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화재로 연기 들이마신 반려동물, 진료가 필수인 이유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화재로 연기 들이마신 반려동물, 진료가 필수인 이유
  • 김성훈 24시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부장 |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12.1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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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부장
김성훈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료센터 부장

추운 겨울이 오면서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반려동물이 연기를 흡입하면 어떤 문제가 나타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연기흡입손상은 화재 발생 시에 생성되는 연소물질의 흡입으로 나타나는 기도와 폐의 손상을 말한다. 소량의 연기흡입은 일반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진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화재 연기에 특정 유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거나 장시간 연기를 흡입했을 땐 화상, 발작, 호흡곤란, 혼수를 포함한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연기흡입으로 코와 입 주변에 그을음이 있을 수 있으며 얼굴이나 몸통에 화상이 있거나 기침, 비정상적인 호흡음, 심한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다. 잠깐이라도 밀폐된 공간에서 화상을 입은 것만으로도 ‘연기흡입손상’ 환자로 간주해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연기흡입손상은 연기에 함유된 고온열기, 기도자극성 유독가스, 전신중독증 유발가스(일산화탄소, 시안화수소), 질식으로 호흡기계 또는 전신적 손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뜨거운 연기는 보통 빠르게 식기 때문에 폐가 아닌 구강과 인후에만 화상을 입힌다. 하지만 뜨거운 증기는 예외로 폐에 화상을 입힐 수 있다. 구강과 인후 화상은 공기흡입을 어렵게 할 수 있는 부종을 유발하며 기도폐쇄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화재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물질이 연소하면서 셀 수 없이 다양한 물질이 생성된다. 이런 물질은 반려동물이 흡입하면 기도점막을 자극하거나 손상해 후두나 기관지연축을 유발해서 공기 흐름을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주로 탄화물로 구성된 연기입자 자체가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숯검정 형태의 입자에 여러 가지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을 수도 있으며, 탄화물 자체도 기도점막에 닿으면 기도를 상당히 강하게 자극한다. 고온의 숯검정 입자는 직접적인 열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일반 가정화재에서 방출되는 가스에는 일산화탄소(CO)와 시안화수소(HCN)가 포함된다. 일산화탄소는 유기물질의 불완전 연소로 생성되는 무색, 무미, 무취의 가스다. 무자극성의 시안화수소는 기체 시안화물이며 폴리우레탄, 비닐, 플라스틱류, 비단 또는 모직물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들은 폐를 통해 흡수돼 각각 세포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체계와 헤모글로빈의 산소전달능력을 차단해 전신조직의 세포호흡을 차단하고 저산소증을 유발하며 최종적으로 다장기부전을 일으켜 환자를 죽게 한다.

마지막으로 연기흡입 환자는 질식 사망할 수 있다. 질식은 기도자극 물질이 일으킨 후두 또는 기관지연축으로 기도폐쇄가 생겼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또는 막대한 연소로 환자가 있던 공간의 공기 속 산소가 급속히 소진돼 발생할 수도 있다.

연기흡입이 의심돼도 처음에는 호흡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연기에 조금이라도 노출됐다면 반드시 수의사의 치료가 필요하다. 호흡곤란 등 연기흡입에 따른 임상증상은 연기에 노출된 후 24시간 동안 점진적으로 악화할 수 있다. 적극적이고 빠르게 치료해야 환자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고압산소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더욱더 효과적이며, 6시간 이상 지연됐을 때 그 효과는 현저히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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