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각종 신체이상 일으키는 리소좀축적질환 ‘폼페병’
[극복해요! 희귀질환] 각종 신체이상 일으키는 리소좀축적질환 ‘폼페병’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9.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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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질환 20개, 진단까지 무려 5~7년 소요돼
유아기형·발병지연형 분류...간병비 등 치료비부담 커
치료제 없고 증상완화제만 있어 조기치료가 핵심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폼페병은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비슷한 증상을 가진 질병이 20여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폼페병은 진단까지 5~7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폼페병은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비슷한 증상을 가진 질병이 20여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폼페병은 진단까지 5~7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예림(20세·여 가명)이는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갑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 최 씨의 속은 타들어갑니다. 예림이는 현재 ‘폼페병’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예림이는 현재 한 달에 두 번씩 병원에 방문에 주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주사기가 예림이의 살갗을 파고들 때마다 최 씨의 가슴에는 피멍이 새겨집니다. 주사를 맞지 못하면 예림이의 증상은 급격히 악화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병원에 방문합니다. 최 씨는 자신이 없을 때 예림이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합니다. 예림이 앞에서는 매번 웃음을 짓지만 잠이든 예림이를 보며 엄마는 남모르게 눈물을 훔칩니다.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하루입니다 – 한국폼페병환우회 제공>

‘폼페병(pompe)’은 전 세계에서 인구 5만명 당 한 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의 특성상 정확한 집계가 어렵지만 국내에는 약 4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폼페병은 효소결핍으로 인해 생기는 리소좀축적질환(LSD) 중 하나다. 리소좀은 세포 내에서 ‘재활용센터’ 역할을 하는 주머니로 못 쓰게 된 세포를 분해해 유용한 단백질로 재활용하거나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유해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지킨다.

문제는 리소좀 안에 있는 효소 중 단 하나라도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제 기능을 못하는 등 문제가 생겼을 경우 뇌, 심장, 간, 근육, 뼈 등에서 각종 신체이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폼페병은 리소좀 내에서 당원인 글리코겐을 에너지원인 포도당(glucose)으로 분해하는 효소인 ‘산성알파-글루코시다제(GAA)’ 결핍이 원인이다. 산성알파-글루코시다제가 결핍되면 리소좀 내 글루코겐 축적으로 이어져 팔다리근육이나 호흡기, 심장 등의 손상을 유발한다.

폼페병은 진단이 까다롭다. 폼페병은 신경근육질환이기 때문에 비슷한 증상을 가진 질병이 20여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폼페병은 진단까지 5~7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폼페병은 증상발현시기에 따라 유아기형과 발병지연형으로 분류된다. 유아기형은 병의 진행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주로 출생 후 2~3개월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심한 경우 산전에도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유아기형 폼페병은 심장비대, 간비대, 상대적으로 큰 혀(큰혀증)가 주된 증상이다.

반면 발병지연형은 10세 이전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대부분 골격근약화, 근력저하로 인해 달리기 및 보행장애증상이 나타난다. 또 횡격막과 늑간근 약화로 인한 호흡장애증상과 때때로 아침이면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최영철 교수는 “폼페병은 근육감퇴, 호흡곤란 등 주요증상 외에도 증상이 다양해 다른 근육질환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이는 아직까지 폼페병에 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과거 유아기형 폼페병은 치료제가 없어 태어나자마자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행히 최근에는 신생아선별검사를 통해 조기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생존율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불안정한 호흡으로 인공호흡기 필요

폼페병환자들은 외출이 가장 두렵다. 운동발달장애, 근력저하, 근무력증, 심비대증, 심근비대증 등의 증상이 외출을 어렵게 만드는 것도 있지만 불안정한 호흡 때문에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아기형 폼페병환자의 미래는 더 암울하다. 유아기형 폼페병의 경우 전신근육 긴장저하, 근력저하, 심비대 및 간비대로 인해 심부전 및 호흡부전이 발생, 대부분 만1세 전에 사망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의학기술의 발달로 유아기형 폼페병 진단은 손쉬워졌다.

폼페병은 DBS(Dried Blood Spot)라는 혈액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DBS혈액검사는 혈액 몇 방울을 종이에 떨어뜨려 특정효소의 활성유무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폼페병과 관련된 산성알파-글루코시다제 유무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진단기술과 달리 폼페병은 아직도 완치제를 개발하지 못했다. 단 증상완화제인 효소대체요법이 개발돼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고가의 약제라는 점과 재활치료비, 간병에 소진되는 의료보조용품 구입비용에 대한 부담이 폼페병환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영철 교수는 “폼페병은 조기발견해 치료하면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과거엔 치료제가 없어 암울한 상황이었지만 효소대체요법이 개발되면서 증상악화를 늦출 수 있고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폼페병치료제 현황

폼페병의 가장 큰 문제는 증상완화제만 있을 뿐 치료제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현재 폼페병에 주로 사용되는 약물은 효소대체요법치료제인 ‘알글루코시다제알파’가 유일하다.

알글루코시다제알파(사노피-아벤티스 : 마이오자임)는 현재 유일한 폼페병 증상완화제로 산성알파-글루코시다제의 역할을 보완해준다. 알글루코시다제알파는 2006년 미국 FDA승인을 받았으며 2012년 국내에서도 승인받았다.

알글루코시다제알파는 2주에 한 번 정맥주사를 통해 투여된다. 영유아형 환자의 경우 재평가 없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발병지연형의 경우 약물투여 1년 후 증상개선정도를 평가하고 이후 6개월 간격으로 재평가 후 약물을 투여해야한다.

이밖에 애미커스테라퓨틱스의 ‘AT-GAA’도 주목할 만하다. AT-GAA는 아직 개발 중인 치료제이지만 미국 FDA로부터 개발 중인 폼페병치료제 가운데 최초로 ‘혁신치료제’로 지정받았기 때문이다.

폼페병은 조기발견해 효소대체요법을 사용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한 질환이다. 또 신생아선별검사를 통해 출생 직후 병을 발견할 경우 치료효과는 배가된다. 희귀질환 전문가들은 이들의 삶을 연장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신생아선별검사대상에 폼페병도 포함돼야한다고 지적한다.

*다음 기획기사는 ‘헌터증후군’입니다. 헌터증후군은 선천적으로 뮤코다당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가 부족해 발생하는 희귀질환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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