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의 우울에 대처하는 방법
사랑하는 이의 우울에 대처하는 방법
  • 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0.09.02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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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신간] 소중한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휘프 바위선/장혜경 옮김/을유문화사/1만5000원

“병원에서 우울증이래.” 그의 말 앞에 나는 한없이 무너졌다. 13년을 함께하며 충분한 사랑과 지지를 줬다고 믿었지만 모두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절망과 죄책감,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지난날의 시간을 다시 돌이켜보는 과정은 상처를 비집는 듯 아프게 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겪어보지 않은 타인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걸. 섣불리 그의 감정을 재단하고 위로하는 것은 더 큰 아픔이 될 수 있단 걸. 심연 속에 자취를 감춘 듯 헤어라기 어려워 막연히 ‘우울’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그 감정 앞에서 나는 한없이 무력했다.

네덜란드 작가 로지위그는 우울을 ‘납작하게 짓눌린 말’이라고 했다. “어떤 기분인지 설명하려고 하면 말이 자기 무게에 짓눌리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 도저히 이해를 하지 못하는, 설명할 수도 없고 비교할 수도 없는 무용지물의 혼잣말”이라는 것이다.

정말 쉽지가 않다. 의사는 곁에 있는 사람의 정신적 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방법을 찾는 것이 힘들다. 그전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평소보다 느린 그의 행동과 말투, 잦아진 짜증이 너무나도 눈에 선연하다. 변한 그를,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가진 그를 받아들이는 것을 자꾸만 몸이 먼저 거부했다. 무슨 말이든 예민하게 반응하는 그에게 답답하고 서운한 마음에 화를 낼 때도 있었다.

휘프 바위선은 저서 <소중한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를 통해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위로와 해법을 전한다. 특히 저자는 “가족을 향한 당신의 사랑이 클수록 환자를 제대로 도와주기가 더욱 힘이 든다”고 말한다.

“가끔씩 화내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다. 당신의 가족에게, 당신을 찾아온 운명에게 화내어도 된다 (...) 모든 감정에는 나름의 메시지나 소망이 숨어있다. 분노의 숨은 의미는 이것이다. ‘싫어, 달라졌으면 좋겠어. 내가 바꿀거야’.”

우울증에 걸린 환자의 감정을 받아내다보면 문득 서럽고 불편할 때가 있다. 화를 내버리고 금방 ‘나의 사랑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자책하는 이들에게 다시금 우울을 이겨낼 가장 큰 무기인 ‘사랑’을 다잡게 하는 대목이다.

책에서는 먼저 ‘납작하게 짓눌린 말’처럼 어려운 우울의 감정을 이해해본다. 다양한 우울증 증상을 알고 나면 환자의 행동을 헤아리고 곁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어 저자는 우울증환자를 돕는 실질적인 방법과 여러 형태의 치료를 소개한다. 또 병의 인지, 도움의 손길 찾기, 일반의의 진단 등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다섯 가지 관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우울증에 빠진 사람 가까이에 있는 이가 느끼는 감정을 ▲불안 ▲절망 ▲상심 ▲분노 ▲죄책감 ▲외로움 ▲수치심 ▲공포 ▲긍정적기분 아홉 가지로 정의하고 설명하는 6장을 읽다 보면 ‘내가 잘못한 게 아니구나’ ‘다 그럴 수 있구나’라는 안도감에 홀로 앓고 있던 감정들이 울컥 쏟아져버릴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자는 그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않을 현실적인 방법까지 알려준다.

저자는 말한다. ‘당신의 마음이 발을 헛디뎌 길을 잃지 않도록’ 조언과 전략을 내리겠다고. 마지막 페이지가 찢긴 책의 결말을 유추하듯 이 책은 갈피 없는 짐작 속에서 절망하는 이들에게 희망이 솟구치는 계기를 가져다 줄 것이다.

저자 휘프바이선은...

네덜란드의 노인심리학자이자 임상심리학자다. 의료종사자를 대상으로한 교육기관인 '바위선트레이닝 교육연구소' 를 설립해 공격성장애와 치매에 관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조직관리자들을 위한 교육에 집중해 의료분야시장을 이끌었고 특히 정신건강분야의료종사자들이 공격성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돕는 'e-러닝' 프로그램을 6년간 개발하고 확장했다.

'소중한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는 임상심리학자로서 현장에서의 치료경험과 파키슨병과 치매로 우울증을 앓았던 부모를 보살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네덜란드에서 첫 출간 이후 독일, 체코, 폴란드 등 4개국에서 출간됐고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4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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