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비염인데 왜 기침까지 나는 걸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비염인데 왜 기침까지 나는 걸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9.0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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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엊그제까지만 해도 열대야로 밤잠을 설쳤는데 이제는 밤과 새벽에 쌀쌀함이 감돈다. 항상 이맘때면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계절성 비염환자들이다. 비염의 증상은 특징적인 맑은 콧물, 재채기, 코막힘인데 심한 경우 비염에 의해서도 기침이 유발된다. 이것을 ‘후비루(後鼻漏) 기침’이라고 한다.

후비루는 콧물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코 뒤로 넘어가는 증상을 말한다. 목 뒤로 넘어간 콧물이 후두(기도)로 들어가면서 이것을 다시 빼내기 위해 기침이 유발된다. 이때 마치 가래처럼 묽은 액이 나오는데 이는 실제로는 콧물인 셈이다.

정상적인 경우에도 자신도 모르게 콧물이 뒤로 넘어가면서 삼키게 되지만 비염의 경우는 많은 양의 콧물이 한꺼번에 넘어가면서 미처 삼키지 못한 콧물이 중력에 의해 후두를 통해 기도로 흘러 들어가려고 한다.

후비루에 의한 기침이 일어나는 이유는 후두부(기도의 가장 위쪽)에 있는 기침 수용체가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기침 수용체는 자극을 받으면 기침을 유발하는 지점이다. 기침 수용체에 이물질의 자극이 있거나 신경자극이 전해지면 기침이 유발된다. 이것은 폐의 청정작용으로 폐를 깨끗하게 하고자 하는 반응이다. 만일 후비루에 의한 기침이 없다면 이물질은 폐로 흘러 들어가서 흡인성 폐렴이 생길 것이다.

평상시 후두는 후두개로 덮여 있다. 말할 때나 숨을 쉴 때는 열렸다가 음식을 먹거나 침을 삼킬 때 저절로 닫혀서 기도로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식도(인두)가 기도(후두) 뒤쪽에 있기 때문에 음식물이 식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후두를 통과해야한다. 문제는 후비루 기침의 경우 자신도 모르게 콧물이 기도로 흘러 들어갈 때 미쳐 후두개를 닫지 못한 것이다.

이것을 보면 후비루에 의한 기침은 마치 사레들리는 것과 같다. 노인들은 사레에 잘 들려 연신 기침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후두개 부위의 근육을 쉽게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각한 빈혈이 있어도 후두개 작동에 문제가 생겨서 사레에 잘 들린다.

노인들이 사레들리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하는 방법이 있다. 물 등의 액체를 마실 때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꿀꺽하고 삼키는 것이다. 고개를 숙인 동작은 후두개를 닫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레들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후두개의 구조는 심장마비 발생 시 응급처치를 할 때도 중요하게 적용된다. 심장마비 시 응급처치의 첫 번째는 기도확보인데 이때 환자의 목 뒤에 수건이나 옷을 말아서 받쳐줘야한다. 이러한 처치는 목을 뒤로 젖혀서 후두개를 열어 기도를 확보하는 것이다. 만일 뒤통수 쪽에 무언가가 받쳐 있어서 고개가 앞으로 꺾인 상태가 된다면 기도가 닫혀서 인공호흡을 해도 전혀 효과가 없다.

또 한 가지, 갓난아이들이 간혹 울음을 터뜨릴 때 배가 고파서 우는가 보다 하고 젖병을 물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사레에 들릴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울음소리를 낼 때 후두개가 열리는데 이때 억지로 우유 등을 밀어넣으면 후두개가 열린 상태여서 기도로 이물질이 흘러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후비루에 의한 기침이 심한 경우 후비루가 기도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고개를 좀 숙이고 있으면 기침을 줄일 수 있다. 또 청결하지 못한 방법이지만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코 뒤쪽의 콧물을 들여 마신 후 입으로 뱉어주는 것도 일시적으로나마 기침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후비루에 의한 기침을 잡기 위해서는 우선 비염을 치료해야한다. 후비루를 잘 이해한다면 비염에 의한 기침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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