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동의보감의 ‘사삼(沙蔘)=더덕’ 기록은 틀렸다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동의보감의 ‘사삼(沙蔘)=더덕’ 기록은 틀렸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7.0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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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요즘은 주변에서 쉽게 많은 약초를 구할 수 있다. 또 인터넷이 발달해서 약초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로 인해 헷갈리는 이름이 있다. 심지어 동의보감 속의 내용도 잘못된 것들이 있다.

많은 사람이 사삼(沙蔘)을 더덕으로 알고 있다. 반대로 더덕의 한자이름을 사삼이라고 한다. 이러한 원인은 실로 수백 년을 거쳐 올라간다. 바로 동의보감의 탕액편에는 거의 모든 약초가 수록돼 있는데 ‘沙蔘’ 아래에는 ‘더덕’이라고 표기돼 있다. 하지만 사삼은 더덕이 아니다.

한글은 동의보감이 완성(1613년, 광해군 5년)되기 전에 만들어졌다(1443년, 세종25년). 따라서 동의보감을 집필할 당시에는 한글이 존재했다. 동의보감은 한자로 쓰여 있지만 동의보감의 창제 의도가 백성이 향약을 쉽게 찾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목적에 따라 약재의 한자명 아래에 한글 이름도 함께 수록된 것이다.

하지만 사삼의 기원식물은 더덕이 아니라 잔대다. 동의보감의 기록이 잘못된 것이다. 동의보감에 사삼을 더덕이라고 수록해 놓은 것을 보면 아마도 당시에 사삼을 더덕과 혼용했던 것 같다. 더덕은 다른 한의서에 양유근(羊乳根)이나 산해라(山海螺)라고 돼 있는데 동의보감에는 더덕과 관련된 별도 기록은 없다.

이처럼 동의보감에 수록된 한글 이름은 간혹 오류를 보인다. 하수오도 그렇다. 동의보감의 하수오 편을 보면 한글 이름이 은조롱(백수오의 한글 이름)이라고 나오는데 기록된 효능은 백수오가 아닌 적하수오의 효능을 수록하고 있다.

당시 중국에서는 하수오 하면 적하수오였고 우리나라에서는 백하수오를 주로 사용하면서 은조롱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중국 서적으로부터 적하수오의 효능을 옮겨 적고 한글 이름은 은조롱으로 잘못 매칭한 것이다.

사삼은 더덕이 아니라 잔대다. 이의 근거 중 하나가 동의보감 이전에 발행된 한의서에 실로 명확히 드러나있다. 약재의 기원식물에 대한 구별을 함께 설명한 명의별록이나 그림으로 약초를 그려넣은 도경본초 사삼 편의 설명 또는 그림을 보면 모두 잔대의 줄기, 잎, 뿌리 모양을 표현하고 있다. 잔대는 더덕과 뿌리는 비슷하지만 줄기나 잎과는 쉽게 구별된다.

한국의 생약규격집이나 중국약전은 사삼을 잔대로 기록하고 있지만 북한약전에는 사삼을 더덕의 뿌리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 때문에 오래전 방송에서 북한 출신의 한의사와 다툼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북한약전이 잘못된 것이다.

사삼(잔대)과 더덕은 모두 초롱꽃과로 비슷한 모양이지만 사삼(잔대)은 ‘adenophora’ 속이고 더덕은 ‘codonopsis’ 속에 속한다.

사삼(沙蔘)은 모래밭[沙]에서도 잘 자라는 삼(蔘)이라는 의미가 있다. 잔대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자잘한 대가 촘촘하게 올라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한다.

반면에 더덕은 한글 이름으로 뿌리가 작은 혹처럼 더덕더덕 붙어 있는 모양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글이 만들어지기 이전인 1431년에 간행된 향약집성방에는 더덕을 ‘가덕(加德)’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당시 불리는 한글 이름에 한자 이름을 붙인 이두식 표기로 생각된다. 발음도 비슷하고 의미도 좋게 가져다 붙인 것 같다.

사삼과 더덕은 효능이 비슷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용한다고 해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구별을 한다면 사삼은 성상이 푸석거리면서 심장과 폐장의 화(火)를 내리는 작용이 뛰어나다. 한의서에는 인삼을 사용하고 싶은데 열이 있다면 사삼으로 대신하라는 문구도 있다. 반면에 더덕은 점액이 많고 눅눅하면서 폐음(肺陰)을 보하는 작용이 강하고 최유작용(모유의 분비를 증가)도 있다.

예로부터 약초 중에 맛은 별로지만 효능이 좋은 것은 약으로 사용됐고 맛이 좋은 것은 음식으로 이용됐다. 사삼은 맛이 쓰기 때문에 약이 됐고 더덕은 맛이 달기 때문에 음식으로 주로 활용된 것이다. 사삼은 더덕이 아니라 잔대라는 우리말이 있다. 사삼은 더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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