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약사에게 따뜻한 격려를”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약사에게 따뜻한 격려를”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0.03.13 16: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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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니까 나 먼저 마스크 줘!”

‘어휴 저도 쓸 마스크가 없다고요....’

광명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가 혼잣말로 감정을 삼킨다. 출입문에 ‘마스크 품절’이라고 붙여놓고 한숨 돌리려는 찰나 좀 전의 어르신이 다시 들어오시며 “내가 오늘 마스크를 못받았으니 내 거 예약해줘!” 이쯤 되면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내일도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것을 상상하니 가슴이 묵직하고 답답하다.

코로나19로 마스크대란을 겪으며 공적마스크를 약국에서 판매하는 ‘마스크5부제’를 실시한 지 8일째다.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는 하지만 1:1로 고객과 대면해야하는 약사들의 감정노동은 시간이 갈수록 극에 달한다.

마스크를 판매하느라 처방조제나 일반약 판매 등 본연의 업무는 마비상황이다. 일부약국에서 마스크를 사재기해 비싼 가격에 판다는 뉴스라도 보도되면 그간 양심적으로 성실히 일하던 약국은 없어지고 약사는 의심의 대상이 된다. 그러다 보니 약사들의 심리적·육체적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된다.

수원의 한 약사는 “마스크로 떼돈 벌겠다며 비아냥거리는 분들도 있었어요. 너무 맥 빠지죠. 쉬는 날도 없이 나와서 일하는데...”라며 고충을 호소한다. 그사이 마스크재고를 확인하는 인근주민들에 대한 전화응대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그는 “‘마스크재고알림’앱을 알려드려도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이해하긴 사실 힘들죠”라며 바쁘게 마스크판매내역을 입력하며 고객불편을 줄이기 위해 애쓴다.

약사들은 업무종료 후 단톡방에서 그날의 상황을 공유하며 서로 위로받는다. 여기서 한 약사는 “마스크를 못 산 사람이 너 어디 사는지 다 안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고객이 불만을 품고 약사에게 직접 건넨 이야기라는 것. 또 다른 약사는 “오늘은 빼돌려 놓은 거 있으면 달라네요. 동네를 잘못 잡은 것 같아요”라고 호소한다. 약사들이 마스크를 뒤로 빼돌려 마스크가 없다고 오해한 것이다.

마스크5부제가 시행됨에 따라 약국 문에는 이와 관련한 여러 안내문이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따뜻하게 약사들을 위로하는 글이 SNS에 올라와 힘이 되기도 한다. 국내 포털사이트인 맘까페 회원 ccalxxxx가 ‘어제도 마스크 때문에 소리치는 분을 봤습니다. 약국에 왜 마스크가 없냐, 신분증 맡기고 가겠다, 우선적으로 처리해 달라....... 약국 본연의 업무가 있는데 왜 이런 일로 힘들어야하는지... 제발 약국에 스트레스 주지 맙시다. 따뜻한 격려가 필요합니다’라고 글을 올리자 수많은 댓글이 이어지면서 약사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분당 밝은미소약국 배현 약사는 “우리 약사들이 의사나 간호사들처럼 대구에 내려가 진료할 수도 없으니 이렇게라도 도움을 드리는 게 당연하다”며 “다만 힘든 시기인 만큼 조금만 배려하고 이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휴일 없이 일해도 전혀 불만은 없으며 아마 다른 약사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으면서 마음에 상처를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마음의 온기만이라도 유지하도록 좀 더 애쓰고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약사님!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만으로도 서로의 기운을 북돋기엔 충분하다. 약사도 결국 함께 살아가는 우리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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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원 2020-03-15 09:50:30
고생하시는 약사님!! 약사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