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스테로이드 외용제, 우리 아이에게 정말 독(毒) 될까?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스테로이드 외용제, 우리 아이에게 정말 독(毒) 될까?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9.2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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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김진아(가명) 님, 오늘도 아토피에 사용하는 락티케어HC 로오션 1%, 에스로반 연고가 처방 나왔습니다. 락티케어는 꾸준히 사용하고 있지요?”

저는 약을 드리면서 유심히 어머님 안색을 살폈습니다. 왠지 눈빛을 피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혹시 사용하면서 무슨 문제 있었어요?”

“아니, 약사님. 이게 무슨 보습 로션도 아니고 스테로이드제를 계속 바르면 안 되지 않나요? 증상 있을 때만 발랐어요.”

역시 예상대로 스테로이드를 너무 나쁘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진아는 아토피가 심한 편이여서 꾸준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피부 감염증 등을 유발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었습니다. 현재도 피부에 감염증 상태가 있어 항생제연고도 같이 처방받은 상황이었죠.

“어머님, 진아는 주 2회 정도 꾸준하게 락티케어를 발라줘야해요. 그래야 아토피로 인한 합병증을 막을 수 있습니다. 락티케어 로션은 스테로이드 등급이 가장 약한 수준이에요. 매일 바르는 것이 아니라면 큰 부작용이 없는 제제지요. 꾸준하게 발라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진아 어머님은 대답은 하셨지만 아마도 계속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진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스테로이드는 스테로이드 구조를 가진 성분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보통 부신피질호르몬과 성호르몬이 스테로이드에 속하는데 아토피, 천식 등 염증과 면역반응 억제에 사용하는 스테로이드는 부신피질호르몬제를 말합니다.

부신피질호르몬제(이하 스테로이드제)만큼 논란이 많이 되는 약도 드물 것 같아요. 일부 한의사나 자연치유요법을 하는 사람들은 근본적인 치료를 하기 위해서 스테로이드 사용을 자제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일부 의사들의 경우 처방에 따라 적정량을 사용하면 문제없다고 주장1하고도 있는데 그 대립은 끝없는 평행선인 듯합니다.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은 환자들을 보면 쓰기 싫은데 억지로 쓴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이렇게 스테로이드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현상을 ‘스테로이드 포비아’라고 부릅니다.

사실 ‘스테로이드 포비아’는 일본에서 시작된 현상2입니다. 아토피피부염 대유행을 우리보다 먼저 겪은 일본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스테로이드 성분을 선택해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효과가 너무 좋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정확한 연구가 이뤄지기도 전에 무분별하게 사용하게 된 것이죠.

이로 인해 피부뿐 아니라 전신에 발생하는 부작용들이 크게 문제되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에는 방송을 통해 ‘스테로이드는 악마의 약’이라고 하거나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여아를 출산한다’는 등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들이 퍼져 나가기 시작하면서 거부감이 일파만파 커졌다고 합니다. 이후 스테로이드를 쓰지 않고도 나을 수 있다는 ‘아토피 비즈니스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하게 됐지요.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요? 스테로이드 용량과 사용방법이 체계적으로 연구됐고 아토피 치료제에 대한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제제 중 하나로 스테로이드 외용제가 꼽히고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대체했던 많은 치료법이 인정받은 경우는 없습니다. 환자 교육과 홍보, 의료진의 연구활동 등을 통해 현재 일본은 ‘스테로이드 포비아’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죠.

반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인터넷 검색창에 ‘스테로이드’를 입력하면 효과보다는 부작용에 대한 내용이 엄청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스테로이드 포비아’와 ‘아토피 마케팅’이 진행중이라고 봐야겠네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항염증·항알레르기 효과로 아토피피부염 등 알레르기 피부염증 증상에 가장 먼저 선택되는 약입니다.

