강직성척추염을 구분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이번 조사에서 40대 이상에서 내과적 동반질환 보유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된 만큼 강직성척추염을 조기 발견해 동반질환에 대비한 전반적인 건강관리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약물치료 꾸준히, 운동은 규칙적으로

강직성척추염은 최대한 빨리 치료를 시작해 척추 및 다른 관절의 통증을 줄이고 변형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기본적인 치료는 약물치료로 먼저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소염진통제로 치료를 시작한다. 이렇게 3개월 이상 치료해도 호전이 없으면 염증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인 TNF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한다.

대한류마티스학회 홍보위원 박경수 교수는 “생물학적제제는 염증세포들을 효과적으로 없애 척추뿐 아니라 척추 외 증상에도 좋은 효과를 보이는데 이 염증세포들은 외부 세균을 방어하는 역할도 해서 결핵 등에 감염될 위험이 증가한다”며 “따라서 생물학적제제를 쓰기 전 결핵 유무에 대한 사전검사를 시행하고 환자의 동반질환도 고려해 가장 안전하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물학적제제는 대부분 고가이지만 다행히 강직성척추염의 경우 산정특례제도 혜택을 받아 치료부담을 줄일 수 있다. 병을 확진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신청하면 확진일부터 5년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강직성척추염환자는 스트레칭, 수영 등 스스로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관절을 꾸준히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꾸준한 약물치료 못지않게 규칙적인 운동도 중요하다. 운동은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고 관절을 원활하게 움직임으로써 통증은 물론 척추 강직도 막을 수 있다.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고 자전거 타기, 배드민턴 등을 관절이 다치치 않는 범위 내에서 하루 20~30분 정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하루 40~50분 정도 수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흡연은 척추변형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이유를 막론하고 반드시 금연해야한다. 흡연하면 강직으로 인한 폐활량이 감소하고 폐에 나쁜 영향을 끼치며 염증도 잘 낫지 않는다.

대한류마티스학회 박성환 이사장(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은 “강직성척추염은 환자 스스로 일찍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관련 정보를 숙지하고 골든타임 내 치료한다면 얼마든지 활기찬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한창 활발히 활동할 젊은 나이에 발생하고 평생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하루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질환 인식 증진과 관련 교육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채지영 홍보위원(분당제생병원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은 “강직성척추염은 조기발견과 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질환임에도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웠다”며 “이번 자리를 통해 강직성척추염의 올바른 정보들이 널리 알려져 많은 환자가 빨리 류마티스내과를 찾아 치료받고 활기찬 삶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TIP. ‘강직성척추염’ 바로 알기

1. 강직성척추염 체크리스트(도움말=대한류마티스학회)

※ 예라는 답변이 4개면 강직성척추염을 의심, 류마티스내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 허리(특히 엉덩이 부위)나 등의 통증이 40세 전에 시작됐습니까?

√  허리나 등의 통증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점 심해졌습니까?

√ 휴식을 취하면 허리나 등 통증이 나아지지 않고 움직이면 오히려 괜찮아집니까?

√  힌밤 중에 허리나 등이 아파 잠에서 깹니까?

√ 허리나 등의 통증과 함께 사지 말초 관절부위의 통증이 있습니까?

√ 안구 통증 및 충혈이 발생하는 포도막염을 경험한 적이 있거나 발뒤꿈치에 위치한 아킬레스 인대 부위에 통증이 있습니까?

2. 강직성척추염환자의 일상 속 관리법

 ■ 운동요령

 - 수영 : 접영 및 평영보다 자유형, 가능하면 매일(아침시간이면 더 좋음) 40~50분 정도 꾸준히, 적어도 1주일에 4일 이상

 - 자전거 타기, 배드민턴, 테니스 등은 관절이 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칙적으로 하기

 - 유도, 검도 등 충격 가능성이 높거나 볼링, 골프, 당구처럼 목과 등을 구부려야하는 운동은 피하기

 ■ 식사요령(아래 영양소 골고루 섭취 권장)

 - 칼슘 : 뼈를 구성하는 성분으로 관절 강화에 도움

- 비타민D : 칼슘 흡수를 도움

- 비타민A·C·D·E : 브로콜리, 해바라기씨, 녹황색채소, 연어

- 오메가3 : 참치, 연어, 다랑어

- 셀레늄(항산화제) : 콩, 정제 안 된 곡류, 조개, 참치 등

- 플라보노이드 : 적포도주, 늙은 호박, 양파, 상추, 고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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