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난임부부의 고군분투 그림일기
마흔 난임부부의 고군분투 그림일기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2.04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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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신간] 오 베이비
Monee글·그림/김영사/236쪽/1만2800원
Monee글·그림/김영사/236쪽/1만2800원

기자는 90년대 생이다. 초등학생 시절 한 학년은 대략 450명 정도 됐고 한 반에 급우들은 35명에서 40명 정도로 많았다. 점심시간과 방과 후 운동장에는 학생들로 가득 차 내가 차고 있는 공이 친구의 공인지 남의 공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 초등학교 운동장을 방문하면 처량하기 그지없다. 아이들의 수가 줄어든 것이다. 날이 갈수록 치솟는 물가와 집값, 노후대비, 각박한 사회분위기 등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돼버린 것이다.

그래도 이 각박한 사회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함께 꿈을 꿔가기 위해 많은 이가 결혼이라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상대방과 닮은 아이를 낳아 아이의 옹알이하는 모습에 웃음 짓기도 하고, 청소년기 가파른 감정기복으로 서로가 상처 입고, 어느덧 사회인이 된 자식을 바라보며 대견함과 씁쓸함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 결혼이라는 단어가 가진 여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풍경을 바라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난임(難姙)부부다. 어려울 ‘난’에 아이 밸 ‘임’을 사용하는 난임이란 단어. 할 수 있지만 어려운… 이처럼 잔인한 단어가 어디 있을까.

국내 매년 난임치료를 받는 사람의 수는 20만명 이상으로 부부 7쌍 중 1쌍꼴이다. 이토록 난임은 수많은 이들과 관련이 있지만 사회에서는 특수한 경우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난임부부가 겪는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과배란, 채취, 수정, 배양, 이식하지만 거듭되는 실패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등 한 번씩 할 때마다 지쳐가는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부부는 스스로를 탓하며 침묵이 서로를 배려하는 것으로 오인해 소통이 단절되기도 한다.

이 책은 3년간 난임을 겪은 작가가 ‘우리만 이렇게나 힘든 걸까’ 하는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자 그리기 시작한 웹툰이다. 웹툰의 댓글에는 난임으로 말 못 할 슬픔과 아픔을 지닌 이들의 글귀와 응원의 메시지로 가득 찼다. 그리고 부부는 다시 한번 용기를 얻게 됐다.

이 책을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작가가 여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다. 남편이 자신보다 더 힘들어할 아내와 소통하기 위해 작성한 일종의 교환일기가 집필 배경이다. 일기를 교환하는 동안 부부는 서로를 다독이며 애틋한 마음과 사랑의 감정을 더욱 키워나갔다.

흔히들 난임의 반대말은 임신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부모가 되고자 함께 노력했던 둘만의 시간이 꼭 임신으로 연결되지 않아도 괜찮다. 희망과 사랑의 의미가 희미해진 이 시대에 지치고 절망스러워도 함께 이 난관을 해쳐나갈 수 있기에 이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부부가 갖는 단어의 뜻을 되새겨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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