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대한민국, 우울증 치료기피는 ‘여전’
암울한 대한민국, 우울증 치료기피는 ‘여전’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7.0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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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우울증환자는 5년 새 32% 증가했지만 여전히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미비해 OECD국가 중 최하위 치료율을 보이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 우울증환자는 5년 새 32% 증가했지만 여전히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미비해 OECD국가 중 최하위 치료율을 보이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힘이 없다. 많이 힘들다. 마음속 거센 폭풍이 나를 집어삼키는 것 같아 두렵다. 우리는 어쩌면 지구 역사상 가장 각박한 사회를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기술의 발전으로 편의성은 증가했지만 반대로 심리적 고립감은 배가 됐다.

심리적 고립감은 우울증환자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빨리빨리’와 ‘경쟁’이 트렌드가 된 우리나라 우울증환자수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우울증환자는 2015년 60만1152명에서 지난해 79만6363명으로 5년 새 약 32% 증가했다. 특히 미래를 짊어져야 하는 젊은층 환자가 급증했다. 20대 우울증환자는 2015년 5만3077명에서 11만8393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우울증, 편견과 오해로 치료율 저조

우울증환자는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우리나라는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미비한 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우울증약 복용률은 꼴찌 수준이다.

우울증은 조기에 치료하면 환자 80~90%에서 증상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 경험자의 65~75%는 전문적인 치료나 도움을 찾지 않고 있다. 특히 환자 스스로 우울증을 자각하는 비율은 30% 이하다. 이는 ▲ 두통 ▲식욕저하 ▲불면증 등 우울증에 동반되는 신체증상이 우울증을 떠올리기 이전에 다른 건강문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과 공허, 무기력, 불면, 집중력저하 등이 일상생활에 지장이 받을 정도로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만약 이러한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을 의심해야한다. 우울증 환자의 약 70%가 자살을 생각하고 10~15%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만큼 우울증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서울포레스트정신건강의학과의원 한재욱 원장은 “현대사회에서 우울은 개인적이거나 생물학적인 문제만이 아니고 가족, 지인 및 직장 내 인간관계, 신체적 건강, 재정상태 등 사회·경제적 상황과 관련된 일련의 요인들이 우울증에 영향을 미친다”며 “개인의 정신건강에 관해 주변과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우울증을 개인의 나약함으로 낙인찍는 시선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항우울제부작용은 약물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환자는 오심, 구토와 같은 위장관계 부작용, 식욕감퇴, 불면, 두통 등의 부작용으로 복약을 중단한다.

■항우울제, 우울증 보편적치료방법 

우울증은 항우울제를 이용한 약물치료와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경두개자기자극술(TMS)을 포함한 신경조절술 등 비약물치료가 있다.

약물치료는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치료법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우울증 진료지침에서는 재발예방을 위해 최소 5~6개월 유지치료가 필요하다고 권장하지만 통상 약물치료 첫 3주에 환자의 10~15%가 임의로 투약을 중단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우울증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절반 정도가 처음 30일 이내에 투약을 중단하며 투약을 3개월 이상 지속하는 비율은 24%, 6개월 지속은 15% 수준에 그친다.

항우울제 약물중단율이 높은 이유는 ▲부작용 ▲무반응 ▲효과부족 때문이다. 항우울제부작용은 약물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환자는 오심, 구토와 같은 위장관계 부작용, 식욕감퇴, 불면, 두통 등의 부작용으로 복약을 중단한다.

또 환자 3명 중 1명은 항우울제에 반응하지 않는 치료저항성우울증을 갖고 있으며 이밖에도 약 복용 첫 주에는 증상호전을 보이지만 4~6주 이상이 지나면서 약물에 반응을 하지 않는 환자도 있다.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전자기 코일에 매우 강력한 전기의 흐름을 단속시켜 자기장파동을 두뇌로 전달해 신경세포를 자극, 도파민과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켜 우울증을 치료한다.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전자기 코일에 매우 강력한 전기의 흐름을 단속시켜 자기장파동을 두뇌로 전달해 신경세포를 자극, 도파민과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켜 우울증을 치료한다.

■비약물·비침습치료법 경두개자기자극술 개발

모든 환자가 항우울제로 우울증이 완치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미주신경자극술 ▲뇌심부자극술 ▲전기경련요법 같은 신경조절술을 고려해야한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은 침습적이고 수술이나 마취 등 신체적 부담을 감수해야한다.

최근에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비약물·비침습 치료법인 경두개자기자극술(TMS)치료가 임상에서 확산 중이다.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전자기 코일에 매우 강력한 전기의 흐름을 단속시켜 자기장파동을 두뇌로 전달해 신경세포를 자극, 도파민과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켜 우울증을 치료한다.

2008년 미국 FDA 허가를 받은 경두개자기자극술 치료기기의 임상연구에 따르면 6주간 치료로 우울중환자 2명 중 1명이 치료효과를 보였으며 3명 중 1명은 치료가 됐다.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 임신우울증, 산후우울증 등 약물치료가 어려운 경우에도 적용가능하며 약물치료와 병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경두개자기자극술은 과거와 달리 치료시간도 단축돼 1회 치료 시 19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단 치료부위에 정확하게 자기자극이 전달돼야 충분한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한재욱 원장은 “우울증의 경우 정신과치료에 대한 편견, 환자의 낮은 치료의욕으로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들이 많고 치료를 받더라도 일정기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는 점, 약물부작용 등으로 환자 스스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우울증은 치료가능한 질환인 만큼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임신 등 신체적변화, 부작용 등으로 약물치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 절망하지 말고 전문의와 한 팀이 돼 자신에게 맞는 다른 치료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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