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절대 금연보조수단이 아닙니다”
“전자담배, 절대 금연보조수단이 아닙니다”
  • 최준호 기자 (junohigh@k-health.com)
  • 승인 2020.02.04 17: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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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혜숙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최혜숙 교수는 “전자담배가 연초보다 유해물질농도가 낮을지언정 몸에 해로운 것은 매한가지”라며 “게다가 니코틴만으로 폐가 손상된다는 사실도 밝혀졌기 때문에 전자담배에 대한 관대한 인식을 뒤집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전자담배가 금연보조제라는 인식은 국내에 만연하다. 영국은 아예 정부차원에서 연초(煙草)를 필 바에야 전자담배를 피우라고 권장하기도 한다. 그 기저에는 전자담배가 연초와 비교했을 때 더 안전하고 덜 해롭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렇다면 전자담배가 정말 금연의 보조수단이 될 수 있을까.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혜숙 교수는 “전자담배가 연초에 비해 더 안전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둘 중 어느 것이 좋은지 구분하려는 의미 없는 연결고리를 끊고 둘 다 건강에 해로우니 피우지 말아야한다는 올바른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금연은 말 그대로 담배를 끊는 것이다. 전자담배는 연초에 값비싼 기술력이 더해진 새로운 흡연방식일 뿐 금연보조제가 될 수 없다. 최혜숙 교수는 국내에서 누구보다 전자담배의 위해성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더불어 여러 학술포럼 및 언론을 통해 전자담배 관련 해외 논문을 소개하는 등 전자담배에 대한 관대한 인식을 바로잡고자 힘쓰고 있다.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액상형vs궐련형, 정말 니코틴만 흡연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자담배는 크게 액상형과 궐련형으로 나뉜다. 액상형은 니코틴과 프로필렌글리콜 및 글리세린 같은 식품첨가물, 가향물질(향료) 등이 포함된 액체를 끓여 연기를 만든다. 궐련형은 히트블레이드(가열부)로 담뱃잎에 열을 가해 연기를 만들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찐다’는 개념으로 익숙하다. 이 덕분에 니코틴만 흡연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오류가 있다.

우선 액상형이 만들어내는 연기에는 니코틴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최혜숙 교수는 “프로필렌글리콜 및 글리세린 등은 가열되면서 포름알데히드 같은 다양한 유기화학물을 생성하는데 이는 쉽게 말해 새집증후근을 유발하는 성분이고 가향물질도 동물실험결과지만 유해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속부분인 ‘코일’을 통해 액상을 가열하는 과정에서도 니켈, 실리카 등의 중금속이 연기에 섞인다”고 말했다.

담뱃잎을 쪄 연기를 낸다는 궐련형도 니코틴만 흡연할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이 역시도 잘못됐다. 일단 궐련형도 엄밀히 말하면 찌는 방식이 아니라 태우는 방식에 가깝다. 최혜숙 교수는 “흡연 후 담뱃잎과 필터를 잘라 확인해보면 내부가 까맣게 변해있고 히트블레이드에는 찐득한 진액이 묻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궐련형도 연초와 다를 것 없이 태우는 개념에 가깝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니코틴만 흡연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자담배, 폐건강과 암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전자담배가 더 안전하다는 잘못된 통념의 근거는 전자담배가 다른 유해물질 없이 니코틴만 흡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자담배가 니코틴만 흡연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정말 폐건강과 암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임신한 원숭이에게 니코틴을 주사하고 그 태아를 부검해보니 기관지의 비후화 및 섬유화가 진행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정상태아와 달리 기관지에 니코틴 수용체의 발현이 엄청났습니다. 이는 쉽게 말해 니코틴이 폐를 자극해 두껍고 딱딱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것이죠.”

게다가 니코틴은 암에 있어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최혜숙 교수는 “니코틴이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암의 진행, 전이, 침투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전자담배는 연초에 비해 유전자 변형의 정도와 범위가 연초보다 더 심하다. 최혜숙 교수는 “유해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오고 처리되는 과정에서 유전자가 변형되고 염증 혹은 암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또 암이나 염증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변형되면 면역체계가 무너져 그만큼 병에 걸리기 쉬워진다”고 말했다.

최혜숙 교수는 “금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의지”리며 “이를 위해서 평소 흡연이 건강상에 어떤 악영향을 초래하는지 정확히 인지해야한다”고 말했다.

■전자담배, 결코 금연의 대안 될 수 없어

일단 흡연은 급성폐손상 및 염증을 일으켜 각종 폐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대표적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부터 만성기관지염, 천식, 폐암 등이 있고 특발성 폐섬유화증의 위험인자로도 거론된다.

“전자담배가 폐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속속 밝혀지고 있지만 아직까진 전자담배가 연초흡연처럼 특정 폐질환을 유발하거나 위험인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전자담배가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장기적인 연구결과가 없기 때문이죠. 뒤집어 말하면 전자담배가 건강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는 것입니다.”

최혜숙 교수는 “금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개인의 의지와 동기부여”라며 “이를 위해서는 흡연으로 인한 폐해를 알고 전자담배도 폐건강에 안 좋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전자담배를 피우고 나서부터 연초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는 전자담배가 더 안전하다는 것이 사실이어도 금연의 보조수단이될 수 없는 이유다. 금연, 분명 어렵다. 거짓 금연으로 자신을 속이기보단 힘들어도 굳게 마음먹고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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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둔 2020-02-05 13:01:37
유해물질농도는 낮은데 더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이게 참 무슨말인지..

하루 2020-02-04 21:41:13
선생님 세상밖으로 나오셔서 인터넷을 한번 열어보세요 최선은 금연, 차선은 전자담배가 맞습니다 https://cafe.naver.com/ilovevape/1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