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지방흡입 시 수면마취, 단순히 자고 일어나면 된다는 생각 버려야”
“성형·지방흡입 시 수면마취, 단순히 자고 일어나면 된다는 생각 버려야”
  • 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0.07.3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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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인철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

국내 수면마취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마취과전문의가 상주하지 않아 생긴 사고’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수면마취사고는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노력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수면마취사고를 막기 위한 현실적 대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 순서로 최인철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을 직접 만나 국내 수면마취사고와 관련한 전반적인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최인철 이사장은 “수면마취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치명적 사고로 이어진다”며 “수면마취의 위험성에 대해 의료인과 국민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인철 이사장은 “수면마취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치명적 사고로 이어진다”며 “수면마취의 위험성에 대해 의료인과 국민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1월 홍콩재벌 3세가 국내에서 성형수술을 받던 중 사망했다. 유가족은 수술에 마취전문의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강남의 한 병원에서 수면마취 후 지방흡입수술을 받던 환자가 6번의 심정지를 겪으면서 식물인간상태가 됐다. 

한번 발생하면 목숨과 직결되는 수면마취사고. 이는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도 수백만 건의 수술과 시술이 이뤄지고 그 중 상당수는 수면마취상태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설마 나한테 사고가 날까?”라는 생각에 수면마취사고를 먼 얘기로만 여긴다. 최인철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성형외과 외에 수면마취사고가 발생하는 의료분야는. 

성형외과 외에 마취, 진정을 하는 모든 시술과 수술에서 수면마취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성형외과 외에 치과, 수면내시경, 소아 관련 분야에서 치명적 사고가 보도되기도 했다. 

- 수면마취사고의 실제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에서 발생하는 수면마취사고는 법정소송 외에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어 실태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하지만 외국연구에 따르면 수면마취 10만건 당 사망사고 1건에 불과할 만큼 빈도 자체는 그리 높지 않다. 문제는 수면마취사고가 발생하면 사망이나 뇌손상 등 치명적 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 수면마취사고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자주 일어나는 사고가 아니다보니 국민은 물론 의료인도 안일한 태도를 갖고 있어서다. 하지만 한번 발생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수면마취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인식개선은 물론 의료인들도 위험성을 절실히 느껴야한다. 또 ‘환자안전법개정안’에 따라 의료관련 사망 및 치명적 사고 발생 시 의무적으로 보고해야하는데 이 법이 잘만 시행된다면 정확한 데이터를 마련할 수 있어 사고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학회차원에서 정립한 가이드라인은.

대한마취통증의학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6년 ‘비(非)마취통증의학과 의사를 위한 프로포폴 진정 임상지침’을 발간했다. 이 지침은 프로포폴 진정의 특수성, 진정 전 환자준비 및 평가, 진정담당자, 진정 시 감시와 장비, 진정의 깊이, 프로포폴 투여방법, 진정회복 시 관리 및 퇴원, 프로포폴 진정담당자 교육, 프로포폴 남용문제 등을 담고 있다.

- 마취 전 환자 스스로 의료진의 전문성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강화된 ‘환자설명법’에 의해 수술, 수혈, 마취 등 동의서에 참여한 의사를 기재하고 환자동의를 받게 돼있다. 각종 수술이나 시술 전 동의서 작성 시 이를 확인하고 본인의 마취의사가 누구인지 구두로 묻는 것이 좋다.

- 수면마취사고 근절을 위한 활동 및 계획은.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마취전문가 양성과 현재 6000명에 달하는 마취전문의 보수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 환자안전을 위한 대국민 홍보 및 교육, 비(非)마취통증의학과 의사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안전한 마취병원’ 인증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 수면마취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말씀 부탁드린다. 

‘작은 수술은 있어도 작은 마취는 없다’는 말이 있다. 마취란 뇌기능은 물론 호흡, 심장 등 생명유지기능을 저하시키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다. 따라서 수면마취가 간단하고 잠깐 자고 일어나면 된다는 인식을 버려야한다. 수술·시술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처럼 마취도 전문가에게 맡겨야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가져야 수면마취사고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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