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병도 맞춤치료로 얼마든 일상생활 가능합니다”
“모야모야병도 맞춤치료로 얼마든 일상생활 가능합니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10.0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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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지욱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이름부터 생소한 ‘모야모야병’은 아무 이유 없이 뇌혈관이 점차 좁아지는 희귀 난치성질환이다. 원인도 아직 불분명하고 완치도 어렵다고 알려졌지만 의료진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더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유지욱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역시 선배 의료진과 함께 모야모야병 연구·진료에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를 직접 만나 모야모야병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모야모야병은 내경동맥 말단부가 아무 이유 없이 점점 좁아지는 질환이다. 그 주변으로는 마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사진=경희대병원).

- 모야모야병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어떤 병인가. 

목에서부터 뇌로 이어지는 내경동맥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혈관이다. 이 혈관은 머릿속에서 다시 전대뇌동맥과 중대뇌동맥으로 나뉘는데 모야모야병은 바로 전대뇌동맥과 중대뇌동맥이 갈라지는 시작점인 내경동맥 말단부가 아무 이유 없이 점점 좁아지는 병이다.

이렇게 되면 뇌에 산소와 영양분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주변에는 그야말로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긴다. 그 혈관이 마치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를 처음 발견한 일본인 의사가 모야모야(もやもや, 연기가 희미하게 올라가는 모습을 표현한 일본어)병이라고 이름 붙였다.

- 희귀질환이지만 우리나라는 꽤 유병률이 높다고 들었다.

실제로 모야모야병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통계상 사춘기 전 소아·청소년과 40~50대 중장년층에서 많이 나타나는 추세다. 2005년 당시에는 소아·청소년환자가 많았는데 비교적 최근 통계인 2013년 현황을 살펴보면 40~50대 중장년층 환자가 많아졌다. 아무래도 중장년기는 건강에 관심이 많을 때이고 MRI 등 검사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많이 진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 가족력, 유전자 변이와도 연관이 있다고 하던데.

모야모야병은 약 15%의 환자에서 가족력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가족력은 원인도 모르고 완치도 어려운 이 질병을 그나마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또 최근에는 소위 모야모야병 유전자라고 불리는 RNF213의 변이가 우리나라와 일본 모야모야병환자에게 의미있게 높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유전자 변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 우리 병원에서도 모야모야병이 의심되는 환자들에게 유전자검사를 시행해 유전자 변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단 유전자 변이가 있어도 검사상 뇌혈관은 정상일 수 있다. 그래도 모야모야병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면 의료진이 안내한 시기에 정기적으로 검사받으면서 뇌혈관의 상태를 꾸준히 추적관찰하는 것이 좋다.

정상적인 사람의 뇌혈관 모습(왼쪽)과 모야모야병환자의 뇌혈관 모습(오른쪽)(사진=경희대병원).

- 증상이 궁금하다. 소아와 성인이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지.

보통 뇌혈관이 좁아지면서 일시적인 마비, 감각이상, 두통,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소아의 경우 일과성 뇌허혈이라고 해서 ▲많이 울거나 ▲심한 운동 후 ▲뜨거운 음식을 호호 불어서 먹었을 때처럼 뇌혈관을 수축시키는 행동을 한 후 일시적으로 잠깐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언어장애가 나타난다. 잠깐 나타났다 사라져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이런 증상이 한두 번이 아니라면 빨리 신경(외)과 진료를 받아봐야한다. 

반면 성인은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심한 두통과 함께 뇌출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언어장애, 신체마비, 시야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의식저하다. 환자가 의식저하에 이르면 소리쳐 불러도 반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완치는 어렵지만 치료방법은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고 들었다.

아직 모야모야병의 진행을 막거나 예방할 수 있는 약물은 없어서 일단 효과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라고 보고 있다. 혈류를 개선하는 수술은 뇌경색, 뇌출혈 등 모야모야병으로 인한 추가적인 문제들의 발생위험을 낮춰주는 데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수술할 정도의 상태라면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단 수술 역시 모야모야병 진행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병은 점점 진행하는 병이기 때문에 수술 역시 완치가 목적이 아니라 병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추가적인 문제들을 줄여주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다.

증상은 없지만 뇌혈관 검사결과 모야모야병일 확률이 높거나 모야모야병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경우 또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검사로 경과를 관찰한다.

유지욱 교수는 “모야모야병은 완치는 어렵지만 자신의 상태에 적합한 치료로 얼마든 일상 속에서 관리할 수 있는 병”이라며 “많은 사람이 이 병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조기발견·치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모야모야병 치료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은.

일본 연수시절 “환자 증상에 맞춰 가라”라는 스승님의 말씀을 깊이 새기고 모야모야병 환자 진료에 임하고 있다. 무엇보다 모야모야병은 아직 연구가 많이 필요한 병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환자가 보이는 증상들이 지금까지 보고된 모야모야병 증상에 근접하는지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모야모야병으로 진단된 환자라도 모두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고 증상이 잦거나 또는 뇌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에 한해 수술을 결정한다. 진단과 치료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모야모야병 증상 유무는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임을 명심하고 환자별 맞춤치료로 일상 복귀를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 평소엔 어떻게 생활해야하는지 당부의 한 말씀 부탁드린다.

모야모야병으로 진단 후 수술을 받았다면 6개월마다 외래진료를 받고 MRI, 뇌혈관조영술 등의 정밀검사는 1년마다 한 번씩 받도록 안내하고 있다. 술, 담배는 피해야하며 아직 모야모야병을 진단받지 않았더라도 가족 중 모야모야병 환자가 있으면 나머지 가족도 정밀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사실 모야모야병은 아직 원인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다 할 예방법은 없지만 주치의와 치료계획을 잘 세운다면 얼마든 일상 속에서 관리 가능한 병이다. 의료진들의 연구도 계속되고 있으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주치의와 발맞춰 꾸준히 치료를 이어나갈 것을 꼭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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