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복지부 복수차관제, 이젠 도입할 때
[특별기고] 복지부 복수차관제, 이젠 도입할 때
  • 홍민철 헬스경향 편집위원 (desk@k-health.com)
  • 승인 2020.05.29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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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철 헬스경향 편집위원
홍민철 헬스경향 편집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3주년 특별연설에서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도 도입을 말했다. 차관을 한명 늘려 보건의료담당차관과 사회복지담당차관, 두 사람을 두겠다는 것이다. 차관 수를 늘리려면 정부조직법을 바꿔야한다. 과거에도 수차례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정치권의 반대와 우선순위에 밀려 번번이 좌절돼왔다.

장관도 서열이 있다. 2017년 7월 26일 개편된 정부조직법 제26조를 보면 18개 행정각부의 명칭이 열거돼있다. 1번 기획재정부, 2번 교육부로 시작해 12번 보건복지부, 마지막 18번이 중소벤처기업부다. 서열 순으로 번호가 매겨진 것이다.

이는 국무회의 좌석배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통령이 테이블 중앙에 앉고 우측(최상자의 우측이 다음 상석)이 국무총리, 좌측이 1번 기재부장관 자리다. 맞은편 중앙에 교육(2번), 그 우측과 좌측에 각각 과학기술정보통신(3번), 외교(4번) 장관이 앉는다. 12번 복지장관은 대통령 맞은편 좌측 장관좌석 끝에서 2번째다.

현재 복수차관이 있는 부처는 기재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등 5개다. 서열 4위인 외교부까지는 필요성도 있고 힘도 있으니 복수차관 정도야 뭐가 어렵겠는가.

9위 문체부와 16위 국토부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최측근인 탤런트 유인촌 씨와 4대강 사업을 위해 정종환 교수를 각각 문체부과 국토부장관에 임명하면서 복수차관을 둬 힘을 실어줬다.

복지부는 서열에서 밀리고 든든한 뒷배도 없는 탓에 ‘숙원사업’으로 바라만 봐야했다. 역대장관도 복지부 출신은 37대 차흥봉, 38대 최선정 장관 2명뿐이다. 대부분 국회의원이나 복지 분야 교수들이 임명돼 왔다.

타부처 출신 장관이 3명으로 오히려 더 많다. 41대 김성호(국세청), 45대 변재진(기획예산처) 장관 두 명은 모피아(Mofia, 재무부, 현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 나머지 1명은 바로 앞 서열인 11위 지식경제부(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 출신(49대 임채민 장관)이다.

당연히 복지부 출신이 타 부처의 장관이 됐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2020년 정부예산 512조3000억원의 16%에 해당하는 82조5209억원을 쓰면서도 서열에 밀려 차관 한명 늘리지 못하는 신세였으니 그동안 오죽 답답했을까.

보건복지부는 쓰는 예산만큼 일거리도 많다. 게다가 그일 하나하나가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맞닿아 있다. 크게는 의료와 복지라는 양대정책, 그리고 인구대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

우리가 아프면 언제나 가까운 병원과 약국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익숙하다 보니 크게 못 느끼고 있지만 세계 최고라는 평을 받는 대한민국 국민건강보험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다. 민간보험에 의존하는 미국은 돈 없으면 죽고 국가예산으로 관리하는 영국은 기다리다가 죽는다고 한다.

우리 국민 모두가 믿는 구석이 하나 더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2209만명의 가입자와 488만명이 지급받고 있는 국민연금이다. 규모가 국가예산의 약 1.5배에 달하는 736조원으로 세계 3대 연기금에 꼽힌다. 또 일반국민들이 내는 세금은 노인, 장애인, 저소득계층에 골고루 쓰인다.

물론 국민연금과 복지예산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 역시 보건복지부의 몫이다. 보건복지부 관련 법령 310개, 차관이 맡고 있는 정부위원회 당연직위원장 19개, 연간 참석회의 약 710개 등 단순히 숫자가 많아서가 아니다. 맡은 일이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복수차관이 필요한 것이다.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보여준 복지부의 노고에 대한 보상일 수도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섰고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줄곧 복지부와 각을 세웠던 대표적 의료단체인 대한의사협회 조차 보건차관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보이지 않게 누구 못지않게 고생한 사람들이 복지부 공무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국민과 의료진에게 공을 돌렸다. 5월 30일 21대 국회가 개원한다. 매번 대통령취임과 동시에 정부조직법을 개편하듯이 국회의원 임기시작은 정부조직법 개편에 딱 좋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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