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치료제 없는 ‘듀시엔형 근이영양증’, 일상생활 어려워 보호자 ‘막막’
[극복해요! 희귀질환] 치료제 없는 ‘듀시엔형 근이영양증’, 일상생활 어려워 보호자 ‘막막’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9.11 18:0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이영양증 중 발생빈도 가장 높은 유전성희귀질환
남성에서 주로 발생, 국내환자 2000여명으로 추정
증상완화제만 있고 실질적 치료제 없어 개발 시급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듀시엔형 근이영양증환자는 유전자돌연변이로 디스트로핀유전자가 없거나 점차 소실돼 점차 근육이 사라지면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듀시엔형 근이영양증환자는 유전자돌연변이로 디스트로핀유전자가 없거나 점차 소실돼 점차 근육이 사라지면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25세 남성입니다. 근 20년간 저는 걷지도 못하고 하루하루 몸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근이영양증은 대부분 남아에게 발병하고 근육이 점차 악화돼 30대 전후로 사망합니다.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요즘 해외 여러 나라에서 희귀난치성질환치료제 개발이 완성단계라는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먼 꿈에 불과합니다. 저희 환우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정부가 이런 치료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간곡히 바랍니다. <하루하루가 지옥입니다 – 청와대 청원게시판>

근이영양증(muscular dystrophy)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질환이다. 근이영양증은 근육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이상으로 발생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근력이 약화돼 자발적 호흡이 어려운 상태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근이영양증은 ▲듀시엔형 근이영양증(듀센형근이영양증,DMD) ▲측생경화증(ALS) ▲근긴장성 이영양증(myotonic dystrophy)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은 근이영양증질환 중 발병률이 가장 높은 유전성희귀질환으로 남성에서 주로 발병한다. 또 듀시엔형 근이영양증 유병률은 인구 10만명 당 4명이며 발병률은 남성 3만5000명 당 한 명이다. 질병의 특성상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국내환자는 20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은 X염색체의 유전자돌연변이가 원인인 만큼 남성에서 주로 발병한다.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의 원인유전자는 X염색체 p21에 존재하는 디스트로핀(Dystrophin)으로 골격근과 심장근육의 세포막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듀시엔형 근이영양증환자는 유전자돌연변이로 디스트로핀유전자가 없거나 점차 소실돼 점차 근육이 사라지면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은 유전자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 근육조직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근육조직검사는 근력이 약화된 근육에서 약간의 조직을 떼어내 여러 가지 염색방법을 통해 근육상태를 확인, 디스트로핀이라는 단백질이 전혀 보이지 않으면 진단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훈 교수는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은 근이영양증 중에서도 가장 빈도가 높은 유전성질환으로 대부분 남성에서 발생하지만 드물게 여성에서도 나타난다”며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은 베이커형 근이영양증과 유사한 특징을 보이지만 베이커형 근이영양증은 발병연령대가 높고 경과가 서서히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에 걸린 영유아는 근력이 약화돼 일어날 때 손으로 무릎이나 허벅지를 짚으며 일어나는 ‘가우어사인(Gower’s sign)‘현상이 발견된다. (사진=서울아산병원)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에 걸린 영유아는 근력이 약화돼 일어날 때 손으로 무릎이나 허벅지를 짚으며 일어나는 ‘가우어사인(Gower’s sign)‘현상이 발견된다. (사진=서울아산병원)

■근육 점차 사라져 자발적 호흡 어려워

근육은 운동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골격근과 내장근으로 구분된다. 골격근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며 내장근은 심장박동을 통해 혈액순환과 소화기능을 담당한다. 하지만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은 신생아 또는 태아일 때부터 근육이상이 시작돼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하다.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2~4세에 증상이 발견된다.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에 걸린 영유아는 근력이 약화돼 정상적인 보행자세를 취할 수 없다. 배를 내민 상태로 뒤뚱거리는 오리걸음과 뒤꿈치를 들고 발가락으로 걷는 것이 특징이다. 또 일어날 때 손으로 무릎이나 허벅지를 짚으며 일어나는 ‘가우어사인(Gower’s sign)‘현상이 발견된다.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은 보통 10~12세에 자발적 보행이 어려워져 휠체어에 의지하게 된다. 근육이 점점 짧아지고 근육조직이 소실돼 주요관절을 움직일 수 없어서다. 가장 큰 문제는 호흡에 도움을 주는 근육까지 소실돼 호흡기에 의존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듀시엔형 근이영양증환자는 호흡기장애나 감염, 심근병증으로 20~30대에 생을 마감한다.

이지훈 교수는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의 가장 큰 문제는 증상완화제만 있을 뿐 치료제가 전무하다는 것”이라며 “중증 듀시엔형 근이영양증환자는 스스로 식사와 대소변처리가 어려운 데다 혼자 돌아누울 힘도 없다 보니 보호자가 항상 돌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치료제 현황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의 가장 큰 문제는 증상완화제만 있을 뿐 치료제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현재 듀시엔형근이영양증에 주로 사용되는 약물은 스테로이드다.

스테로이드는 현재까지 듀시엔형 근이영양증환자의 근력약화를 늦추는 가장 효과적인 약제다. 경구용 ’프레디니손(prednisone)‘과 ‘데플라자코드(deflazacort)’가 대표적이다. 이 두 약물의 근력향상효과는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는 작은 키,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 백내장, 체중증가, 남성형 다모증, 쿠싱형 외모, 당뇨, 행동변화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스테로이드요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스테로이드 사용 후 1년 간 체중증가위험성은 프레드니손이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동일하고 데플라자코트는 백내장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다행히 최근 ‘유전자치료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치료제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 대표적인 치료제는 PT테라퓨틱스의 아탈루렌(제품명 : 트랜스라나)이다. 아탈루렌은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치료제 중 가장 오래됐으며 현재 유럽에서 2세 이상 보행 가능한 넌센스 돌연변이 듀시엔형 근이영양증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허가됐다. 국내에서는 2015년 조건부판매허가를 취득했다.

또 사렙타테라퓨틱스의 에테플러센(제품명 : 엑손디스51)도 주목할 만하다. 사렙타테라퓨틱스는 유전자편집기술을 이용해 에테플러센을 개발, 2016년 미국 FDA승인을 받았다. 에테플러센은 듀시엔형 근이영양증환자의 결함이 있는 유전자 엑손51을 변경하거나 조작해 디스트로핀을 만든다. 하지만 불과 14%의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밖에도 이밖에도 현재 미국에서는 솔리드바이오사이언스(SGT-001), 사렙타테라퓨틱스(SRp-9001), 화이자(PF-06939926) 등 3개 업체가 임상에 열을 올리며 각종 학회를 통해 시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바이오리더스가 신약플랫폼 뮤코맥스(MucoMAX)를 이용해 ‘BLS-M22’를 개발 중이다. BLS-M22는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으며 국내에서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에 지정된 바 있다.

하지만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치료제 개발에는 아직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희귀질환의 특성상 다양한 유전자돌연변이와 임상 중 부작용으로 인해 결국 임상중단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은 심장이나 폐가 멎어 한창 꽃다운 나이에 사망한다. 이들의 삶을 유지시키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치료제가 하루빨리 개발되기 바란다.

*다음 기획기사는 ‘폼페병’입니다. 폼페병은 효소결핍으로 인해 생기는 리소좀축적질환(LSD) 중 하나로 국내에는 약 40여명의 환자가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도윤정 2023-05-05 10:58:35
제 동생도 듀센형 근이영양증인데 빨리 치료제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