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싸움이지만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힘든 싸움이지만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0.03.13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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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코로나19 의료현장이야기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박유경 진료부원장

지난달 23일 감염병관리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이하 대구병원)은 28일부터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을 보다 안전하게 치료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다.

온 국민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현재 대구병원에서는 20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치료를 받고 있으며 근로복지공단 의료인력과 정부지원인력, 자원자 등이 협력해 코로나19 완치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12일부터 확진자가 완치돼 퇴원하기 시작한 대구병원 박유경 진료부원장에게 현장소식을 들었다.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진 환자 이송을 위해 방호복을 입고 이동하고 있다.

- 현재 대구병원의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위한 의료관리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시청에서 확진자의 중증도 및 확진기간 등을 확인한 뒤 선별과정을 거쳐 우리 병원에 입원합니다. 입원실은 4인 1실의 다인실이고 음압병실이 아닌 4개 일반병동에 분산해 치료 중입니다. 먼저 기본적인 혈액검사 및 흉부엑스선촬영 후 매일 활력징후 및 체온, 산소포화도를 측정합니다. 의료진은 1일 1회 전화를 통한 개별문진과 병동방문을 통한 대면회진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만일 환자상태가 악화되거나 불편사항이 발생하면 즉시 전화면담을 시행하는 등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 확진자들을 위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환자들의 빠르고 안전한 일상복귀입니다. 특히 폐렴소견이 있는 경우 급격한 병세악화가 일어나지는 않는지 긴장하며 체크합니다. 코로나19의 특성상 무증상이었더라도 흉부엑스선상 폐 손상이 심한 경우도 있어 입원기간 중 악화되기도 합니다. 제한된 상황에서 200명의 환자 중 한 사람도 놓치지 않고 관리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경증환자 역시 매일 2회 이상 긴밀한 의사소통을 통해 작은 징후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은 직원 보호를 위해 외부에 임시로 총 66개의 컨테이너를 설치했다. 이곳은 각종 행정업무처리와 의료진 대기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진료해야하는 입장에서 두렵진 않습니까?

두렵습니다. 처음에는 이 병을 몰라서 무서웠고 다음에는 환자들이 눈앞에서 급격히 나빠져 전국의 대학병원을 수소문해 전원(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시키면서 더 무서워졌습니다. 지금은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게 가장 두렵습니다. 어떤 말로도 두려움을 표현하기 어렵지만 동료의료진과 주변의 응원으로 용기가 생겼습니다. 저희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저 의학이라는 학문을 배워 사람을 치료하는 경험이 조금 쌓여있는 집단일 뿐입니다.

- 감염관리체계에 관해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메르스사태 이후 감염관리시스템 정비에 애써온 것이 현 상황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감염관리시스템을 각 병원에 의무적용, 감염관리실 및 전담인력을 둬 위급상황에 대처할 인력이 다수 확보됐다는 점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병원에서 감염관리실은 법적 책임을 피하고자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담인력 확보도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법률위반에 대한 징벌적 대처가 아니라 충분한 수가보장을 통한 전담인력 및 감염관리실 운영이 조금이라도 병원경영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중소병원 역시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개인병원에서의 감염관리가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병원은 말 그대로 총알받이가 됐습니다. 현재 200병상 이상의 병원만 감염관리 교육 및 전담인력 확보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개인병원의 경우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특히 혼자 진료하는 병원에서 감염관리교육이나 감염관리체계정비 등은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주변 중소병원의 감염관리 전담인력과 정보를 공유하고 관리시스템을 함께 꾸려나가는 방법도 대안이 될 것입니다. 단 이것이 개인병원에 새로운 의무를 지우는 족쇄가 돼서는 안 됩니다.

임시로 마련된 컨테이너에서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의료진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일선에서 진료에 나선 동료, 선배,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우리 병원의 내과전문의는 저 혼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에서 자원한 공보의, 군의관을 포함한 많은 의사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재활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의 동료의사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경험 없는 내과 의사들보다 더 전문가가 됐습니다.

심지어 입사예정이었던 재활의학과 및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세 분은 발령도 받기 전에 도착해 현장에 함께 있습니다. 모두들 얼마나 순수하고 열정적인지 모릅니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저는 벌써 집으로 도망가서 혼자 울고 있을 겁니다. 말할 수 없이 고맙고 존경스럽습니다.

처음 전담병원을 준비할 때부터 도와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과 전국 각지의 감염내과 교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전국 각지의 따뜻한 기부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전남 나주 나우리의 문양선 대표는 꽃송이홍삼, 수옥환을 무려 260세트나 보냈습니다.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 현재 입원환자들에게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염병의 특성상 격리상태로 입원하고 있다 보니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늦은 밤 컨테이너에서 일하다가 불 켜진 병실을 올려다보면 한없이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도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하지만 환자들이 먹는 그 지겨운 도시락을 저희도 똑같이 먹고 있으니 우리는 이제 한솥밥 먹는 식구나 다름  없습니다. 저희도 지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할 테니 꼭 이겨내기 바랍니다. 속히 건강하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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