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이제 나도 있어 고양이“ 고양이와 함께 하기 전 준비는 이렇게!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이제 나도 있어 고양이“ 고양이와 함께 하기 전 준비는 이렇게!
  • 유현진 닥터캣 고양이병원(고양이동물병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4.2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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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나만 없어 고양이!“

영화 제목이기도 한 이것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며 인터넷에서 유행어처럼 사용되던 표현이다. 모든 사람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반려동물 양육은 개인의 선택적인 영역이지만 반려동물이 또는 반려식물이 인간에게 주는 소소한 행복은 겪어 본 사람만이 아는 특별한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별거 아닌 듯 보이는 작은 생명이 인간에게 주는 의미가 때로는 너무 크게 다가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의미가 항상 기쁨과 행복만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기에 인간에게도 준비가 필요하다. 여러 반려동·식물이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사랑하는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고양이와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나보다 나약한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려면 자고로 여러 준비가 필요하다. 싫증 나면 반납하거나 버릴 수 있는 사물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먼저 이 고양이와 15년 이상(혹은 20년 이상) 지낼 수 있을지 반드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특히 앞으로의 직장생활,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생활환경에 큰 변화가 있을 때 고양이를 책임질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한다.

매일 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화장실을 치워주고 함께 놀아주는 데도 시간을 사용해야한다. 하루에 반려동물을 위해 1시간 정도의 시간도 투자할 자신이 없다면 당신은 현재 반려동물을 키울 준비가 돼있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행위에는 경제적 소비가 뒤따른다는 점을 인지해야한다. 다른 반려동물도 그러하듯이 고양이를 돌보려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건들이 있다. 매달 사료나 캔 등 양질의 음식을 제공해야하고 크고 깨끗한 화장실과 모래도 구입해야한다.

예방접종과 중성화수술도 해야하고 혹시 아프면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진료비도 지불해야한다. 고양이와 지내다 보면 더 행복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에 캣타워나 장난감을 즐겁게 쇼핑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는 농담도 하게 된다.

어쨌든 물과 공기만으로 키울 수 있는 생명은 없다. 반려식물도 물과 공기만으로 키울 수 없다. 하물며 고양이는 포유동물이고 육식동물임을 명심하자.

세 번째, ‘고양이를 어디서 데려올 것인가’ 고민해봐야 한다. 특정 품종이 아니면 죽어도 안 된다는 주의라면 좋은 환경에서 엄마, 아빠 고양이들을 잘 관리하는 전문브리더에게서 입양하는 것을 추천한다.

구조돼 보호소에 입소한 고양이나 개인이 구조해서 입양을 기다리는 고양이도 매우 많다. 정부에서 관리하는 동물보호관시스템(www.animal.go.kr)에만 하루에 200마리 이상의 유기·유실 개, 고양이가 등록된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나비야사랑해, 카라 등의 동물권 단체들도 고양이들에게 새로운 가정을 찾아주는 데 힘쓰고 있다.

구조되거나 유실·유기된 고양이들을 입양하면 기본적인 성격이나 특징에 대한 정보를 이미 알고 입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아주 어린 자묘가 아니라면 이미 완성형 체형과 외모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외모변화로 실망할 가능성도 적다. 지나가다 펫숍 윈도우에 전시된 아기고양이가 예뻐서 또는 여리고 불쌍해 보여서 충동적으로 입양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았지만 비 오는 어느 날 밤, 우연히 아기 고양이의 야옹 울음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어미에게 버림받은 약한 생명체를 덜컥 구조할 수도 있다. 혹은 어느 날 퇴근길에 다정한 길고양이가 집까지 무작정 따라와 눌러앉을 수도 있다.

의외로 우리 주변에는 이런 사연으로 반려묘를 키우게 된 사람들도 많다. 미리 겁낼 필요는 없다. 내가 15년을 함께 할 수 있는 책임감이 있는지 없는지만 생각하면 된다. 혹은 이 고양이가 15년을 잘 지낼 수 있는 가족을 찾을 때까지만이라도 내가 보호할 수 있는지 생각해주면 좋겠다.

필자 같은 사람에게는 반려동물이 없는 세상이란 팥소 없는 팥빵처럼 심심하고 허전하기 짝이 없지만 모든 사람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딘가 당신만의 묘연(사람 사이의 만남에 사용하는 ‘인연’이라는 표현을 사람과 고양이의 만남에 비유적으로 표현)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그때가 오면 당황하지 않고 고양이와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이 글이 마음의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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