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또 시범사업? C형간염 국가검진도입, 늦었지만 지금이 가장 빠른 때
[특별기고] 또 시범사업? C형간염 국가검진도입, 늦었지만 지금이 가장 빠른 때
  • 김도영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desk@k-health.com)
  • 승인 2020.04.29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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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다양한 바이러스성 감염질환 예방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3월 미국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한 학술지(JAMA 온라인판)에는 간암의 주요 원인질환인 C형간염 검사대상을 모든 성인으로 전격 확대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C형간염 검진대상을 기존(2013년) 고위험군과 베이비부머(1945~1965년)에서 18세 이상 79세 이하 모든 성인으로 확대한 것으로 미국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에서 7년 만에 새롭게 개정 발표했다.

미국질병예방특별위원회는 미국의 질병 검진 가이드라인을 근거 기반으로 주기적으로 평가해 제시·권고하는 기관이자 우리나라의 보건 전문가들도 근거 중심의 검진항목 평가 및 운영을 위해 참고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곳에서 권고한 만큼 그 영향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C형간염 검진 권고대상이 대폭 변화된 데는 C형간염의 위중성과 높은 완치율이 영향을 미쳤다.

C형간염은 국내 암 사망률 2위에 해당하며 간암, 간경변 등 중대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위중한 질병이다. 관련된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도 세계적으로 매년 약 35만명~50만명에 이른다.

현재 C형간염바이러스 감염자는 세계적으로 약 1억7000만명 이상으로 보고된다. 국내의 경우 C형간염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최근 5년 새 약 9.3% 증가했다. 특히 아직 활발하게 사회경제적 활동을 해야 할 40대 이상에서 C형간염 환자수가 크게 늘었다. 실제로 진단 환자의 90%는 40~70대다.

C형간염은 감염 후 20~30년의 시간을 거치며 간경변, 간암 등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된다. 40대 이후 C형간염이 발병한 환자가 고령에서 위중한 간암으로 뒤늦게 진단받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국내 인구구조 현실을 고려하면 C형간염 악화로 인한 고령자 보건의료 지원 대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형간염은 심각한 병이지만 간단한 혈액검사로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또 치료제의 발전이 거듭되면서 먹는 약으로 최소 8주에서 12주 정도 치료하면 100%에 가깝게 완치된다.

하지만 대부분 무증상이기 때문에 방치하다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감염자 중 증상을 느끼는 경우는 6%에 불과하다. 국내 약 30만 명의 추정 환자 중 약 25만명의 미 진단 무증상 잠재환자들은 감염여부도 모른 채 일상생활 중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또 다른 개인이나 집단에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감염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한 사람의 감염원에 의해 집단감염으로 확산될 때 감염병의 문제는 심각해진다. C형간염은 이미 국내에서도 몇 차례 집단감염 사태를 일으켰고 이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백신도 없어 앞으로도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따라서 검진이야말로 곧 예방의 시발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대상군을 넓히는 이유다. 주변의 확산을 막을 뿐 아니라 C형간염 단계에서 조기에 진단받아 치료하면 충분히 비용 대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실제로 간경변 단계에서 치료한 환자는 C형간염 단계 치료 환자 대비 약 1.4배 더 높은 의료비 부담이 발생해 조기에 진단·치료하는 것이 경제적인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C형간염의 국가적 검진 지원은 최근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다. WHO의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 촉구에 맞춰 미국, 프랑스, 대만 등은 이미 범국가적인 검진권고 및 지원 보건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2012년부터 기존 고위험군뿐 아니라 출생 코호트(1945~1965년) 성인에서도 C형간염 검사를 권고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유병률이 0.07% 이상만 돼도 전 인구 항체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보다 유병률이 낮은 프랑스(0.42%)도 항체검사를 통한 C형간염 관리의 비용효과성에 근거해 2016년부터 모든 성인으로 검진대상을 확대했다. 대만 또한 2016년 국가 차원의 C형간염 퇴치 프로그램 부서를 조직했고 45세 이상 C형간염 환자의 검진 및 치료 지원을 시행 중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C형간염 퇴치를 위한 노력은 해외국가들보다 뒤처져 있다. 우리 정부는 이미 3년 전 시범사업을 시행해 1.6%의 유병률을 확인한 바 있는데 다시 올해와 내년에 고위험군 만 56세 대상의 시범사업을 또 계획 중이다. 사업 추진결과 유병률, 비용효과성 등의 근거가 확보되면 국가검진 도입을 또 공식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C형간염은 ‘감염병’이다. 만성질환에 근간해 약 10년 전 수립된 구시대적인 국가검진 항목 원칙의 유병률 5% 이상이라는 수치 기준을 벗어난 접근이 필요하다. 질병의 치명성과 세계적인 유병률과 관계없이 모든 성인 대상으로 검진 대상이 확대되는 최신 가이드라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예방관리 전략과 도입이 시급하다.

집단감염 사태까지 발발했던 무증상 감염병이 유병률 5%에 도달한다면 지금의 사태와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국가적 재난 상태를 걱정해야한다. 정부가 근거 부족을 이유로 내세우는 비용효과성은 그간 필자 및 국내외 간질환 전문가들이 시행한 C형간염 항체검사 비용효과성 연구들로 이미 입증됐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전 인구 대상의 체계적인 국가건강검진 시스템이 있다. 이미 구축된 시스템을 활용해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40대 이상 특정 한 두 연령(출생 코호트 검진) 국가검진 시 약 4000원의 C형간염 항체검사만 추가하면 된다. 이는 별도 시범사업에 필요한 인력이나 시스템 구축 등 비용 면에서도 훨씬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WHO의 C형간염 검진기준에 출생 코호트 검진이 포함되며 개정된 것도 벌써 3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 방역 시스템을 참고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질병 관리 시스템은 훌륭하다. C형간염 퇴치를 위한 준비는 다소 늦었지만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보건정책 의지로 조치가 이뤄진다면 지금이 가장 빠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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