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후각장애, 수술 없이 ‘후각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다
[특별기고] 후각장애, 수술 없이 ‘후각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다
  • 김부영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l 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1.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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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후각문제로 병원 진료를 받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사진=의정부성모병원).

후각은 단순히 풍미를 증가시키는 기능뿐 아니라 독성물질 및 화재처럼 위험한 상황을 빨리 피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사회가 산업화, 현대화 되면서 상기도감염, 만성부비동염, 알레르기성비염 등에 의한 후각장애가 증가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도 후각장애 발병률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2014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 해 동안 2만6479명이 후각문제로 진료를 봤고 5만4925일 내원했으며 치료약값으로 8억7475만원을 사용했다. 일부 국내 대학병원 통계를 살펴보면 후각이상으로 진료를 본 연간 환자가 2014년 376명이었다. 후각질환이 암 같은 중증 또는 급성질환이 아닌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많은 수라 볼 수 있다.

후각장애는 일반적으로 전도성, 감각신경성, 혼합성으로 분류한다.

후각상피가 정상인 전도성과는 달리 후각상피나 상위의 후각전달계통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감각신경성과 혼합성 후각장애의 치료는 그 작용기전이나 효과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나마 현재는 경구 및 국소 스테로이드 투여가 시행되고 있고 다른 보조적인 치료로 비타민, 아미노필린(aminophylline), 테오필린(theophylline), 징크설페이트(zinc sulfate) 등의 약물요법이 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의 효과도 10~20% 정도에 그쳐 사실 그 어떠한 치료방법도 후각장애환자에서 높은 치유율을 보이는 것은 없다고 알려졌다.

그래도 임상적으로는 최근까지도 무후각의 경우 대부분 스테로이드로 치료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스테로이드 치료 이후 후각의 호전이 보이지 않으면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스테로이드 치료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에서도 약물치료가 끝난 후 호전상태가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경구 스테로이드의 장기 투여에 따른 부작용 때문에 계속 사용하기도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 많은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이러한 점 때문에 진료과정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후각장애는 환자를 도울 방법이 불투명한 질환이라는 것에 안타까워할 것이다.

김부영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이러한 상황에서 2009년 독일의 Hummel 교수가 발표한 연구결과는 희망을 안겨줬다. 인간의 후각신경계에 가소성(neural plasticity)이 있어 훈련으로 후각능이 향상되는 이론에 착안, 후각훈련법을 이용한 치료를 시도해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1회에 후각자극물질 4가지의 냄새를 종류별로 각각 10초씩 냄새 맡는 훈련을 아침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 1주간 지속하는 후각 자가훈련(olfactory training)을 시행했는데 놀랍게도 대조군에 비해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후각훈련방법은 의료비용이나 안전성 면에서 환자의 부담이 매우 적어 좋은 치료 방법이다. 최근 후각훈련효과를 검증한 논문에서도 상기도감염 후 후각이 소실된 환자들이 후각훈련 12주 후에 유의하게 후각능력이 향상됐다고 나와있다.

또 functional MRI 결과에서 훈련 전에는 후각과 관련 없는 대뇌 피질부분의 활동성이 모두 증가돼 있었는데 훈련 후에는 후각과 관련된 부분만 활동성이 증가해 뇌신경적으로도 가소성이 있음을 보여줬다.

2015년 Hummel은 후각훈련방법에 변화를 줬다. 이를 통해 12주까지 후각훈련 이후 후각 시약 종류를 다른 두 가지로 바꾸면 같은 시약으로만 훈련한 그룹보다 유의하게 후각 회복 정도가 증가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후각훈련은 이제 후각저하 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라는 것을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꼭 알아야한다. 본인도 지난 4년간 환자를 대상으로 후각훈련을 진행하고 있으며 실제로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현재 가장 선도적으로 연구 중인 독일 그룹에서는 후각훈련을 하루 2번, 아침 식전과 취침 전 시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각 시약을 10초 동안 맡고 다시 10초를 쉰 다음 향을 10초 맡는 것을 5분간 반복할 것을 권하고 있다.

독일 그룹의 시약은 phenyl ethyl alcohol(PEA rose), eucalyptol(eucalyptus), citronellal (lemon), and eugenol (cloves) 4가지를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각 시약의 선택은 1916년 독일 생리학자 Henning의 ‘smell prism’ 을 바탕으로 선택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후각 훈련과정을 의사가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시약을 농도별로 제작해 훈련의 효과를 더하고 있다. 단 국내에서 eucalyptus, cloves 등의 향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냄새라는 점에서 다른 친숙한 향으로 변화시켜 적용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후각훈련 시약이 제품화돼 나오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훈련 행위조차 의료수가 면에서 인정받지 못해 임상에서 효과가 입증된 치료인데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아래와 같은 훈련 프로토콜을 따라 후각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치료 전 후각역치, 후각인지검사, 주관적 설문지(VAS, NOSE), 내시경을 통한 비강 관찰,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통한 부비동 확인을 시행한 후 훈련을 교육하고 후각일지를 배분해 1, 3, 6개월 후 추적관찰한다.

4가지 시약은 하루 두 번 10초씩 맡도록 하고 시료 사이에는 1분간 쉬도록 한다. 특히 진료실에서 환자교육을 철저히 하고 후각일지를 배분해 치료의지를 향상시키면 효과를 높이는 데 더욱 도움이 된다.

후각훈련의 치료 효과적인 면은 최근 10년간 국제 논문 등을 통해 검증이 이뤄졌지만 국내 적용은 아직까지 수월하지 못한 상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후각훈련은 비침습적이고 경제적으로 환자들의 부담이 없다. 의료진의 환자교육과 치료 노력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국내에서도 보편화 될 수 있는 치료인 것이다.

김부영 교수는?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이비인후과를 대표하는 젊은 의료진으로 한국연구재단 기본연구지원사업 (2017년 국책사업)을 수주해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또 대한뇌내시경학회 학술이사(2019),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정회원, 대한이비인후과학술지 심사위원, 대한비과학회 정회원, 후각분과회원, 수면분과회원을 맡는 등 진료와 연구 및 학회에서 다방면으로 열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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