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여성청결제’ 정말 여성의 질 건강에 도움 될까?
[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여성청결제’ 정말 여성의 질 건강에 도움 될까?
  •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fk0824@k-health.com)
  • 승인 2020.07.0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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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화장품의 영역은 과연 어디까지 확장될까? 어느 순간 화장품 진열대에서 보이기 시작한 여성청결제. 최근 들어서는 이에 질세라 남성청결제까지 등장했다. 단순히 씻는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기능성을 부여한다는 여성청결제. 과연 여성의 질 건강에 정말 도움이 될까?

여성청결제는 ‘여성들이 외음부를 씻는 데 사용하는 제품’으로 정의돼 있다. 즉 외음부의 청결을 위해 사용하는 일반화장품으로 사용 후 씻어내는 세정제로서의 용도로만 사용되는 제품이다. 여성의 자궁과 외부를 연결하는 생식기관인 ‘질(vagina, 膣)’ 내부는 점막으로 이뤄져 있고 흔히 여성의 속옷과 맞닿는 부위는 외음부라고 지칭한다.

따라서 우리가 사용하는 청결제는 정확히 질 내부가 아닌 외음부만을 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의 질 감염치료 및 세정의 목적으로 의사의 진단 아래 사용해야하는 의약품인 ‘질세정제’와 혼동해선 안 된다.

여성의 질 내부는 pH 4.5~5.5 정도의 산도를 유지하면서 스스로 자정작용을 통해 정상시스템을 유지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산도의 균형이 깨지면서 세균이나 곰팡이 등으로 인해 부인과질환을 일으킨다.

또 알칼리성을 띠는 비누나 바디세정제 등을 자주 사용하거나 합성생리대를 착용해 외음부가 습해진 경우, 질염치료를 위한 항생제 사용 등이 질 내부환경을 무너뜨리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여성들의 질 건강이 이슈화되면서 화장품 업체들은 여성청결제를 앞다퉈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하나 같이 ▲질 내부 pH밸런스 도움 ▲약산성 조절기능 ▲피부탄력에 도움 ▲피부보습 ▲Y존 불쾌한 냄새 제거 ▲산뜻한 향 등의 문구를 내세워 마치 질 건강을 위한 의약품처럼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여성청결제는 앞서 얘기했듯이 속옷에 닿는 부분에 대한 세정기능 이상의 역할은 없다. 더구나 사용 후 물로 깨끗이 씻어야하기 때문에 제아무리 좋은 성분이 들어 있어도 그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뿐더러 이는 오히려 매우 위험한 발상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화학물질의 피부흡수율을 살펴보면 팔 안쪽을 1이라고 기준했을 때 생식기는 42에 달한다. 특히 외음부는 속옷에 갇혀 습한 환경에 있기 때문에 흡수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 발표한 ‘여성 외음부 피부의 구조와 흡수율’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 외음부 바깥쪽과 팔뚝 피부에 각각 스테로이드 물질을 흡수시킨 결과 외음부 바깥쪽의 흡수율이 팔뚝 피부보다 무려 6배 더 높았다고 보고했다. 외음부 흡수율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여성청결제의 성분을 살펴보면 정제수를 기반으로 계면활성제, 글리세린, 천연유래성분 외에 향료, 멘톨 등이 추가로 함유돼 있다. 대부분 여성청결제 생산업체에서는 천연유래 계면활성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한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결국 천연에서 유래한 성분일 뿐 결국 화학공정을 통해 배합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더이상 천연화장품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순한 약산성제품으로 질 내부의 산도를 보호한다고 설득하지만 단지 씻어내는 용도일 뿐 질 내부에 작용할 수 없다. 당연히 여성청결제가 여성 외음부의 피부탄력이나 보습에 도움을 준다는 업체 주장에 대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또 업체에서 제공하는 임상실험결과 보고서 중 ‘피부자극 판정 결과’ 혹은 ‘피부첩보 일차자극’ ‘0.000’ 숫자를 봤을 때 일반피부에 관한 결과를 갖고 왜 여성청결제에 적용하는 건지 묻고 싶다. 마지막으로 여성청결제가 제공하는 ‘산뜻한 향’이 천연유래향이든 인공향이든 향료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모두 잘 알고 있을 터이니 논외로 하자.
 
결론적으로 여성청결제가 여성질환을 예방한다는 어떤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청결제를 지나치게 사용할 경우 질을 건조하게 만들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건강하게 여성 Y존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흐르는 물로 씻기 ▲면 속옷 착용하기 ▲꽉 조이는 옷 피하기 ▲ 물로 씻은 뒤 자연 건조시키기 등의 생활습관을 들이는 것이 한층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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