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개가 침을 맞는다고? ‘한방수의학’ 들어보셨나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개가 침을 맞는다고? ‘한방수의학’ 들어보셨나요
  • 김동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내과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7.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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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내과원장
김동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내과원장

수의학은 기본적으로 서양의학(현대의학)의 토대 위에 발전돼 왔고 한방수의학이라는 용어는 아직 생소하다. 동양의학(한방수의학)을 이미 적용하고 있는 동물병원이 있지만 아직 사람의 한의학처럼 저변이 넓지는 않다.

사람의 한의학도 우리가 오랫동안 믿고 의존해왔던 전통의학이기는 하지만 현대의학의 방대한 과학적 데이터에 밀려 공격을 받기도 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아직 한의학의 존재가치를 부정할 수 없으며 위와 같은 현대의학과의 대립양상은 정치적인 부분으로 비치는 부분도 있다. 물론 이는 전문적인 식견이 없는 일반인으로서의 사견일 따름이다.

국내의 한의학에 대한 시각은 논외로 하더라도 미국 등 의학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동양의학의 장점을 취해 융합적인 사고로 진료를 하려는 움직임이 많아 보인다. 국내에서도 서양의학(현대의학)과 동양의학(한의학)의 융합과 협진이 이뤄지고 있고 국립대에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생기기도 했다.

이는 수의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미국의 플로리다대학의 Dr. Xie교수가 설립한 Chi institute는 많은 서양인 수의침술사를 배출하고 있고 많은 외국인 수의사가 한방수의학 과정을 수료하고 있다. 비과학적이라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동‧서양 수의학의 장점을 취해 융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서양의학은 기계론적, 물질적 우주관의 토대에서 신체, 장기의 기능적인 측면으로 접근한다. 반면 동양의학은 비물질적, 생태론적, 전체론적, 자연론적 철학을 바탕으로 접근한다. 발상의 근원이 다른 만큼 질병관, 진단의 체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서양의학은 철저하게 해부학적인 구조와 기능적인 시각으로 장기를 바라보며 동양의학은 음양오행이라는 체계와 기와 혈로 세상과 자연과 신체를 설명한다. 목화토금수라는 물질에 배속되는 장기들이 있고 각각의 장기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관계로 놓여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눈이 충혈돼 안과를 찾으면 안과의는 눈만을 관찰해 치료에 임하게 된다. 하지만 한의사는 눈 자체만이 아닌 간, 신장 쪽의 문제로도 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그 장기들을 다스리는 진단과 처방을 하게 된다.

치료에 있어서 서양의학은 화학적 요법, 물리적 요법, 수술적 요법, 심리적 요법 등을 이용한다. 동양의학에서는 한약, 침구, 추나, 자극요법, 식이요법, 운동요법 등을 이용하게 된다.

동양의학의 약점은 응급처치, 외과적 처치, 전염병 관리, 질병의 예후 관측 곤란 등의 미흡함이라 할 수 있다. 서양의학의 약점은 지나친 전문화와 세분화로 인한 전체적인 시각, 관련성의 결여라 할 수 있다. 객관성만 중시돼 검사상 이상이 나타나지 않은 심신질환의 관리, 만성질환의 관리 문제와 약물 부작용 등의 한계가 나타난다.

위와 같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국 등 서구의 의학 선진국들도 양‧한방의 융화를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의학을 수의학이라는 글자로 바꿔놓아도 다를 바가 없다.

한의학은 5000년 이상 발전됐고 한방수의학은 말을 중심으로 1500~2000년 전부터 연구돼왔다는 차이는 있다. 하지만 디스크질환 등의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동물에게도 침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논문으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이에 국내에도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수료하는 수의사가 많아지면서 재활, 노령동물, 만성질환자들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지는 것이다.

서양의학, 동양의학의 옳고 그름은 아마도 한두 세대 내에 밝혀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미신이나 비과학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효과가 뛰어나면서도 아직 논거를 밝히기 힘든 자연의 섭리가 숨어있는 것이 동양의학인 듯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장점을 취할 수만 있다면 취해 적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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