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뇌의 날] 중독은 뇌 병들게 만드는 ‘뇌질환’
[세계 뇌의 날] 중독은 뇌 병들게 만드는 ‘뇌질환’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7.22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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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다양한 중독, 뇌 기능 영구적변화 및 다양한 합병증 유발
개인의 의지·습관 문제 아닌 ‘뇌질환으로 인식…적극 예방·치료해야

뇌는 몸의 모든 신체활동을 관장하는 콘트롤타워다. 그런데 어떤 것에 중독돼 버리면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조절기능을 상실, 병적인 상태로 바뀌면서 그야말로 통제력을 잃고 우리 몸에 여러 가지 합병증을 유발한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중독상태가 되면 뇌세포가 정상일 때보다 위축되고 부피가 줄어 기억력 저하부터 성격 변화, 수면-각성주기 변화, 판단력과 지각능력 저하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경고한다. 중독 자체를 개인의 의지나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뇌를 병들게 하는 뇌질환으로 인식해야하는 이유다.

세계 뇌의 날(7월 22일)을 맞아 중독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예방·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짚어봤다.

우리나라 국민 2명 중 1명은 중독을 뇌질환이 아닌 개인의 의지나 습관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국민 대부분, 중독 ‘뇌질환’으로 인식 못 해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중독연구특별위원회가 전국 성인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중독(의존)은 어떤 현상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에 따르면 ▲뇌의 조절력 상실에 의한 질병(35.4%) ▲성격과 의지의 문제(22.0%), ▲잘못된 습관의 문제(20.7%) ▲정신질환-우울증, 불안장애 등에 의한 행동문제(15.4%) ▲잘 모르겠다(6.6%)고 응답해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중독의 원인을 개인의 기질적 측면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강했다.

중독연구특별위원회 강훈철 간사(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중독은 보상, 스트레스, 자기조절에 관련된 뇌회로의 기능적 변화를 수반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뇌질환으로 분류된다”며 “조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뇌 기능의 영구적인 변화와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체계적인 예방·치료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흡연, 니코틴에 중독되는 뇌질환

실제로 전문가들에 따르면 프로포폴, 니코틴 등의 중독성물질들은 뇌의 보상회로, 즉 일명 쾌락중추를 강력하게 자극한다. 중독물질들이 보상회로를 자극하면 할수록 우리 몸은 그 물질을 더 추구하고 갈망하게 된다.

예컨대 담배에 한 번 손대면 쉽게 이별하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뇌가 니코틴에 중독되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면 흡인된 니코틴의 약 25%가 혈액으로 흡수되고 15초 내에 대뇌에 도달, 자신이 달라붙을 수 있는 수용체와 결합하는데 이때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분비돼 우리가 평소 느끼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과 쾌락을 느끼게 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욱 교수는 “니코틴은 보상회로의 도파민경로를 활성화시켜 강력한 긍정적 강화와 중독을 유발한다”며 “두 시간 이상 지나면 니코틴농도가 떨어져 흡연자는 다시 흡연욕구를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니코틴에 이미 중독된 사람은 이때 흡연욕구를 참으면 단순히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마음을 넘어 긴장감, 짜증, 집중곤란, 졸음, 맥박감소, 혈압저하 등 몸에 여러 가지 금단증상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니코틴은 그 자체로 이미 독성이 있어 다량 복용할 경우 메스꺼움, 구토, 설사, 어지러움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호흡마비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흡연 역시 니코틴에 중독되는 뇌질환의 하나로 보고 개인의 의지만이 아닌 약물치료 같은 의학적 도움을 통해 금연에 이르러야한다.

중독에 빠진 뇌는 뇌세포가 위축되고 부피가 줄어드는 등 물리적 변화 외에도 기억력이나 판단력, 충돌조절능력 등 일상에 필요한 기능들을 심각하게 저하시킨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인터넷 중독, 뇌의 이상소견과 연관

인터넷 중독 역시 원인이 다양하지만 알코올이나 도박중독 같은 행위 중독처럼 선조체, 편도, 해마, 전두엽 등 뇌의 이상소견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송정은 교수는 “인터넷에 중독된 경우 통제력을 상실해 학교, 직장, 가정 등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터넷에 집착하게 된다”며 “일반적으로 하루 8~10시간 이상 인터넷을 하며 심한 경우 식사도, 잠도 안 자고 게임을 하고 이렇게 못하면 심하게 불안해하고 분노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인터넷중독 역시 정확한 진단을 통한 의학적 치료의 도움을 받아야한다”며 “일단 의심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면담을 통해 임상진단을 하고 종합심리검사, 가족에 대한 평가, 인터넷 중독과 관련된 척도 등을 검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중독은 우울증, 강박장애, ADHD 등의 정신과적질환과도 연관 있다고 보고돼 만일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일 경우 이에 대한 치료를 병행한다. 외래치료로 호전되지 않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심하게 보이는 경우 또는 동반질환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입원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체계적인 예방·치료 시스템 구축돼야

이처럼 일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중독행위는 뇌를 병들게 하는 뇌질환으로 자신의 상태에 맞는 알맞은 치료를 통해 중독에서 적극 벗어나려 노력해야한다.

특히 뇌의 발달이 미숙한 상태인 청소년의 경우 중독성약물이나 과도한 인터넷 게임 등과 같은 행위중독에 노출되면 뇌의 발달이 느려지고 전두엽 회백질의 부피도 줄어 사고능력이나 문제해결능력, 충동조절이나 통제력 등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또 임신 또는 모유수유 중 약물중독에 노출된 유아는 조산 또는 저체중으로 태어날 위험이 높고 행동발달장애, 떨림이나 발작 등이 생기는 신생아 금단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중독연구특별위원회 이해국 간사(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특히 중독은 그 특성상 기초수급자 등 빈곤층의 중독율이 높고 이 때문에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락해 또 다시 빈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쉽다”며 “중독을 뇌질환으로 보고 치료해야한다는 인식과 더불어 특히 청소년이나 여성, 빈곤층 등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중독 예방 및 치료를 통해 중독폐해로 인한 개인적‧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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