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시술부터? ‘부정맥’치료, 너무 조급해 마세요”
“무조건 시술부터? ‘부정맥’치료, 너무 조급해 마세요”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5.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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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진배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
부정맥은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과로나 스트레스, 폭음 등으로 몸을 혹사할 때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젊은층 역시 부정맥에서 안심할 수 없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부정맥은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과로나 스트레스, 폭음 등으로 몸을 혹사할 때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젊은층 역시 부정맥에서 안심할 수 없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시쳇말로 ‘심쿵(깜짝 놀라거나 외모가 훤칠한 사람을 보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하면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릴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심장이 두근거린다면 건강적신호로 봐야한다. 부정맥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흔치 않은 부정맥전문의로서 환자 진료는 물론, 꾸준한 학회활동으로 부정맥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김진배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를 만나 부정맥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 부정맥이 정확히 어떤 병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심장은 끊임없이 박동하면서 전신에 혈액을 공급한다. 전기신호를 만드는 조직과 이 전기신호를 심장근육에 전달해주는 자체 조직이 있어 1분에 60~100회, 하루 10만번 정도 규칙적으로 박동한다.

하지만 전기신호가 잘 만들어지지 않거나 신호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진다. 이것이 바로 ‘부정맥’이다. ▲맥이 1분당 60회 미만으로 느리게 뛰면 ‘서맥성부정맥’ ▲1분당 100회 이상으로 빨리 뛰면 ‘빈맥성부정맥’ ▲아주 불규칙적으로 빠르게 뛰면 ‘심방세동’으로 진단한다.

- 부정맥을 의심할 만한 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대표적인 부정맥 의심증상은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것이다. 예컨대 주변이 조용하거나 아침에 일어난 후처럼 나름 편안한 상황인데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증상만으로 부정맥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 부정맥은 어지럽거나 가슴통증이 발생하는 경우 또는 아무 증상 없이 갑자기 실신하는 등 환자마다 증상이 다양하다. 섣불리 자가진단하지 말고 심전도검사를 통해 전문가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한다. 

- 부정맥으로 진단받으면 어떤 치료를 시작해야하나.

부정맥은 치료법이 다양하지만 사실 특별한 치료가 필요없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발생하는 후천성부정맥은 술, 커피, 스트레스 등 맥을 어긋나게 만든 원인만 없애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우선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특히 부정맥은 경우에 따라 심장뿐 아니라 뇌졸중 등 여러 심각한 질환을 부를 수 있어 약물치료를 꾸준히 해야한다.

약물치료를 3개월 이상 했는데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환자 상태에 맞는 시술을 고려한다.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 ▲인공심박동기 또는 자동제세동기 삽입이 대표적이다.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은 빈맥성부정맥 치료에 주로 적용된다. 빈맥이 발생하는 부위를 고주파 전기로 지져서 없애는 것이다.

인공심박동기는 심장이 정상보다 느리게 뛰는 서맥성부정맥 치료에 적용된다. 전기신호를 인공적으로 만들어줌으로써 정상 맥박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자동제세동기 삽입은 부정맥으로 급성 심정지가 발생한 경우 등 돌연사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 시행된다. 심장에 신속하게 전기충격을 전달해 정상적인 심장박동을 되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특히 인공심장박동기나 자동제세동기 같은 기계들은 심장과 연결돼 있어서 시술 후 기계 삽입부위에 상처를 입거나 세균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가슴근육운동처럼 기계에 자극을 주는 운동도 피해야해서 주치의와 상의를 통해 운동종류와 강도를 결정해야한다.  

김진배 교수는 “부정맥은 돌연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질병이지만 초기에 진단하면 쉽게 치료할 수 있다”며 “단 무조건 시술을 고집하기보다 현재 상태는 물론, 삶의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배 교수는 “부정맥은 돌연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질병이지만 초기에 진단하면 쉽게 치료할 수 있다”며 “단 무조건 시술을 고집하기보다 현재 상태는 물론, 삶의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부정맥 치료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현재 상태는 물론 나이나 직업, 생활패턴 등 환자 삶의 전반적인 요소를 두루 살펴 치료방법을 결정한다. 부정맥은 장기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가 치료기간 누릴 수 있는 삶의 질을 최대한 보장해줘야한다. 

실제로 환자 중에 선천성부정맥을 앓는 13살 환자가 있었는데 보호자는 자동제세동기 삽입을 원했지만 아이가 받을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성장에 따른 신체변화를 고려하면 기계 삽입은 오히려 아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길이었다. 보호자에게 다른 치료방법을 선택해야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한 후 다른 방향으로 치료계획을 잡았고 아이는 현재 건강하게 살고 있다.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환자의 삶에 맞는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결국 좋은 결과를 낳는다.   

- 부정맥 예방·관리를 위해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사항은.

평소 걷기 등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고 술, 커피, 에너지음료 등 불규칙한 맥박을 유발할 수 있는 음식을 피해야한다. 스트레스도 부정맥 발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스스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때 술 말고 운동이나 다른 취미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풀 것을 권장한다.

실제로 최근 들어 젊은 부정맥환자가 늘고 있다. 젊은층의 경우 과음, 심한 운동, 스트레스 등이 원인일 수 있는데 웬만큼 심하지 않고서는 고령층에 비해 증상이 안 나타난다. 특히 가족 중에 부정맥환자가 있거나 가족 중 돌연사한 분이 있는 경우에는 부정맥예방 및 조기발견을 위해 심전도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아울러 인터넷, 유튜브 등으로 정보를 얻지 말고 부정맥전문가와 먼저 상의할 것을 당부한다. 부정맥은 꾸준히 관리하면 얼마든지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돌연사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병이다. 전문가와 한 배를 타고 발맞춰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꼭 명심하길 바란다.

※ 김진배 교수는?

김진배 교수
김진배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

까다롭고 어렵다고 소문난 부정맥을 전문분야로 택해 학회활동까지 활발히 하고 있다(국내 부정맥 전문의는 모두 합해도 100명 남짓, 그중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의사는 겨우 50여명 정도).

지금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분야 자문위원과 대한심장학회 부정맥 연구회 보험위원, 대한부정맥연구회 보험이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부정맥 인식증진 및 정책 마련에 힘써왔다.

요즘에는 심전도검사를 국가검진에 도입하는 일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심전도검사는 부정맥을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검사로 커피 한 잔의 비용(4000~5000원 선)이면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어떤 종목이건 스포츠선수들이 정식선수로 등록하기 전 의무적으로 심장검사를 받는 검진체계를 마련하고자 학회와 함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스포츠선수들이 부정맥으로 인해 돌연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식선수로 등록되기 전 별도로 진행하는 검진프로그램이 전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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