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찬의 건강 피부비책] 미처 몰랐던 ‘자외선차단제’ 상식 ②
[전혜찬의 건강 피부비책] 미처 몰랐던 ‘자외선차단제’ 상식 ②
  • 전혜찬 더서울피부과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5.21 0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혜찬 더서울피부과의원 원장
전혜찬 더서울피부과의원 원장

지난주에 이어 자외선차단제의 남은 궁금증을 차례로 풀어드리고자 한다. 마침 줄기차게 내리던 비도 그치고 간만에 날이 개면서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주 칼럼에서는 자외선차단제를 정량보다 적게 바르는 편이면 2시간마다 덧바르는 것이 좋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정말 피부에 아무 문제는 없는 것일까?

실제로 필자를 찾아오는 환자들 중에는 자외선차단제로 인한 과보습과 모공이 막혀서 또는 자외선차단제를 지우면서 자극이 돼 피부염과 모낭염이 생긴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지를 이해하려면 자외선차단제의 성분들부터 제대로 알아야한다.

■무기자차 vs 유기자차

무기자차(무기 자외선차단제)와 유기자차(유기 자외선차단제)라는 말은 흔하게 들어봤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물리자외선차단제, 화학자외선차단제로 이름을 바꾸는 것을  권고하긴 했지만 아직 무기자차와 유기자차로 많이 쓰이고 있다.

먼저 ​무기자차는 산화아연, 이산화티타늄 등으로 물리적으로 빛을 반사해서 작용한다. 그만큼 백탁(하얗게 들뜨는 것)이 생길 가능성이 많지만 백탁을 줄이기 위해 나노입자로 작게 만들면 백탁은 줄어드는 대신 활성산소문제와 흡입 시 폐손상에 대한 위험이 있어 어느 정도 백탁은 감수해야되는 제형이다.

반면 유기자차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오명을 썼다. 이유는 광알레르기 반응 가능성과 최근 하와이에서 산호가 유기자차 성분인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에 의해 죽어서 2021년부터는 유기자차 자외선차단제의 판매, 유통,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광알레르기의 가장 큰 원인이 자외선차단제인 것은 맞다. 하지만 자외선차단제에 의해 광알레르기가 발생할 확률은 1퍼센트 미만으로 드물다. 자외선차단제가 원인인 듯 보여도 일광화상이나 광독성 반응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더 많다.

일광에 노출된 후 즉시 발생하는 반응은 광알레르기 반응이 아니라 광독성 반응인 경우가 많고 여러 약물과 그 유도체 등이 화장품, 염색약, 담배, 살충제 등에 들어있어서 이로 인해 광독성 반응이 생기는 경우가 더 흔하다.

무기자차의 경우 광알레르기는 없지만 모공이 막히기 쉽다는 얘기가 있다. 과연 그럴까?

이것 역시 무기자차보다는 워터프루프(내수성·water resistance)와 관련성이 더 높다. 자외선차단제 도포 후 20분간 물에 2번 들어갔다 나온 후에 처음 SPF를 유지하면 내수성, 4번 후에 유지되면 지속내수성(very water resistance)이라고 표시한다.

물이 샐 때 실리콘으로 방수를 하듯이 화장품에도 많은 실리콘 성분이 들어가 있다. 실리콘성분은 자외선차단제의 냄새가 안 좋다는 인식을 만든 원인이기도 하다. 실리콘성분의 프라이머로 모공을 막으면 모낭염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수성 자외선차단제도 모공을 막을 수 있다. 모공이 막히면 털에 붙어있는 피지샘의 염증인 좁쌀여드름, 모낭염 등이 흔하게 생길 수 있다. 

우리는 워터프루프 제품이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워터프루프 제품은 출퇴근용과 물놀이용 야외활동용으로 용도를 나눠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차단제든 쿠션이든 내수성 제품을 바르면 물 세안이나 클렌징폼으로는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이중세안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피부장벽이 망가지는 원인이 된다. 필요할 때만 내수성 제품을 사용하고 가능한 자극을 덜 주면서 세안을 하는 것이 피부 트러블과 염증을 막을 수 있다.

■자외선과 옷, 그 관련성은?

요즘은 자외선차단제 말고도 의복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옷의 색과 자외선은 관련성이 적다는 얘기부터 시작해야할 것 같다.

옷의 일광차단 효과는 UPF(UV protection factor)라는 지수로 알 수 있다. 한 연구에서 같은 면 소재에 같은 농도, 같은 색을 내는 다른 염료 3가지를 사용했을 때 염료에 따라서만 UPF가 바뀐다고 보고됐듯이 색, 즉 반사돼 나온 가시광선은 자외선과 큰 관련이 없다.

그렇다면 어떤 요소에 영향을 받을까? 바로 노출부위, 두께, 질감, 종류 등이다. 따라서 모자는 챙이 7.5 cm 이상의 넓은 모자가 좋으며 옷은 넓은 부위를 가릴 수 있는 옷이나 두꺼운 옷 또는 여러 겹을 겹쳐 입으면 자외선 차단이 더 잘 된다고 알려져 있다.

섬유의 종류는 폴리에스테르가 자외선을 가장 잘 막아준다. 울이나 실크 나일론이 그 다음이고 면이나 레이온이 가장 자외선을 못 막는다고 알려져 있다. 또 물에 젖어서 안이 보이면 물리적으로 반사하고 있던 면의 섬유들은 가시광선뿐 아니라 자외선도 잘 통과해서 차단효과가 떨어진다.

그동안 자신이 썼던 자외선차단제의 종류, 평소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양 등을 차분하게 점검해보자. 자외선차단제 역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하는 것이 좋다. 이는 건강을 위해서도 백번 현명한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