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있는 ‘췌장’, 병들면 어떤 신호 보낼까
꼭꼭 숨어있는 ‘췌장’, 병들면 어떤 신호 보낼까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2.07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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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불량이나 체중감소 등은 우리가 한 번쯤 겪을 법한 증상들이다. 하지만 이유 없이 계속되면 건강 이상을 의심해야한다. 특히 췌장은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해서 병들면 소화기능장애가 나타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속이 더부룩하고 배가 아프거나 갑자기 살이 빠지면 흔히 소화불량이나 스트레스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증상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또 빈도수가 잦다면 한 번쯤 진지하게 몸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병든 췌장이 보내는 대표적인 경고 신호이기 때문이다.

특히 췌장에 암이 생기면 치명적이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2.2%로 한국인이 잘 걸리는 10대 암 중에서 가장 낮았다.

■췌장에 이상 생기면 어떤 일이?

췌장은 15cm 정도의 길쭉한 장기로 위나 대장 등에 가로 형태로 파묻혀 있다. 소화와 관련된 효소를 분비해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같은 영양분의 흡수를 돕고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췌장에 암이 생기면 대부분 소화와 관련된 증상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종양이 췌장 어디에 생기느냐에 따라 혹은 주변 장기로 전이됐는지 여부에 따라 증상이 조금씩 다르다.

고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이홍식 교수는 “먼저 췌장의 머리 쪽에 암이 생기면 간에서 담즙이 내려오는 길을 막기 때문에 황달(노란 담즙색소가 빠져나가지 못해 쌓이면서 피부와 눈의 흰자가 노랗게 변하는 것)이 생길 수 있고 췌장의 가운데나 꼬리 부분에 암이 생길 경우 복부불편감, 소화불량,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 췌장 가운데나 꼬리 쪽에 암이 생겼을 경우 머리에 비해 뚜렷한 특이증상이 없어 늦게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또 췌장은 인슐린, 글루카곤 같은 여러 가지 호르몬을 분비해 혈당을 조절하기 때문에 소화기능장애뿐 아니라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

▲이유 없이 6개월 동안 10% 이상 체중이 감소하거나 식욕감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배꼽 주변에 덩어리가 만져지는 경우 ▲배, 등에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 ▲눈이나 피부가 노래지고 짙은 갈색 소변을 보는 등 황달이 나타나는 경우 ▲당뇨병 가족력이 없는데 갑자기 당뇨병이 발생하는 경우 ▲만성췌장염을 앓고 있는데 갑자기 체중이 빠질 때(기존 체중의 10% 이상 감소)는 췌장암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췌장은 다른 장기에 깊숙이 파묻혀 있어 일반적인 복부 초음파검사로 잘 관찰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내시경 초음파 등 다른 검사방법을 고려하게 된다. 고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이홍식 교수가 췌담도내시경으로 췌장의 이상여부를 살펴보고 있다(사진=고대안암병원).

■발견 쉽지 않아 여러 검사방법 고려

췌장암인지 확인하려면 우선 복부 초음파검사를 시행한다. 그런데 췌장이 다른 장기에 파묻혀 있다 보니 이 검사로도 잘 관찰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전제혁 교수는 “장에 가스가 차 있거나 배가 많이 나온 경우 췌장 자체를 식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며 “복부 초음파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CT나 MRI, 내시경초음파 등 다른 검사방법을 고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단 CT나 MRI의 경우 1cm 내외의 암을 찾아낼 수는 있지만 건강검진에 항상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서 췌장 머리와 꼬리 등에 암이 발생했다면 조기 발견이 어렵다.

■췌장암, 수술 어려운 경우라면?

췌장암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수술이다. 그런데 워낙 조기발견과 진단이 어려운 암이다 보니 수술로 완치될 수 있는 환자는 10명 중 1~2명밖에 안 된다고 알려졌다.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고 췌장에만 국한돼 있으면 췌장의 일부분이나 전체 또는 주변조직을 함께 절제하면 되는데 암의 크기가 작더라도 동맥에 너무 붙어있거나 국소적으로 진행되는 암인 경우 등은 수술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췌장암 치료법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로 이제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도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로 종양의 크기를 줄인 다음 수술하는 등 다양한 치료방법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최대한 빨리 발견해 췌장암 전문의와 자신의 상태에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에 걸릴 위험이 2~5배 높다고 알려진 만큼 췌장암 예방을 위해 금연은 필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치료 후엔 어떻게 관리해야할까?

췌장암은 수술 후에도 흔히 재발할 수 있어 환자들은 재발에 각별히 주의하면서 건강을 관리해야한다.

전제혁 교수는 “췌장암환자는 소화불량으로 인한 식욕저하를 겪기 쉽고 치료 도중 오심, 구토 등으로 음식물 섭취가 힘들어질 수 있다”며 “육류나 지방함량이 높은 음식보다는 소화가 잘되는 부드러운 고열량의 음식을 조금씩 자주 섭취하고 채소와 과일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브로콜리에 풍부한 셀레늄과 시금치, 사과, 양파에 든 플라보놀 성분, 토마토에 함유된 리코펜 성분은 항암작용이 탁월해 췌장암 발병위험을 낮춰준다고 알려졌다.

일반 사람 역시 안심은 금물이다. 담배와 식습관 등도 췌장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제혁 교수는 “특히 흡연자는 췌장암 발병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2~5배나 높기 때문에 췌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금연을 실천해야한다”며 “가족력, 당뇨병, 만성췌장염 등도 위험인자로 꼽혀 이에 해당한다면 경우 주기적으로 췌장건강을 점검할 것”을 당부했다.

평소 자주 있을 수 있는 증상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한다. 이홍식 교수는 “췌장암은 1기 생존율이 가장 높지만 1기에서 검사한다고 해도 1~2cm 크기의 췌장암을 찾아내기 어렵고 증상이 없는데 굳이 큰 비용을 들여 검사를 받는 것도 효율적이지 않다”며 “단 ▲위·대장내시경 검사를 했는데도 소화불량 증상이 계속되거나 특히 체중감소가 동반되는 경우 ▲가족력이 없는데 당뇨병이 발생하거나 짙은 색깔의 소변을 보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췌장질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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