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가을철 대표질환 ‘진드기매개질병’ 주의보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가을철 대표질환 ‘진드기매개질병’ 주의보
  •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l 정리·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0.10.1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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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작년 이맘때 진드기로 전파되는 바베시아증에 대한 칼럼을 기재했던 적 있다. 9~10월에 가장 많이 발병하는 질병이기도 하고 작년에 유독 많은 반려견이 바베시아증으로 병원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후 심장사상충만큼 진드기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호자들이 깨달았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도 여전히 많은 보호자가 이 질병으로 병원을 찾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본원에서는 작년보다 2배나 많은 반려견이 바베시아증을 진단받았다. 보통 9월보다는 10월에 발생률이 더 높아 이번 달에도 많은 반려견이 감염될 것으로 생각된다.

몇 년 전만 해도 바베시아증은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방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울 북한산 주변에서 감염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강탄천을 중심으로 성남, 용인에서의 감염도 매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에는 반려견이 산책을 많이 하는 이유도 있지만 실제로 진드기도 왕성하게 활동한다. 진드기에 물려서 감염되는 질병은 바베시아증이 가장 많으며 이외에도 아나플라즈마증, 에를리키아증, 라임병 등이 있다. 또 사람이 감염돼 큰 이슈였던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도 대표적이다.

진드기매개질병의 증상은 조금씩 다르다. 단 발열 기력저하 식욕저하는 모두 비슷하다. 바베시아증은 용혈성빈혈이, 아나플라즈마증은 관절통증·혈소판감소증이 특징적인 증상이다. SFTS는 혈소판·백혈구감소증이 나타나며 매우 빠르게 진행돼 진단 전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사람이 감염되면 치명적이다. 모든 진드기질병은 위 증상뿐 아니라 급성 신장·간손상, 췌장염 등 비특이적·전신적인 심한 합병증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된다.

진드기질환은 수혈이 필요한 경우가 매우 많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여러 합병증이 발생해 치사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 면역상태에 따라 쉽게 재발하는 경향이 있어 여러 번의 치료 및 수혈이 필요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강아지혈액보유량이 충분하지 않아 갑자기 수요가 늘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실제 이번 추석연휴에도 혈액수급이 부족해 수혈을 받지 못한 경우가 여럿 있다고 전해진다.

이렇듯 진드기질환은 치사율이 높고 재발하기도 쉬워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보통 보호자는 진드기에 어떻게 안 물릴 수 있는지, 진드기약을 먹으면 괜찮을지 하는 궁금증이 많을 것이다. 진드기예방약을 먹었다고 진드기가 반려견을 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꼭 기억해야할 점은 진드기매개질환은 진드기가 강아지를 물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감염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진드기매개질환에 걸리기까지 진드기가 붙어있는 시간은 48시간 정도다. 따라서 진드기에 물리더라도 24시간 이내 진드기를 제거하면 상처는 생기겠지만 심각한 감염증은 피할 수 있다. 그러니 반려견과 산책을 하고 돌아왔을 때 반려견의 몸에 진드기가 있는지 꼭 확인해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하지만 털이 매우 많은 강아지는 흡혈하고 있는 진드기가 있어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흡혈을 충분히 하지 않은 진드기는 생각보다 매우 작아 찾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진드기 예방약을 사용하는 것이 필수다. 진드기예방약을 복용한 경우 반려견을 문 진드기는 12시간 이내 사망한다. 엄밀히 말하면 진드기예방약이라기보다 진드기매개성질병 예방약이라고 할 수 있다.

진드기에 물리고 난 이후 평균 10일 이상이 됐을 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2주 정도 지났을 때야 PCR검사로 진단된다. 또 키트검사로는 3~4주 이상 돼야 진단이 가능하다. 위와 같은 이유로 진드기에 물리는 즉시 검사를 진행하면 실제로 감염이 됐어도 음성판정이 나올 수 있어 오히려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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