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코로나19, 마스크대란의 근본원인 ‘제몫 챙기기’
[특별기고] 코로나19, 마스크대란의 근본원인 ‘제몫 챙기기’
  • 홍민철 헬스경향 편집위원 (desk@k-health.com)
  • 승인 2020.03.24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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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가정이란 있을 수 없다. 아직 되돌릴 시간과 기회가 있다면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정치와 사익의 개입이다. 작금의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싸고 이슈화되고 있는 백신, 진단키트, 마스크 등을 둘러싼 사적 이해관계의 개입사례를 3회에 걸쳐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봤다.<편집자 주>

· 목차

1. 코로나19, 세계가 인정한 대한민국의 진단능력
2. 코로나19, 마스크대란의 근본원인 ‘제몫 챙기기’
3. 국민의 집단지성이 코로나19 백신

홍민철 헬스경향 편집위원
홍민철 헬스경향 편집위원

이런 가정을 해봤다. 코로나19 발생국인 중국이 사회주의국가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올해 일본의 2020 도쿄올림픽이, 미국의 11월 대통령선거가, 또 우리의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가 없었다면 과연 코로나19의 각 나라별 양상과 세계적 확산추세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중국은 지난해 12월 말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신종바이러스 발병사실을 알렸을 때 이미 신속한 방역이 이뤄졌을 것이다. 역으로 지역사회 감염확산시점에 중국공산당이 아니었다면 1000만 인구의 우한봉쇄와 춘절 14억 인구의 이동금지조치가 가능했을까? 자칫 14세기 유럽 ‘흑사병’에 버금가는 대재앙이 닥쳤을지도 모른다.

일본은 아베 총리가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아니었다면 ‘유람선 집단감염’사태는 없었다. 지금까지도 진단을 제한함으로써 코로나19바이러스를 배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지 않을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선 전에 백신개발을 밀어붙이려다가 과학계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최근 미국이 진단을 본격화하면서 신규확진자만 하루 5000여명을 넘기고 있다. 일본의 가까운 미래를 보는 듯해 걱정이다.

우리도 415총선이라는 정치이벤트만 없었어도 ‘중국차단’이슈가 여야정치권의 진영논리로 발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찬반 모두 중국차단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가 없다보니 논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이 논쟁이 코로나19 극복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국민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국민의 관심사는 중국보다는 마스크에 있다. 공적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늘어선 줄은 이제 일상이 됐다. 마스크착용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며 해외 친지에 대한 안부도 “마스크는 있니?”로 바뀌었다. KF94마스크 1장이 최고의 선물이 됐고 국가 간 우정표시는 마스크 100만장이면 충분하다. 급기야 마스크를 잘 수급해야 좋은 대통령이 되는 시대가 됐다.

마스크제조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산업이다. 당연히 우리보다 중국이 생산원가도 낮고 생산량도 월등하다. 현재 우리가 하루 1000만장, 중국은 국가발전계획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하루 1억1000만장을 생산한다. 공교롭게도 공장가동을 멈춘 중국 춘절을 전후해 코로나19사태가 터진 것이 문제였다. 그러자 중국에서 수입문의가 쇄도했다. 이에 반짝특수를 노린 일부공장과 유통업자들이 앞 다퉈 공장입도선매와 재고사재기에 나서면서 시중에 마스크품귀현상이 벌어졌다. 불과 한두 주 사이에 가격은 수십 배로 치솟았다.

처음엔 몇몇 기업의 ‘제몫 챙기기’로 인한 마스크업계의 수급불균형문제였다. 하지만 마스크품절, 가격폭등보도가 잇따르자 마침 신종바이러스 공포에 불안했던 국민 5000만명이 일제히 마스크구매에 나서면서 삽시간에 국가적 ‘마스크대란’으로 발전했다. 엄밀히 말해 ‘마스크대란’은 건강한 국민들이 마스크를 못 사서 애를 먹는 문제가 아니다. 이들로 인해 진짜 마스크가 필요한 환자, 의료진이 마스크를 쓰지 못해 발생하는 ‘생명에 대한 위협’이다.

결국 기업의 이익추구에 개인의 불안해소가 더해진 우리 모두의 ‘제몫 챙기기’가 마스크대란의 근본원인이 된 것이다. 즉 마스크대란은 정부정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다국적 제약그룹이 질병을 놓고 벌이는 ‘공포마케팅’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사람들의 작은 제몫 챙기기가 정말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우리 모두 스스로 행동에 나서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국제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ECDC), 한국 질병관리본부 등 감염병 관련 국내외 공인기관 모두 건강한 일반인의 마스크착용을 절대 권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스크를 쓰고 벗는 과정에서 손이 얼굴에 닿는 빈도가 높아 손에 의한 접촉감염을 경고한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대중교통, 직장 등 밀집된 실내공간이나 의료기관, 요양시설 등 고위험군에 노출될 수 있는 장소에서 쓰고 철저한 마스크사용규칙 준수를 요구한다. 공인기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마스크쓰기가 아니라 약간은 불편하지만 바로 ‘손씻기’와 ‘거리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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