김혜성, 조상현 등은 ‘아토피피부염 치료’3에서 “연화제와 함께 아토피피부염의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는 것이 아토피피부염 치료의 기본”이라며 “환자나 보호자들은 스테로이드 부작용에 대한 불안과 잘못된 지식으로 용법보다 적게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치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아직까지 국소 스테로이드제만큼 효과적으로 피부염을 완화시킬 수 있는 약제는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어요.

스테로이드 외용제의 경우 사용하는 성분과 제형에 따라 강도 등급이 나뉘어 있습니다. 같은 성분이라도 연고가 등급이 높은 편이고 로션이 낮은 편입니다. 스테로이드의 대략적인 등급은 아래 표와 같아요.

스테로이드 외용제 사용은 의사 진료 후에 어떤 것을 사용할지 결정해야합니다. 일본 후생성에서는 피부 발진 상태에 따라서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선택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4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표에도 나와 있듯이 스테로이드 외용제는 대부분 전문의약품으로 의사 진료 후 사용해야합니다. 일반의약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스테로이드제는 가장 약한 등급으로 가벼운 홍반이나 알레르기, 염증증상에 사용할 수 있죠. 등급에 맞지 않는 스테로이드 외용제 사용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고 부작용만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서 사용해야합니다.

스테로이드 사용기간은 등급에 따라 다른데요. ▲가장 강한 등급은 2주 이내 ▲강한 등급은 6~8주 이내 ▲중간~약한 등급은 8주 이내 사용5해야합니다. ▲강한 등급은 손이나 발, 두꺼운 피부에 ▲중간 등급은 손, 발, 부드러운 피부 ▲약한 등급은 얼굴, 목, 사타구니, 겨드랑이 등에 1일 2회 사용하도록 돼 있어요.

병원에서 간혹 스테로이드제를 2가지 이상 처방할 때가 있는데 이것은 바르는 부위가 달라서 그렇습니다. 1일 2회 스테로이드를 적용하다 증상이 완화되면 격일로 바르도록 합니다. 만일 안정기에 접어들면 1주일에 2회 정도 보습제와 함께 사용6하면 됩니다. 만일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바로 중단하기보다는 서서히 용량을 줄여 나가야 반동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용량 조절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면서 결정하는 것이 좋아요.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사용할 때는 전신으로 흡수돼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영유아의 경우 흡수 면적이 넓기 때문에 사용량에 꼭 신경써야합니다.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바른 부위는 거즈나 반창고 등으로 덮어 놓으면 흡수력이 지나치게 많아져 전신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합니다. 특히 기저귀 발진 등에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사용한 뒤 무심결에 기저귀로 덮어 놓지 마세요.

다음은 스테로이드 외용제 1회 사용량입니다. 그림으로 표시된 용량을 확인하고 부위와 나이에 따라 바르는 용량을 꼭 지켜야합니다.

<그림1> 손바닥 두 장 면적에 해당하는 스테로이드 외용제 도포량
<그림2> 부위에 따른 스테로이드 도포량

‘스테로이드 포비아’는 어찌 보면 효과가 너무 좋은 약을 남용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다 있을 수밖에 없어요. 부작용을 겪지 않으려면 결국 딱 맞는 곳에 올바른 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죠.

스테로이드 외용제 역시 올바른 곳에 딱 맞게 사용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가장 좋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알레르기와 염증증상으로 인해 잠 못 자고 긁어 상처가 생겨 2차 감염으로 이어진다면 스테로이드 외용제 부작용보다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주장하는 사람들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지 마세요. 그것 자체가 마케팅일 수 있습니다.

※ 참고자료

1 “스테로이드, “땀 구멍 막아 독소배출 봉쇄” vs “처방 준수하면 문제 안된다”” 국민일보 2015년 1월 31일 기사

2 “EBS 다큐프라임 내 아이의 전쟁, 알레르기 1부 미치도록 가려운 아이들” EBS 2010년 11월 1일 방송

3 아토피피부염의 치료(2014)

4 약사에게 필요한 질환별 약료지식Ⅱ(신일서적, 2019)

5 Pharmacology for the Primary Care Provider

6 아토피 피부염의 진단과 치료(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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