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혈관질환, ‘완치’는 없다…다혈관질환 환자라면 재발방지 노력도 필수
[특별기고] 혈관질환, ‘완치’는 없다…다혈관질환 환자라면 재발방지 노력도 필수
  • 최승혁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desk@k-health.com)
  • 승인 2020.05.22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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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혁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최승혁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심근경색, 뇌졸중 등 생명을 위협하는 혈관질환으로 스텐트시술을 받은 환자들은 막힌 혈관이 뚫렸으니 질환이 ‘완치’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머리, 심장, 그리고 발끝까지 이어진 혈관의 특성상 다른 혈관에도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환자들은 재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심근경색환자는 심근경색이 재발하거나 뇌졸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말초동맥질환 환자의 경우 3명 중 1명은 혈관재개통술을 받았음에도 1년 내에 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혈관질환으로 인한 시술을 받았더라도 재발을 막기 위해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한다. 특히 말초동맥과 관상동맥질환을 동시에 가진 다혈관질환 환자라면 더욱 관심을 가져야한다. 심근경색을 경험했던 환자는 재발위험이 최대 10배까지 높아질 수 있는데 말초동맥질환 같은 위험요인까지 동반되면 치명적인 심혈관사건을 겪을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다혈관질환 환자들에게 혈관질환 재발을 줄이는 약물치료와 함께 위험인자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환자들에게는 유산소운동, 체중관리, 금연 등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권고된다.

하지만 환자 중 절반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거나 흡연을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심근경색을 겪었더라도 일상이 안정화되면 약물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는 환자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혈관질환 재발에 대한 낮은 인식과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려운 생활습관 때문일 수도 있다. 또 혈관건강의 이상신호를 잘 모르고 방심했을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다리로 뻗은 말초동맥은 이상증세가 나타나더라도 노화로 인한 근육통이라고 생각하기 쉬워 치료의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치료 측면에서도 아쉬운 점은 있다. 지금까지 관상동맥질환, 말초동맥 등 여러 곳의 혈관에 문제가 있는 다혈관질환 환자들에게 심혈관사건과 사망위험을 낮추고자 다양한 치료제들이 쓰여왔다. 하지만 치료를 받는 환자 중 5~10%는 여전히 심근경색이 재발하거나 사망위험 감소효과를 충분히 보이지 못해 새로운 치료방법에 대한 의료계의 미충족 욕구가 있었다.

최근 유럽에서는 저용량 항응고제와 아스피린을 병용하는 새로운 항혈전 약물요법이 고위험군의 중요 심혈관사건과 사망위험을 줄이기 위한 치료 권고안에 추가됐다.

임상연구를 통해 아스피린-저용량 항응고제 병용요법이 기존 요법보다 뇌졸중, 심근경색 및 심혈관계 이상으로 인한 사망과 복합위험을 감소시키면서 치명적인 출혈은 증가시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사망원인의 24.3%를 차지하는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전략이 제시된 셈이다.

다만 발표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연구인지라 국내에서는 아직 급여 적용이 안 되는 초기 단계이다. 그래도 최근 혈관 재개통술을 받은 말초동맥질환 환자에서도 새로운 병용요법이 효과가 있음을 보인 연구가 해외에서 잇따라 발표되는 추세인 것을 보면 다혈관질환 환자에서 뇌졸중,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계사건이나 사지절단과 같은 심각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 패러다임의 변환이 멀지 않음을 느낀다.

더불어 이러한 변화가 국내 진료환경에 얼마나 신속히 적용될지에 대한 의료진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심혈관사건 발생 시 빠르게 병원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위험군의 재발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란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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