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관제탑 ‘뇌하수체’, 병든 채 놔두면 심혈관건강도 무너져요”
“호르몬 관제탑 ‘뇌하수체’, 병든 채 놔두면 심혈관건강도 무너져요”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6.10 0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뇌하수체질환 전문의 진상욱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뇌하수체는 직경이 겨우 1c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기관이지만 갑상선, 부신, 유방 등 각 장기가 호르몬을 잘 분비하도록 자극·조절하는 곳으로 호르몬의 관제탑으로 불린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뇌하수체는 직경이 겨우 1c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기관이지만 갑상선, 부신, 유방 등 각 장기가 호르몬을 잘 분비하도록 자극·조절하는 곳으로 호르몬의 관제탑으로 불린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로 갑상선, 부신, 신장, 자궁 등 여러 장기에서 나와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사실 이들이 호르몬을 잘 분비하게끔 자극·조절하는 기관은 따로 있다.

바로 ‘뇌하수체’다. 뇌하수체는 뇌의 정중앙부 하단에 위치하는 장기로 시상하부의 명령을 받아 여러 장기의 호르몬 분비를 조절한다. 마치 상위조직의 명령을 받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군대조직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다. 만일 뇌하수체가 병들기라도 하면 호르몬이 정상보다 너무 많이 분비되거나 제대로 잘 분비되지 못해 몸에 생각지도 못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통틀어 ‘뇌하수체질환’이라고 한다. 진상욱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를 만나 생소하기만 한 이 질환에 대해 자세히 얘기를 나눴다.

- 뇌하수체가 병들었다는 것은 이곳이 곧 손상됐다는 의미인지.

뇌하수체는 뇌의 정중앙부 하단에 깊숙이 위치한 장기로 여러모로 보호받고 있어 사실 직접적으로 손상될 일은 없다. 뇌하수체가 병드는 것은 바로 여기에 어떤 병변이 생기기 때문인데 종양이 대표적이다.

-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기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뇌하수체 종양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뇌하수체가 조절하는 특정 장기의 호르몬이 통제되지 못하고 계속 나오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뇌하수체가 찌부러지면서 그나마 정상적으로 남아있던 뇌하수체가 하던 역할을 못 하게 돼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하는 경우다. 또 종양 크기가 커지면 시신경, 뇌막 등 주변 구조물을 압박해 두통, 시야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진상욱 교수는 “뇌하수체질환은 뇌하수체가 직접적으로 손상돼 발생한다기보다 종양 같은 병변이 생기는 것이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 뇌하수체질환 중에서도 흔한 질환은 어떤 것인가.

뇌하수체질환은 사실 드문 병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뇌하수체 종양으로 인한 말단비대증과 유즙분비호르몬 과다는 국내에도 꽤 환자가 발생하는 편이다.

말단비대증은 키가 다 자란 성인이 된 후에도 성장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서 키가 아닌 손·발·턱·코끝 등 신체 말단부위가 커지는 병이다. 유즙분비호르몬 과다는 말 그대로 유방을 자극하는 유즙분비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돼 출산 후 모유가 나와야하는 여성이 아니라 출산하지 않은 여성에서도 젖이 나오는 병이다.

- 이러한 뇌하수체질환들은 어떻게 치료하나.

우선 뇌하수체질환 치료의 기본은 수술을 통해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가 앓는 뇌하수체질환 종류와 종양크기 등에 따라 약물, 방사선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유즙분비호르몬 과다의 경우 수술 전에 먼저 약물치료를 시행, 종양크기를 줄인 다음 수술을 진행한다. 또 종양이 너무 큰 환자의 경우 일단 제거할 수 있을 만큼 종양을 제거한 다음 주사, 감마나이프 방사선치료로 남은 종양을 추가로 제거하고 이후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 이렇게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는가.

뇌하수체질환은 완치가 목적이라기보다 이것으로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차적인 질환을 막는 것에 치료목적이 있다.

국내에서 흔한 말단비대증과 유즙분비호르몬 과다를 중심으로 설명해보면 말단비대증은 방치 시 외적인 변화를 넘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이 높아진다.

또 모유가 나오는 기간에는 생리를 유도하는 호르몬 분비가 억제돼 생리를 안 하기 때문에 유즙분비호르몬 과다를 방치하면 생리불순이 계속되다 결국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뇌하수체질환 치료는 이미 발생한 외적 변화를 원래대로 돌려놓을 순 없어도 심혈관질환 등 더 큰 이차적인 질환을 막아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환자들도 이러한 이유에서 치료에 적극 임해야한다.  

진상욱 교수는 “뇌하수체질환은 별도의 예방법이 없지만 적극 치료하면 심혈관질환 등 뇌하수체질환으로 인한 이차적인 질환만큼은 막을 수 있다”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상욱 교수는 “뇌하수체질환은 별도의 예방법이 없지만 적극 치료하면 심혈관질환 등 뇌하수체질환으로 인한 이차적인 질환만큼은 막을 수 있다”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뇌하수체질환 치료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뇌하수체질환은 내분비질환 중에서도 드문 병인 데다 이를 진료하는 의료진이 많지 않다. 매우 전문적인 영역인 만큼 나름의 철학을 갖고 진료에 임한다. 특히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를 계속 의심할 수 있어야한다’는 스승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고 실천하고 있다.

가령 말단비대증은 사실 외적인 모습만 봐도 예상이 되는데 정확한 진단을 위해 환자에게 꼬치꼬치 캐물어 예측되는 병의 의심단서를 최대한 많이 잡아내려고 한다. 더욱이 뇌하수체질환은 종양뿐 아니라 약물의 영향으로도 발생할 수 있어 의심단서를 충분히 찾아낸 다음에는 필요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정확히 감별하는 데 집중한다.

- 뇌하수체질환도 별도의 예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뇌하수체질환은 따로 예방법이 없다. 하지만 스스로 이 질환에 관심을 갖고 관련 정보를 잘 알아두면 뇌하수체질환이 의심될 때 다른 과를 전전하지 않고 내분비내과, 그중에서도 뇌하수체질환 전문의를 가장 먼저 찾을 수 있다.   

특히 말단비대증의 경우 조금씩 진행되기 때문에 매일 보는 가족들은 그 변화를 잘 못 잡아낸다. 몇 년 만에 만난 지인에게서 외모가 변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또 손에 잘 들어가던 반지가 갑자기 안 들어가거나 잘 신던 신발이 안 맞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일단 내분비내과를 방문해 진료받아볼 것을 권장한다. 

생리불순, 불임 등의 문제로 산부인과를 먼저 방문했다가 결국 유즙분비호르몬 과다가 원인임을 알게 되는 여성환자들도 많다. 젖이 나와야 할 상황이 아닌데도 속옷에 하얗게 젖이 묻어 나오거나 손으로 눌렀을 때 젖이 나온다면 내분비내과 진료를 먼저 받아보는 것이 좋다.

- 뇌하수체질환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뇌하수체질환은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병이다. 이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 마찬가지다. 환자는 본인 스스로 질환에 대해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작은 증상도 민감하게 기억했다가 의료진에게 자세하게 말해야한다. 의료진은 환자의 얘기와 증상, 검사결과 등 여러 가지 요인을 모두 고려해 정확히 병을 진단하고 알맞은 치료방향을 정해야한다. 설령 병을 늦게 알았더라도 이제 그 질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앞에 있으니 주치의를 믿고 적극 치료에 임할 것을 당부드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