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티 나지 않고 조용히 진행되는 고양이 비대성심근증(HCM)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티 나지 않고 조용히 진행되는 고양이 비대성심근증(HCM)
  • 유현진 닥터캣 고양이병원(고양이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2.0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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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심장병! 모든 보호자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다. 때에 따라서 보호자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멀쩡하던 고양이가 급하게 고양이별로 돌아가게 되는 상황도 생긴다. 안타깝게도 고양이는 심장에 문제가 생겨도 잘 티가 나지 않는 동물이다.

고양이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많이 발병하는 심장질환은 비대성심근증(HCM, Hypertropic Cardiomyopathy)이다. 심장의 벽을 구성하는 한 부위 혹은 여러 부위, 특히 좌심실의 심장근육이 비대해지는 특징이 있다. 사람에게도 비슷한 심근비대증이 발병하고 여러 비정상적인 심근 유전자의 발현과 관련이 있다고 밝혀져 있다.

비대성심근증은 랙돌, 메인쿤, 페르시안, 히말라얀, 스핑크스 고양이 등 일부 품종묘에서 유전적으로 더 자주 발병되지만 코리안숏헤어 고양이에서도 종종 발병한다. 즉, 모든 고양이에서 발병할 수 있는 질병이다. 보통은 중간연령대의 고양이에서 진단이 되지만 유전적인 소인을 가지고 있는 고양이들은 1년도 채 되지 않는 어린 연령에서 발병하기도 한다.

만약 심근 비대가 국소적으로 경미하게 있을 때는 무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보호자도 수의사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심근의 비후가 여러 부위에서 나타나면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게 된다. 비대성심근증이 발병하게 되면 심장의 근육이 두꺼워지며 심실의 이완성 장애가 생기고 심방이 확장되며 심실에서 대동맥·폐동맥으로 혈액이 원활히 나가지 못하고 혈압이 상승하는 등의 여러 문제가 생긴다. 이로 인해 부정맥이나 갑작스러운 심정지가 발생할 수 있고 폐동맥 혈압이 상승하며 폐 안에 물이 차거나(폐수종), 폐밖에 물이 차(흉수) 호흡곤란이 오게 되어 생명을 위협한다.

또 다른 심각한 증상은 혈전증이다. 혈액이 전신으로 잘 박출되지 못하고 심장에 저류되면 혈전이 잘 생기게 된다. 이 혈전에서 작은 파편들이 떨어져 대동맥을 통해 전신 순환 혈류로 들어가 주로 다리로 가는 동맥을 막는다. 따라서 갑자기 다리를 아파하며 발이 차갑고 창백해지거나 다리를 절고 아예 걷지 못하게 된다. 폐에 물이 차거나 혈전증이 생기면 매우 응급한 상황으로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가서 응급조치를 받아야 생명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모든 질병이 그러하듯, 고양이의 비대성심근증도 조기에 발견할수록 위험한 응급상황이 오지 않고, 삶의 질도 잘 유지되도록 관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고양이가 모든 검사를 다 받고 불안에 떨 필요는 없다. 만약 우리 집 반려묘가 랙돌이나 메인쿤, 페르시안처럼 유전적으로 비대성심근증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면 유전자 검사를 미리 해보고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주기적인 정기검진으로 발병 초기부터 적절한 약물을 투여해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비대성심근증은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검진의 중요성이 더 크다. 건강검진을 하면 흉부방사선 촬영 시 심장의 크기가 크거나 좌심방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돼 있다면 수의사들은 당연히 심장질환을 의심하고 추가검사를 하게 된다. 이때 혈액 몇 방울만으로 ‘NT proBNP’라는 바이오마커를 쉽게 스크리닝 할 수 있다. 또한 비대성심근증의 확진을 위해 심장 초음파가 필수이다. 심근의 두께를 직접 측정하고, 심방의 확장, 혈액 역류의 유무와 정도, 혈전의 유무를 파악하고 적절한 약물을 투약하는 근거가 된다.

비대성심근증은 완치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기에 특히나 조기발견과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초기에는 식욕부진, 활력 저하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심장이상을 의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고양이가 너무 잠만 자고 활력이 없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호흡수가 증가한다면 꼭 심장 질환을 체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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