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복병 ‘다발골수종’, 다양해진 치료제로 ‘희망’을 낚다
노년기 복병 ‘다발골수종’, 다양해진 치료제로 ‘희망’을 낚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1.15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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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의 꾸준한 등장…생존기간 연장 및 삶의 질 개선
5년 상대생존율 19.8%→41.9%…2배 이상 상승

#남편은 생전 감기 한 번도 안 걸릴 정도로 건강하던 사람이었는데 5년 전 갑자기 팔이 저리다고 해서 병원에 갔어요. 처음에는 목디스크라고 했는데 여기저기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해도 낫지를 않았죠. 결국 증상이 나타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정확한 병명이 ‘다발골수종’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후 대학병원에서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받고 차츰 나아졌는데 2개월 후 병이 재발하면서 쓰러져 걷기도 어려운 상태가 됐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마지막일 줄 알았던 남편이 키프롤리스 주사치료 후 지금은 정말 기적처럼 운전도 하고 캠핑도 가고 예전처럼 활기찬 일상을 즐기고 있습니다. 매번 병원 가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면서 병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다른 환우 분들도 이렇게 희망을 되찾으실 수 있으니 덜컥 치료를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발골수종환자를 남편으로 둔 서울 도봉구 조귀순 님 사례)

다발골수종은 고령층에서 발병률이 높은 희귀혈액암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뼈 통증, 빈혈, 피로감, 신장기능 이상 등이 나타난다면 다발골수종을 의심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다발골수종은 우리나라 전체 암 발생의 0.6%를 차지하는 희귀혈액암이다. 하지만 대한혈액학회 통계결과 다발골수종은 최근 30년간 30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나이가 올라갈수록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고령화시대 주목해야할 질환 중 하나다.

과거만 해도 다발골수종은 치료 자체도 어렵고 생존율도 낮은 암이라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좀 다르다. 다발골수종 역시 새로운 약제들이 꾸준히 개발, 치료옵션이 다양해지면서 환자들이 그야말로 새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층서 빈혈, 뼈통증, 신기능이상 등 나타나면 의심

다발골수종은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발병한다. 형질세포는 골수에 위치한 혈액 내 백혈구의 일종으로 본래 면역단백을 생산, 이를 통해 신체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증식한 형질세포(골수종세포)는 뼈 조직을 파괴해 뼈에 통증을 일으킨다. 또 뼈 안의 칼슘을 혈액으로 방출시켜 구토, 탈수, 의식저하, 피로감, 빈혈 등이 발생하고 심장과 신장에까지 피해를 입힌다. 면역세포가 상대적으로 저하되면서 폐렴이나 요로감염 등 세균감염증에도 취약해진다.

하지만 보통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증상이 없는 기간이 있어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다발골수종환자의 20%는 증상 없이 우연히 병을 발견한다고 알려졌다. 만일 고령층에서 설명할 수 없는 빈혈이나 신장기능이상, 뼈 통증 등이 있으면 정밀 혈액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다발골수종은 꾸준한 신약 개발로 상태에 따라 다양한 치료옵션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환자들은 의지를 갖고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다발골수종의 치료옵션이 다양해진 만큼 환자들은 의지를 갖고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경구제, 주사제 등 치료옵션 다양해져

다발골수종은 아직 완치가 어렵지만 그동안 신약들이 꾸준히 개발돼왔다. 일단 재발이 잦기 때문에 이 치료제들을 적절히 사용해 환자가 재발 없이 최대한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치료목표로 한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항암화학요법이다. 보통 경구약제로 치료를 시작하는데 이것으로 큰 효과를 못 본 환자들은 2차 옵션으로 주사제를 고려할 수 있다. 키프롤리스(성분명 카르필조밉)가 대표적으로 재발이 잦은 또는 기존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했던 다발골수종환자에서 우수한 생존기간 개선효과를 보인 것으로 보고됐다(이전에 한 가지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을 기존 치료제 대비 12개월 더 연장하는 효과 확인).

또 ASPIRE 연구에 따르면 키프롤리스는 레날리도마이드, 덱사메타손 등 기존 경구약제들과 병용해 사용하는 것(KRD요법)에서도 무진행 생존기간을 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RD요법)에 비해 9개월 더 연장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치료옵션이 다양해지면서 최근 다발골수종의 5년 상대생존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8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1996~2000년 19.8%였던 5년 상대생존율은 2012~2016년에는 41.9%로 2배 증가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김진석 교수는 “과거에는 다발골수종 치료 폭이 좁아 여러모로 치료에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생존기간을 연장하고 삶의 질까지 개선한 신약으로 치료가 가능해졌다”며 “고령환자도 의료진을 믿고 적극적인 치료의지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방법도 치료법 중 하나로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다발골수종의 주 환자층은 고령으로 수술에 따른 위험부담이 크다. 또 현재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은 70세 이하에서만 건강급여가 적용돼 다발골수종이 가장 호발하는 70대 환자에게는 정작 치료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다발골수종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 뚜렷한 예방법은 없다. 하지만 방사선이나 화학물질(중금속, 유기용매, 제초제, 살충제 등)에의 노출이 위험인자로 꼽혀 아주 적은 양이라도 이들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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