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골다공증 치료, 획기적인 신약만으론 안심할 수 없다
[특별기고] 골다공증 치료, 획기적인 신약만으론 안심할 수 없다
  • 김상완 서울의대 보라매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ㅣ정리·최준호 기자 (junohigh@k-health.com)
  • 승인 2019.12.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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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완 서울의대 보라매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대표적 노인성질환 중 하나인 골다공증은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미래사회의 심각한 공중보건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골다공증재단(International Osteoporosis Foundation)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골다공증환자는 약 2억명으로 추산되며 이로 인한 골절이 3초에 1번꼴로 발생한다고 한다.

골다공증은 환자가 느낄 수 있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골절이 발생하거나 골밀도검사 등을 시행하기 전까지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골다공증에 대한 인지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환자들도 적다. 이런 현실에 비춰봤을 때 골다공증 잠재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골다공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92만647명 중 50세 이상 여성환자가 86만4677명으로 90%가 넘었다. 현재 국내 50세 이상 여성 3명 중 1명은 골다공증을 앓는다는 보고도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2017년 고령사회에 이어 2026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인구비율 20.8%로 추정)로의 진입이 예측되는 만큼 골다공증환자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골다공증 치료를 위해 선행돼야할 것은 무엇일까. 치료제도 좋지만 골절예방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990년대 중반까지 골다공증약제는 여성호르몬과 칼시토닌 정도였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골 생물학 연구의 눈부신 발전으로 골량을 조절하는 기전들이 규명되면서 획기적인 신약이 개발되고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중 오다나카딥(odanacatib)은 글로벌제약회사 머크가 개발한 신약으로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골절을 유의하게 줄이는 우수한 효과가 있었으나 뇌졸중 발생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발표돼 2016년 9월 개발이 중단됐다. 12년 이상의 개발기간과 1만60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된 임상시험 등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자됐지만 결국 실제 임상에서 사용하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다양한 약제가 출시돼 어떤 약을 먼저 사용해야 할지, 서로 작용이 다른 약을 병합하면 효과가 상승하는지 등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분명 골다공증 치료는 계속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골다공증은 골절위험을 증가시키는 질환으로 결국 골절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뇨병환자나 고혈압환자가 혈당강하제나 혈압강하제를 복용해 실명이나 신부전 같은 당뇨병 합병증 또는 뇌졸중 같은 고혈압 합병증을 방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골다공증환자는 낙상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골다공증 약제를 투여받아도 자주 넘어지면 약물치료의 의미가 없어진다.

일전에 학회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낙상사고를 막기 위해 호텔 샤워기 앞에는 앉아서 씻을 수 있도록 의자가 마련돼 있었고 욕조 옆에는 안전손잡이가 설치돼 있는 것을 보면서 일본사회가 노인을 배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2018년 9월 질병관리본부가 대한응급의학회와 함께 2010년에서 2016년까지 응급실 23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만 65세 이상 노인낙상환자 7만8295명 중 54%인 4만2287명이 자신의 집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 안 낙상사고의 절반은 침실과 거실에서 발생하는데 일어나다가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기 때문이다. 침실과 거실 다음으로 위험한 장소는 화장실이다. 바닥물기에 미끄러지기 쉽고 특히 야간이 위험하다. 게다가 노인 중에는 경제적문제나 습관으로 야간에 조명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많다. 이밖에 외부환경인 경사길이나 지하철계단, 횡단보도건널목의 턱 등도 낙상위험이 높다.

골다공증과 골절에 대한 비용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한골대사학회 조사결과 2007년에서 2011년 사이 골다공증 직접 진료비와 이로 인한 간접비를 모두 계산하면 1조원이 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노인인구의 증가로 인해 이 비용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증가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5월 프랑스 리용에서 개최된 유럽내분비학회에서는 특이하게도 내분비학이나 생명과학 전공자가 아닌 캐나다 맥길대학교 건축학과의 아비 프리드만 교수가 기조강연자로 초청됐다. 강연제목은 ‘운동기구로서의 도시와 집 설계하기(Designing cities and homes as exercise machine)’였다. 프리드만 교수는 비만이 개인의 식습관과 운동부족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사회적 문제임을 역설하였고 운동친화적 도시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골다공증과 골절도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극복하는 데 참여해야한다. 골절예방환경 조성을 위한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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