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코로나19 살균 손소독제, 어떻게 탄생했을까
국내 유일 코로나19 살균 손소독제, 어떻게 탄생했을까
  • 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0.09.0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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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원일 코셀케어 대표

최근 코로나19사태로 손소독제는 가정의 생활필수품이 됐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와 2015년 메르스 때도 방역에 큰 역할을 했다. 반복되는 감염병유행에도 손소독제가 일상생활에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수요가 폭증할 때마다 여러 업체가 손소독제를 마구잡이로 만들었다가 금방 철수하기를 반복해 시장이 형성되지 못한다. 당연히 품질도 낮아져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는다손소독제 전문기업 코셀케어 이원일 대표의 답이다. 국내 유일 코로나19살균데이터를 보유한 손소독제 '클레시스'를 생산하는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원일 코셀케어 대표는 "관공서, 식당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 손소독제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법령이 마련돼야한다"며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손소독제시장이 형성돼 제품의 질도 좋아지며 감염병이 창궐했을 때도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살균데이터란 무엇인가.

소독제가 어떤 균을 얼마나 죽이는지에 대해 실험하고 결과를 보고서형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살균데이터를 얻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요즘은 일정성분의 함량기준만 충족하면 식약처의약외품 허가가 빠르게 나온다. 반짝시장을 노리는 기업입장에서 굳이 살균데이터까지 얻으려 노력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클레시스는 평시에도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만큼 코로나19가 터지자마자 국제공인연구소를 통해 살균데이터를 받았다.

- 손소독제를 2006년부터 개발했다. 손소독제가 대중들에게는 생소했을 때인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제약회사에 근무하던 시절이다. 미국출장을 가서 보니 손소독제가 대중화돼 있더라. 손소독제를 일반 마트에서 손쉽게 살 수 있고 다양한 브랜드가 출시돼 소비자선택의 폭도 넓었다.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로 돌아와서 손소독제개발을 제안했는데 시장이 작다는 이유로 거절됐다. 그때 곧장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2006년도에 회사를 설립했다.

- 우리나라도 몇 번의 감염병사태를 겪었지만 아직까지 손소독제는 특수할 때만 쓰인다.

미국은 악수문화가 일반화되어 손소독제가 쉽게 대중화될 수 있는 것 같다. 악수 전에 손소독제를 쓰는 게 상대에 대한 매너이기 때문이다. 부시대통령 재임시절 항시 비서가 손소독제 휴대하고 다녔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악수 전에 수시로 손을 소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악수가 일반적이지 않은 데다 국산 손소독제도 질이 안 좋아 사람들이 쓰기를 꺼려왔다.

- 질이 좋지 않다는 말은.

국내에는 손소독제 전문업체가 적을 뿐더러 규모도 작다. 게다가 수요가 급증할 때면 많은 비전문기업들이 제품들을 시장에 쏟아냈다가 곧장 철수하기를 반복했다. 특히 화장품업체들이 많이 생산하는데 근본적으로 손소독제는 화장품이 아니다. 화장품처럼 만들면 향이나 끈적거림이 과해 사용하기 불편하다. 그렇다보니 소비자들이 손소독제를 안전하고 거부감 없이 사용할 만큼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 그렇다면 어떤 것이 좋은 손소독제인가.

사용하고 나서 손이 건조해지거나 제형이 때처럼 밀려나오면 안 된다. 향도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무취에 가까운 것이 좋다. 향이 15초 이상 지속되면 거부감이 생긴다. 또 원료가 좋아야한다. 특히 병원에서는 수시로 사용하기 때문에 손소독제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다. 처음 제품을 개발할 때 시제품을 만들어 종합병원에 돌리고 여러 번 피드백을 받아 수정했다.

- 제품을 처음 개발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수입에만 의존하다보니 국내 생산공장을 찾기가 힘들었다. 손소독제살균실험을 해본 기관도 없었다. 10여 곳을 전전한 끝에 적합한 연구소를 찾아 함께 시험한다는 자세로 노력한 끝에 클레시스가 탄생했다. 비용과 시간이 지금의 몇 배나 들었다. 그런데 당시는 대부분의 종합병원이 외국 유명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어 국산으로 대체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 지금은 국내 종합병원 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고 들었다. 변곡점이 언제였나.

2009년 신종플루가 발발하면서 손소독제의 수요가 폭증했다. 당시 종합병원 대부분이 외국산 손소독제를 수입해서 쓰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외환위기 여파로 달러환율이 매우 높았다. 따라서 국산제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클레시스는 병원에서도 사용할 만큼 품질이 높았기 때문에 까다로운 종합병원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 올해 초 코로나19사태가 터졌을 때 정신없었을 것 같다.

수요가 폭증할 것을 예상하고 대비를 했다. 세계적으로 어떤 바이러스가 발병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촉각을 세운다. 신종플루와 메르스를 거치면서 감이 생겼다고 할까. 올해 2월 중국에서 코로나19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오자마자 수억원의 원·부자재를 비축해 뒀다.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온 원료공급 및 생산공장 등 협력업체 덕분에 대량 발주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또 사내 확진자가 발생하면 수급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를 대비해 연간 8000만원의 비용을 들여 떨어진 공간에 예비시설을 확보해놓았다. 비상시 문제없이 제품을 생산공급하기 위해서다.

- 폭증하는 수요를 어떻게 충당했는지.

사무실전화가 불통날 만큼 주문이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원칙이 있다. 종합병원, 외교부, 인천국제공항 순이다. 그 다음 일반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자사제품을 판매하는 공식 인터넷사이트에도 주문이 밀려들어왔는데 잠시 막아뒀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우선적으로 판매하면 수익은 더 나겠지만 손소독제 전문기업으로서 국가방역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 컸다.

- 마지막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코로나19사태에서 손소독제의 효용성이 확실히 증명됐다. 대유행시기가 아니어도 우리는 각종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감염위협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 감염병예방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대유행으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길이다.

이를 위해 국가차원에서 관공서, 학교, 공공시설, 쇼핑몰, 대형식당 등 공공 및 민간 다중복합시절에 손소독제비치를 의무화하는 법령제정이 우선이다. 꾸준한 수요는 손소독제 시장을 형성하고 자연스럽게 제조판매업체들 간의 경쟁구도도 만들어진다. 이는 곧 제품의 품질향상으로 이어지고 소비자들의 사용인식 또한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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