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감염’과 ‘전염’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감염’과 ‘전염’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6.0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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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금일 <수도권 ‘감염’속도가 역학조사보다 빨라>라는 정부 발표의 내용을 제목으로 뽑은 기사가 있었다. 바로 진정되고 있지 않은 코로나19사태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문득 왜 전염이라는 단어 대신 감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감염과 전염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감염(感染)은 특정 병원체에 노출되는 것을 말한다. 즉 바이러스나 세균, 곰팡이가 사람에게 침입한 후에 사람의 피부나 점막, 체액 등에 정착해서 개체수를 늘려가는 과정을 감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병을 ‘감염병’이라고 표현한다.

반면에 전염(傳染)이란 병원체에 감염된 사람이 해당 병원체를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서 다른 사람(미감염자)에게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병을 ‘전염병’이라고 한다.

감염이 사람과 병원체와의 관계를 말한다면 전염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에 노출되는 것은 감염이고 그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전한다면 전염이다. 그래서 전염의 한자어도 전할 ‘전(傳)’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위 신문기사는 ‘전염속도가 빠르다’라는 식으로 바꾸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감염병이지만 전염병이 아닌 경우가 있다. 병원체에 접촉이 된 경우에는 발병(감염)이 되지만 이 감염병을 다른 사람에게는 전염시키지 않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진드기에 물려서 보렐리아라는 세균에 감염되는 라임병이 있고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되는 말라리아가 있다.     

감염과 전염은 영어로도 구분하고 있다. 감염은 영어로 ‘infection’이라고 하고 전염은 ‘contagion’이라고 한다.

2011년에 개봉한 유명한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이 있다. 영화 제목을 infection 대신에 contagion이라고 한 것을 보면 바이러스가 주인공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의미다. 만일 우리말로 해석을 해서 제목을 붙인다면 감염이 아니라 <전염>이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감염이 되면 증상이 생기고 전염이 된다. 감염이 되면서 병원체의 개체수가 증식되면 증상이 유발되고 증상이 유발되면서 전염력은 높아진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와 관련돼서 언론에 ‘무증상 감염’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이것은 감염됐는데도 증상이 나타나는 않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무증상 감염이라는 단어는 어폐가 있다. 감염이라는 단어는 병원체와의 접촉 자체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병원체의 증식으로 인해 염증이 유발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증상이 없다면 염증이 없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무증상 감염자가 아니라 ‘무증상 접촉자’인 셈이다.

접촉(감염)이 됐는데도 무증상인 이유는 그 사람의 면역력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바로 면역력이 좋기 때문이다. 면역세포들이 적절하게 병원체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경우 개인은 안전하겠지만 전염을 시킬 순 있다. 면역력이 좋다는 것이 오히려 민폐일 수 있다. 주로 청소년들이나 젊은층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염이란 단어는 사람이 무리지어 사회를 이뤄 살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혼자서 무인도에 산다면 감염은 될 수 있지만 전염이 되거나 전염을 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인수공통전염병도 존재하기 때문에 동물과의 관계까지 언급한다면 전염이 될 수 있겠지만 사람만을 기준으로 하면 그렇다.

앞으로 새로운 전염병들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사람들이 무리지어 사는 한에서는 전염병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먼저 병원체에 노출되지 않게 해야 하고 설령 노출됐다 할지라도 감염되지 않아야 하고 감염됐다 할지라도 전염시키지 않아야한다.

내가 언제라도 ‘감염’될 수 있고 나로 인해서 누구에게나 ‘전염’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타이틀을 건강하게 만들어보자. 그것도 배려심이 있는 동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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